▲<중도일보> 30일자 신문 20면에 실린 김학용 논설위원의 '신 목민학-무상급식 반대론'
중도일보
나는 무상급식에 대한 김신호 교육감의 소신을 그대로 대변하는 이 글을 읽으면서 역시 본질은 '정치구나'하는 생각에 손뼉을 쳤다. 정치(政治)=당파성(黨派性), 즉, 가난한 자들을 돌보는 일이거나 혹은 부자의 편이거나 하는 것 말이다.
'보편적 교육 복지'라 일컫는 무상급식을 두고 "가난한 집 학생들이 가난을 친구들에게 드러내지 않도록 지방정부와 교육청이 숨겨주는 제도"라고 (믿기지 않지만 진짜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있나 보다. 오세훈 서울시장, 김신호 대전시교육감, 김학용 중도일보 논설위원…. 아니 어딘가에 더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생각에 빠져 있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이른바 '풍선효과(balloon effect)'를 맹신한다는 점이다. 무상급식을 실시하면 그만큼 무상급식 대상자에게 돌아갈 다른 복지 혜택이 줄어든다는 논리다. 참으로 손쉬운 계산법이 아닐 수 없다. 왜 복지예산의 총액은 항상 그대로 두고 이리저리 풍선의 몸매만 탓하는지 모르겠다.
대전시교육청의 지난해 불용액이 650억 원에 이른다고 한다. 이뿐이 아니라 불필요하거나 시급하지 않은 예산을 줄이면 무상급식을 할 예산은 만들고도 남는다. 왜 꼭 무상급식을 하면,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주려던 혜택을 빼앗아서 주어야만 한다고 주장하나. 교육감 판공비 좀 줄이고, 불필요한 해외 연수도 좀 줄이고, 관변단체 지원금도 좀 줄이고, 언론인들 밥 사주는 예산도 좀 줄이고 하면 안 되나. 차라리 무상급식을 하면 해외연수도 못 가고, 언론인들과 밥도 마음껏 못 먹게 된다고 주장해 보라는 말이다.
결국, '풍선 논리'의 핵심은 이것이다. "전면 무상급식을 실시하면 밥값을 지불할 능력이 있는 자들의 아이들조차도 공짜로 밥을 먹게 되니, 정작 가난한 아이들에게 돌아갈 혜택이 줄어든다?" 어찌 들으면 그럴듯하다. 세금을 낼 능력이 없는 저소득층은 세금탈루할 일이 없는데, 항상 부자들이 세금을 떼먹으니 세금도 안 낸 사람들에게 공짜로 밥까지 먹인다고 하면 좀 과한 복지로 불릴 수도 있다.
하지만, 착각이다. 무상급식은 교육이나 의료와 같은 공공재와 같다. 적어도 의무교육 기간에서의 무상급식은 더욱 그렇다. 등록금 낼 능력이 있는 부잣집 아들이니 초등학교와 중학교 등록금을 내라고 하지 않는다. 돈 많은 부자이니 건강보험 적용이 안 된다고 하지 않는다. 부자와 가난한 자의 형평성을 맞추는 것은 조세제도가 담당하는 것이지 교육과 의료, 그리고 급식이 그 역할을 하게 해서는 안 된다. 적어도 대한민국에서는 부자이거나 가난하거나 누구나 마음껏 교육받고 치료받고 먹을 수 있어야 한다.
더욱이 이러한 문제제기를 마땅히 해야 할 사람들은 가만히 있는데, 오히려 거꾸로 수혜자들이 나서서 떠들고 있으니, 이것이야말로 김학용 논설위원이 주장하는 '정치 프레임'에 그들이 갇힌 것은 아닌지 되묻고 싶다.
마지막으로 '명품 대전 교육'을 외치고 있는 김신호 교육감은 이것 한 가지는 분명히 알아야 한다. 지역 언론의 논설위원까지 나서서 자신의 소신을 이렇듯 대변해 주고 있으니 얼마나 흐뭇해하고 있을지 모르겠으나, 이미 대세는 굳어졌다. 김 교육감은 이미 무상급식의 주적으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다. 아무리 김 교육감을 옹호하려는 언론인이 열심히 필력을 휘날린다 해도 무상급식으로 가는 세계적 흐름, 도도한 역사의 강물을 되돌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새해 벽두, 정치인이 아닌 교육자로서 김 교육감의 일설이 궁금해진다.
덧붙이는 글 | 신정섭 기자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대전지부 정책실장 입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저는 대전에 있는 한 고등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있는 교사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맘껏 놀고, 즐겁게 공부하며, 대학에 안 가도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상식적인 사회를 꿈꾸고 있습니다.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