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아울렛마저 들어오면 가게 닫아야죠"

[현장] 이천상인연합회, 롯데백화점 앞에서 아울렛 건립 백지화 요구

등록 2011.01.12 20:46수정 2011.01.13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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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발언중인 조철현 회장 조철현 이천시상인연합회 회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발언중인 조철현 회장 조철현 이천시상인연합회 회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 김수진


"가게는 아내에게 맡겨두고 올라왔습니다."

기온이 -10℃ 안팎을 오가던 12일, 날씨는 추웠지만 조철현(55) 이천시상인연합회 회장의 목소리는 결연했다.

이천시상인연합회 회원 30여 명은 이날 오후 1시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서울 한복판에 있는 이곳을 찾은 이유는 한 가지. 최근 건립이 확정된 롯데의 이천시 패션아울렛 개장 백지화를 요구하기 위해서였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9일, ㈜한국패션유통물류와 아울렛 부지 7만7000㎡ 매입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한국패션유통물류는 이천시 마장면 표교리 일대 약 79만 8000㎡에 '이천패션물류단지'를 조성할 예정이다. 롯데백화점은 이 패션물류단지 내에 2013년까지 총 1500억 여원을 투입해 연면적 8만2700㎡, 영업면적 3만3000㎡ 규모로 롯데 아울렛을 건립할 계획이다. 

이에 조철현 회장은 "여주 신세계 첼시(프리미엄 아울렛) 때문에 이미 이천 상권도 죽어있는 상태다, 롯데 패션 아울렛은 여주 신세계에서 차로 20분밖에 안 걸린다"며 "이천 중심 상권하고도 6~7km정도 떨어져 있을 뿐이다, 근처에 대형 아울렛이 또 들어온다면 지역상권은 완전히 초토화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천에서 청바지 전문점을 운영하는 이정환(45)씨 역시 "지금도 경기가 어려워 매출이 많이 감소했다"며 "이 상태에서 아울렛까지 들어오면 아마도 가게 문 닫아야 될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a 이천 상인들 이천 상인들이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앞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천 상인들 이천 상인들이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앞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 김수진


상인들은 롯데백화점의 이런 행보를 확실하게 저지하지 못하는 이천시를 원망하기도 했다. 상인연합회에 따르면, 조병돈 이천시장은 지난달 1일 상인회와의 면담에서 "롯데의 물류단지 내 부지 매입을 반대한다"며 "한국패션유통물류가 건물을 직접 짓지 않는 원형지 분양은 있을 수 없고, 이천에서 영업중인 브랜드 중복이 아닌 명품 브랜드만 취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함석구 이천시 교통행정 팀장 또한 12일 기자와 한 전화통화에서 "시에서는 해외 명품이 유치되도록 방향을 잡고 있다"며 "국내 브랜드가 들어와서 기존 상권과 겹치는 것을 막기 위해 노력중이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롯데가 아울렛을 개장하면 국내 브랜드가 들어올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거기까지는 민간 사업자의 일이기 때문에 파악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상인들이 롯데아울렛 입점에 대해 우려하는 것도 바로 이 점 때문이다. 실제로 롯데백화점은 김해 프리미엄 아울렛을 비롯해 대구 율하점, 광주 월드컵점 등 총 4개의 아울렛을 운영하고 있는데, 모든 지점에서 국내 의류 브랜드를 취급하고 있다.   


이천시와 상인들이 이렇게 롯데아울렛 입점을 반대하고 있지만, 아울렛을 추진하겠다는 롯데의 입장은 확고했다. 이날 조철현 회장은 롯데측과 면담을 진행했는데, 이 과정에서 롯데측이 "이천시의 입장은 상관없다"며 "우리는 패션물류주식회사가 모든 허가 문제를 해결한다는 조건 하에 땅을 매입하는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덧붙이는 글 | 김수진 기자는 오마이뉴스 13기 인턴기자입니다.


덧붙이는 글 김수진 기자는 오마이뉴스 13기 인턴기자입니다.
#롯데 #패션 아울렛 #소상공인 #경기 이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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