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진이.올 해 16살이 된 철진이는 또래 아이들보다 체격이 작다. 얼핏보면 초등학교 2학년 처럼 보인다. 철진이는 2009년 10월 탈북해 한국에 왔다.
구태우
저의 이름은 철진이예요. 김철진(16, 가명). 저의 고향은 저기 위쪽에 있는 함경북도의 청진이요. 우리집은 요~. 김매기(쓸데없는 풀을 고르고, 흙을 부드럽게 하는 일)를 하며 살았어요. 학교도 안 가고, 하루 종일 김매기를 하는 것이 너무 힘들어서 집을 나가 떠돌아다닌 적도 있어요. 꽃제비 생활도 좀 했어요. 배도 고프고, 가난해서 아버지가 이렇게 살려면 그냥 남한 가서 살자고 그랬어요.
남한 가려는 사람들이 꽤 많았어요. 세 패로 갈라졌어요. 우리 아부지가 길을 잘 알아서 사람들이 잘 따랐어요. 울 아부지 손 꼭 붙잡고 건너다가 아부지를 잊어버렸어요. 어떤 아저씨가 울고 있는 저를 데리고 중국으로 데려갔어요. 두만강은 물살이 엄청 세요. 군인 아저씨들도 무지 많아요. (두만강을) 건너다 잡히는 사람도 많아요.
한국에 와서 (하나원에 있는) 하나둘 학교에 갔어요. 컴퓨터도 첨 해봤어요. 하나둘 학교에서 남한에 대해 공부도 했어요. 3달 정도 있다가 (탈북청소년 생활공동체) '우리집'이란 곳에 갔어요. 마쌤이(새터민청소년 생활공동체 '우리집' 마석훈 원장) 롯데마트에도 데려가, 뽀로로 인형도 사줬어요. 저는 열여섯 살인데, 초등학교 5학년이에요. 학교를 안 다녀봐서, 애들에 비해 실력 차이도 많이 나요. 다른 친구들보다 키도 작고, 등치(덩치)도 작아요. 어떤 애는 제 몸이 초등학교 2학년만 하다고 놀려요. 애들이 북한에서 왔다고 하면 놀리고 괴롭히니까 비밀로 하고 있어요. 제일 친한 친구 한 명이 아는 데, 아무한테도 소문 안 내고 있어요. 새롬이가 북에서 왔다고 말하면 왕따 당한 데요. 작년에는 학교 선생님이 (천안함 사건 이후) 북한 놈들은 다 개XX들이야, 다 박살 내야 된다고 말했어요.
친구요?? 한새롬(12, 가명)이가 있는데요. 새롬이는 요. 엄마는 북한사람이고, 아빠가 중국사람이에요. (2005년 3월 함경북도 무산) 옛날에 엄마랑 탈북했는데, 아빠가 중국사람이라고 돈(정부지원금)을 못 받는데요. 엄마는 서울에서 일을 한다던데… 잘 모르겠어요. 제 장래희망이요? 제 꿈은 댄스 가수가 되는 거예요. 새해 소원은 음~ 전쟁이 안 났으면 좋겠고, 울 아부지 소식을 들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