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버스나 대형화물차량이 빠른 속도로 인도 곁을 지나가는 찰나면 환경미화원들은 가슴을 졸이며 덜컥 주저앉는다고 이씨는 들려줬다.
이정민
기상예보를 보니 영하 12도에서 15도를 오락가락하는 매서운 추위라고 했는데, 걱정과 함께 제 시간에 깨어날 수 있을까 하는 긴장에 잠을 못 이루고 약속 장소에 나갔다. 만남 장소는 부개1동 경인대로 H주유소 앞.
너무 어두워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바깥 상황에 잠시 머뭇거렸지만, 이내 이씨와 만나니 마음이 놓인다. 이미 30분 전에 나와 거리의 쓰레기를 줍고 있었다는 이씨의 말에 또 한 번 미안하고 겸연쩍어 고개가 숙여졌다.
"날씨가 많이 추운데 왜 나오셨어요. 옷도 그렇게 설렁설렁 입고서 (한숨). 눈얼음이 켜켜이 쌓여 오늘은 리어카도 못 끌고 심지 굳은 빗자루와 마대자루만 들고 다니면서 청소하네요. 잘 쓸리지도 않고 일도 더디니까 추운날씨가 애석하기만 합니다. 그래도 끝까지 해야겠죠(웃음). 평생직장이고 업인데 힘들어도 열심히 해야죠." 정말 자동차도 거의 안 다니고, 사람 인기척도 보이지 않는 새벽녘에 둘만의 오붓한(?) 데이트를 시작해야만 했다. 이씨는 한 손엔 집게, 다른 한 손엔 마대자루를 들고서 연신 몸을 구부렸다 펴면서 쓰레기를 주워나갔다. 원래는 안전등이 켜있는 리어카를 뒤에 두고 다니면서 일을 해야 하지만, 경계석(=차도와 인도 경계에 놓은 시멘트구조물) 주위로 뭉쳐있는 눈덩이들 때문에 간단한 장비만 챙기고 일을 할 수밖에 없었다.
만난 지 30분이 지나자 발이 꽁꽁 얼어붙고, 손끝이 시려온다. 취재수첩과 펜도 이미 차갑게 얼어버려 글씨는 써지지도 않고, 걱정이 앞서온다. '도대체 어떻게 기록하지' 걱정하고 있는 그때에도 이씨는 묵묵히 구역을 돌며 빠르게 거리를 청소한다.
"구석구석에 광고지, 담배꽁초, 검은 봉투들이 끼어 있어서 이렇게 추운 날은 쓰레기 치우기가 더욱 힘들어요. 더군다나 바닥에 얼어붙은 종이는 떼어내기도 힘들고요. 눈 속에 파묻힌 쓰레기들은 제대로 보이지도 않아, 오전 근무를 마친 뒤에 주민들의 민원이 들어와 여간 곤혹스럽지 않습니다. 마음은 정말 티 하나 남기지 않고 깨끗이 청소하고 싶은데 그날그날 여건과 날씨, 환경에 따라 변수가 참 많아 속상하네요"#오전 6시, 1시간 만에 몸을 덥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