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술을 합쳤으니 소년이 될 수밖에!"

대전 지역 교사 산악 동아리 '참메' 대둔산 산행기

등록 2011.01.04 16:00수정 2011.01.04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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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대둔산 바위를 땅 삼아 고고하게 서 있는 소나무

대둔산 바위를 땅 삼아 고고하게 서 있는 소나무 ⓒ 박병춘


새해맞이 산행! 꼭 1월 첫날이 아니어도 좋았다. 2일 오전 대전 지역 교사들로 구성된 산악 동아리 '참메' 회원 일곱 명이 대둔산에 오르기로 했다.

a 대둔산 본격 산행에 앞서 찰칵!

대둔산 본격 산행에 앞서 찰칵! ⓒ 박병춘


대둔산은 충남 금산군 진산면, 논산시 벌곡면과 전북 완주군 운주면의 경계에 있는 산으로 높이는 878미터다. 특히 낙조대에서 마천대까지는 기암괴석과 능선이 조화를 이뤄 산세 조망이 으뜸이다.


a 대둔산 차라리 내가 작아서 다행이다.

대둔산 차라리 내가 작아서 다행이다. ⓒ 박병춘


a 대둔산 저 능선의 부드러움! 선을 따라 나도 부드러워졌다.

대둔산 저 능선의 부드러움! 선을 따라 나도 부드러워졌다. ⓒ 박병춘


수락 주차장에 차를 대고 독수리 바위를 지나 낙조대를 거쳐 마천대(개척탑)를 오른 후 금남정맥을 일부 진행하여 월성봉 가기 전 안부에서 수락주차장까지 여섯 시간 동안 올가미 산행을 하였다.

겨울 산행을 할 때마다 자연의 은총을 받은 듯하다. 겨울 산은 우리에게 매서운 발톱을 언제 들이댈지 모른다고 했다. 그런데 지금까지 수차례 겨울 산행을 하면서 눈보라와 폭풍에 맞서 고된 경험을 해본 적이 없다. 때론 산행 중에 감내할 만큼의 시련이 와도 좋다는 알량한 자만도 하게 될 정도다.

a 대둔산 능선에 서면 알리라. 내가 얼마나 작은가를....

대둔산 능선에 서면 알리라. 내가 얼마나 작은가를.... ⓒ 박병춘


영하 10도라는 일기예보를 무색케 하듯 산행 길은 내내 포근했다. 바람까지 잠잠해서 바람막이 등산복을 배낭에 넣어둬야 했다. 시계는 좀 흐렸지만 그 자체로 신비감을 자아냈다. 산과 산 사이를 가득 메운 결 고운 구름이 신선을 싣고 순항 중이다.    

뭍에서 볼 수 없는 세상이 산에 있다. 그게 아니라면 산에 오를 이유가 있을까? 우뚝 선 바위는 너와 내가 닮고 싶은 모습이 되고, 바위 위에 홀로 선 나무는 너와 나의 자화상이 된다. 가고 싶어 갈 수 있는 곳이면서 아무리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곳이 산이다.

a 대둔산 "사진을 너무 건조하게 찍지 맙시다! 눈싸움이라도 좀 하고!"

대둔산 "사진을 너무 건조하게 찍지 맙시다! 눈싸움이라도 좀 하고!" ⓒ 박병춘


좋은 사람들과 넘치지 않게 소주잔을 주고 나눈다. 다함께 사진을 찍는다. 너무 경직됐다. 더 자연스러운 그림 없을까? 사진을 찍는 내가 한 마디 건넨다. 회원 둘이서 눈싸움을 한다. 평소에도 티격태격하며 파안대소를 만들어주는 정 깊은 사람들이다.


지리산을 스무 번 이상 올랐다는 박종근 회원이 한 마디 한다.

"우리네 사람은 자연이나 술 앞에서 소년이 된답니다. 순수해진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오늘 산속에서 술까지 마셨으니 소년이 될 수밖에요!"


a 대둔산 "어따~! 재밌습니다그려!"

대둔산 "어따~! 재밌습니다그려!" ⓒ 박병춘


a 대둔산 파안대소란 이런 것!

대둔산 파안대소란 이런 것! ⓒ 박병춘


a 대둔산 내 마음 안에 바위 같은 사람, 박종근 회원이다.

대둔산 내 마음 안에 바위 같은 사람, 박종근 회원이다. ⓒ 박병춘


a 대둔산 사진만 찍다가 오랜만에 찍혔다. 산이 있어서 좋다. 그냥 좋다.

대둔산 사진만 찍다가 오랜만에 찍혔다. 산이 있어서 좋다. 그냥 좋다. ⓒ 박병춘


a 대둔산 갈 수 없다고 좌절하지 말자. 이미 가 있는 사람이 있다.

대둔산 갈 수 없다고 좌절하지 말자. 이미 가 있는 사람이 있다. ⓒ 박병춘


a 대둔산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곳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축복이다.

대둔산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곳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축복이다. ⓒ 박병춘


점심 반주로 곁들인 소주 몇 잔이 흥을 돋운다. 속세의 때 묻은 이야기들이 산속에서 진솔하다. 저급한 듯 야한 경험담이 햇살에 녹아 스며든다. 실컷 웃어도 괜찮은 이야기들이다. 낮술에 불콰한 얼굴이 부끄럽지 않다. 산에서 마시는 소주 몇 잔, 과하면 문제아가 되고 적당하면 생명수다. 하산하는 길, 발걸음 가볍고 머릿속 맑다. 산에 오기를 얼마나 잘 했는가!  

a 대둔산 "저 까마귀는 뭘 먹고 살까?"

대둔산 "저 까마귀는 뭘 먹고 살까?" ⓒ 박병춘


까마귀 한 마리가 큰 바위를 휘돌아 서둘러 날아간다. 먹고 버린 음식을 염탐했을지도 모른다. 어쩌랴, 남기지 못하고 남길 것도 없는 곳이 산이다. 저 까마귀는 눈 덮인 산에서 무엇을 먹고 살까. 잘 먹었으니 잘 날아갈 것이다. 

a 대둔산 "저기가 무슨 봉이더라?"

대둔산 "저기가 무슨 봉이더라?" ⓒ 박병춘


가끔은 방향 감각 없이 살아왔다. 목표를 잃었거나 무시했다. 어느 지점에서 어느 지점까지 거창하게 정해놓고 가다 말고 가다 말고 주저하기도 했다. 산길을 걷다 보면 내가 걸어온 길에 깜짝 놀랄 때가 있다. 내가 저 길을 걸어왔다는 사실에 경탄한다. 어디 산뿐이랴! 내가 걸었지만 참 잘 걸었다고 흡족해하는 일상을 그린다. 산이 있어서 참 좋다.
#대둔산 #참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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