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침출수·4대강 사업·MB 신년 연설의 공통점

[주장] 국민을 옥죄는 그물처럼 촘촘히 꿰매진 미숙한 정책이 만든 이 시대의 비극!

등록 2011.01.04 09:35수정 2011.01.04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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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비의식이 사라진 세상인 까닭이겠습니다. 열을 깨달았어도 땅에 발 딛지 않고 살 수 없으며, 땅의 소산 없이는 목숨을 연명할 길이 없습니다. 제가 보는 선비(士)의 뜻이 그렇습니다. 차고 넘치는 게 지식인이고 박사가 널린 세상에서 웬 선비타령이냐고 하겠지요. 이해합니다만 동의는 할 수 없습니다.

이해득실에 따라 준동하면 박사도 교수도 선비일 수는 없으며, 주요 관직에 자리했다고 그들이 선비정신을 계승한 참된 사람이랄 수 없습니다. 직언이 사라진 나라가 바로 설 까닭이 없었던 역사를 돌이켜 배워야 할 때, 도리어 탐관오리가 들끓고, 입에 단 말로 자신들을 변호하는 무리 속에 도덕성이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內不足者, 其辭煩. 心無主者, 其辭荒.(내불족자, 기사번. 심무주자, 기사황.)

내면이 부족한 사람은, 그 말이 번다하고.
마음에 주변이 없는 사람은, 그 말이 거칠다.

서얼출신의 18세기 인물 성대중 선생이 한 말입니다. 선비의 품위를 엄격히 따지고 반상의 계급이 준엄한 조선에서 학문적 능력만으로 벼슬길까지 열렸으나 울진현감과, 흥해군수, 북청부사에 그치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그 분이 남긴 말씀은 후세에도 큰 가르침이 되는데, 정민 한양대 교수께서 <성대중 처세어록>이란 제목으로 2009년 1월에 '푸르메'를 통해 펴냈습니다.

이 내용을 제가 언젠가 한 번 인용한 적이 있다 싶었는데. 2009년 11월 28일에 썼더군요.
제목은 <대통령과의 대화, 말장난으로 꾸민 쇼>입니다. 나중에 그 글을 읽고 싶으시면 긴 글이 아니니 위의 제목을 클릭하시고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정민 교수께서 풀어놓은 말씀을 그대로 옮겨 봅니다.


"말은 곧 그 사람이다. 말을 들어보면 그 사람이 보인다. 말이 쓸데없이 많은 것은 내면이 텅 비었다는 증거다. 그들은 남들이 혹 자신을 간파할까봐 쉴 새 없이 떠들어, 인정을 받으려 든다. 줏대가 없는 사람들의 말은 난폭하다. 함부로 떠들고 멋대로 말한다.

그래야만 남 보기에 주견이 있는 사람처럼 보이겠기에 하는 행동이다. 어느 자리에서든 말 없는 사람이 무섭다. 말수가 적을수록 사람값이 올라간다. 침묵 속에는 함부로 범접하기 힘든 힘이 있다. 말을 아껴라."


a 김용민의 그림마당 구제역 생매장 현장 침출수로 지하수와 하천이 오염되고, 4대강사업으로 환경파괴가 이루어지며, 이명박 대통령은 신묘년 첫 월요일부터 자화자찬으로 국민들의 귀만 오염시켰다.

김용민의 그림마당 구제역 생매장 현장 침출수로 지하수와 하천이 오염되고, 4대강사업으로 환경파괴가 이루어지며, 이명박 대통령은 신묘년 첫 월요일부터 자화자찬으로 국민들의 귀만 오염시켰다. ⓒ 경향신문


청와대를 작은 규모로 운영하겠다던 이명박 정부였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없던 자리를 몇 개씩 새로 만들어 측근들을 불러들였습니다. 국민과의 약속을 이행해도 욕을 먹을 자리에서 약속 자체를 저버린 것입니다. 그런데 그 인물들이 모두 간신인 모양입니다. 국민들의 정서에 반하는 신년 연설을 하게 만들었으니 말입니다.

구제역 침출수나 4대강 사업이 환경을 파괴하는 이 시대의 재앙입니다. 살처분을 하라는 법을 어기고 구제역에 걸린 돼지뿐만 아니라, 걸리지 않은 돼지까지 구제역 청정국가의 위상을 지키기 위해 희생을 시켰습니다. 그런데 살처분이 산채로 생매장을 하는 거라고 하는 파주시 광탄면의 사례가 알려지며 공분을 사고 있습니다.

공정사회를 외치는 이명박 정부에서 엄정하게 법을 지켜야 할 면사무소 담당 공무원의 이런 행동도 문제지만, 없는 법을 만들어 가면서까지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고 국격 타령을 하는 대통령을 보며 답답함 밖엔 못 느낍니다.

우리가 G20정상회담을 통해 무엇을 얻었는지 도무지 알 길이 없습니다. 그저 국민들이 얼마간 불편을 겪었고, 몇 개 호텔에 그들이 머물러 수익을 좀 올렸을 거란 것 외엔 변화가 하나라도 있나요? G20의 위상에 걸맞은 특별한 변화가 앞으로 어떻게 이 사회에 적용될까요?

대북정세는 여전히 국민들에게 위기감만 느끼게 하고 변화라곤 체감할 수 없음에도 대통령은 이 말을 두 번 언급하고, 미래 대한민국의 주인인 청년들을 'G20세대'라고 명명까지 했습니다. 과연 그들이 이 말에 동의하겠는지요. 88만원 세대로 불리는 그들이 말입니다.

위기감을 조성할 게 아니라 국가가 국민들이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함이 옳은 정책입니다. 그럼에도 대국민 신년 연설에서는 북한에 대해 많은 시간을 사용해 위기감을 강조했습니다. 녹색성장을 외치는 이명박 정부의 사업들이 졸속처리로 환경파괴를 일삼는 정책뿐입니다.

5분 연설도 지겨운 때 20여 분의 장황한 자화자찬을 들어야 했던 우리가 느낀 소감은, 허탈감과 G20에 오르지도 못한 국가의 국민들이 느끼는 행복감도 못되는 초라함입니다.

긴 말이 필요없군요. 김용민 화백의 <경향> 만평이 적절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구제역 침출수·4대강 사업·이명박 대통령의 신년 연설이 지닌 공통점은 국민들을 불편하게 하는, 이명박 정부가 만든 재앙입니다. 국민들을 옥죄는 그물처럼 촘촘히 꿰매진 미숙한 정책이 만든 이 시대의 비극입니다.
#대통령 신년 연설 #이명박 #구제역살처분 #G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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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보고, 많이 듣고, 더 많이 느끼고, 그보다 더 많이 생각한 다음 이제 행동하라. 시인은 진실을 말하고 실천할 때 명예로운 것이다. 진실이 아닌 꾸며진 말과 진실로 향한 행동이 아니라면 시인이란 이름은 부끄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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