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석준 기상청장, 이런 경력이 더 문제다

기상청의 민영화와 민간기상사업자 출신 기상청장의 등장

등록 2011.02.23 16:17수정 2011.02.24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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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 수정 : 24일 오후 2시 ]

강원도에 100년 만의 폭설이 내렸다. 눈에 완전히 덮힌 강원도 도시들의 풍경은 신기함을 넘어 두려움마저 들게 한다. 한반도에 살고 있는 우리도 이상기후, 기후변화 등으로 인한 변화를 몸으로 실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의 유난스러운 한파가 기후변화의 영향인지 과학적으로 확실하지는 않지만, 국민들은 기후변화로 인한 것이라고 생각할 만큼 기후변화 문제는 일상적인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 이상한파, 폭염, 폭설, 농작물의 작황부진 등 셀 수 없이 많은 문제들이 이슈가 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실제 날씨, 기상변화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를 높이는데 영향을 미치기도 하며 최근에 급속히 보급되고 있는 스마트폰과 같은 모바일기기 등을 통해 다양한 형태의 기상정보를 받을 수 있게 됨으로서 국민들의 기상정보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고 있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기상청장이 교체됐다. 교체된 기상청장이 27년 전 음주 뺑소니 경력이 있는 것을 두고 여야 간, 기상청장을 임명한 청와대와 국회 간의 갈등도 불거져 나오고 있으며 여론도 곱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고위공직자로 임명되기에 부적절한 경력이 있음을 인지하고도 이를 강행한 청와대의 인사횡포에 대한 반감과 음주뺑소니라는 악질적인 행동에 대한 국민들의 민감한 반응은 당연한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편 새로 임명된 기상청장 개인의 과거경력만 문제가 될 뿐 기상청 설립이래 최초로 민간기상업자 출신의 인물이 한 나라의 기상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기상청장에 임명된 의미에 대해서는 깊이 논의돠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민간기상업자 출신의 기상청장 임명의 의미

 조석준 기상청장
조석준 기상청장기상청
논란이 되고 있는 조석준 신임 기상청장의 화제가 된 이력에는 KBS 기상아나운서 출신이라는 것이 있지만 사실 더 주목해야 하는 것은 오히려 청장으로 임명되기 직전까지 민간기상업체에서 일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과거 '웨더뉴스채널 부사장', '웨더프리 대표이사'를 역임한 그는 취임사를 통해 '민간기상산업'을 1000억 원대의 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것을 핵심목표로 제시했다. 또한 "전매청과 철도청이 민간화하고 치안 수요를 경찰과 보안 산업이 나눠 맡듯이 기상과 기후변화 대책을 기상청과 민간 산업이 쌍두마차가 돼 담당하도록 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사실 민간기상산업을 진흥하겠다는 것은 지난 2000년대 중반부터 꾸준히 있어왔던 논의인것이 사실이다. 실제 지난 2005년에도 당시 신경섭 전 기상청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기상예보 서비스를 민간으로 이양해 일자리를 만들고 앞으로 1조 원 규모의 기상산업을 창출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1조 원 규모의 기상산업 육성이 가능한 지 여부는 둘째치더라도 한국의 기상산업이 크지 않다는 것은 사실이다. 현재 한국의 기상산업 규모는 약 450억 원 규모로 알려져 있는데 이는 일본이나 미국의 기상산업 규모와 비교하면 크게 차이가 나고 있다. 일본은 기상산업이 약 3500억 원 수준, 미국은 2조 원이 넘는 규모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산업의 규모가 크지 않다고 해서 무조건 문제라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


한국의 경우 주로 민간기상산업이 기상장비의 측면에서 발달되어 있고 문제가 되는 것은 일본이나 미국과 비교해서 민간기상예보 산업의 발달이 더딘 지점인데 기상예보업무를 민간이 맡는 것에 대해서는 기상정보가 공공재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고려해 깊이 고려해야 할 지점들이 많기 때문이다.

한미일 기상산업 규모 및 한국의 기상사업규모 출처 : 기상청 2010년 국정감사 업무보고 자료
한미일 기상산업 규모 및 한국의 기상사업규모출처 : 기상청 2010년 국정감사 업무보고 자료새사연

이미 각종 이상기후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인식하고 있듯이 기상정보는 현재도 그리고 향후에도 각종 산업, 국민생활, 국가정책 등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기상정보의 중요성이 커짐에 따라서 다양하고 신속한 기상정보의 제공 또는 개발이 더욱더 중요해 질 것도 쉽게 예상할 수 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국민생활 전반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것은 그것이 바로 공공재적 성격을 가지게 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도서산간지역까지 곳곳에 설치된 기상관측장비와 기상대, 이를 총괄하는 기상청의 예보시스템, 태풍 등의 재난예측 시스템 등은 사실상 국가인프라이며 국민생활과 밀접한 사회인프라이기도 하다.

향후에 기후변화, 기상변화가 점점 중요해질수록 기상정보는 공공재적 성격을 강하게 가지게 될 것이다. 문제는 현재 신임 기상청장과 정부가 기상정보가 공공재라기보다는 민간의 산업육성을 위한 소스 정도로 인식하고 있다는 데에 있다.

기상청의 민영화 논리가 초래할 패혜

'민간기상산업' 육성은 2009년에 제정된 '기상산업진흥법'에 기초하고 있다. '기상산업진흥법'의 핵심은 민간기상산업 육성을 위해 기상청에서 개발한 기술을 민간에게 이양하는 것과 함께 민간예보시장 활성화를 위해 기존에는 기상청만 할 수 있었던 대국민 기상예보를 민간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에 있다. 이 법이 제정된 이후 민간기상업자들도 국민들을 대상으로 날씨예보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문제는 민간기상업자들이 국민들에게 기상예보를 통해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냐에 있다. 현재 국민들에게 상당히 불신을 받고 있는 기상청의 기상예보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한국의 기상예보 수준이 그렇게 낮은 수준은 결코 아니다. 실제 자료에 따르면 비가 올 것인지 아닐지를 예측하는 강수 유무 정확도를 보면 '07년도 기준으로 한국 기상청의 예보정확도는 85.0%로 일본(84.3%)과 비슷한 수준이다. 세계 3위의 기상기술력을 자랑하는 일본보다 조금 높은 수준이다.

물론 기온이나, 주간예보 등으로 가면 정확도는 일본보다 약간 낮은 수준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유난히 날씨에 민감한 일본보다 조금 낮은 수준이라고 한다면 이는 결코 무시 못할 수준의 정확도라 할 수 있다. 현재 한국 기상청의 기상기술력 수준은 세계 9위에 해당한다('08년, 세계기상기구 기준 / 1위 유럽중기예보센터, 2위 영국, 3위 일본, 4위 미국, 8위 중국, 10위 러시아).

이런 상황에서 민간기상업자들이 대국민예보에서 기상청에 비해서 특별한 비교우위를 가지기가 쉽지 않다. 가능한 방법이 있다면 국민들의 다양한 요구에 맞는 콘덴츠들을 개발하는 것이 있을 수 있다. 예를 들면 골프를 많이 치는 사람들을 위해 유료로 골프장 지역에 특화된 기상예보를 제공하거나 특정 산업에 특화된 기상예보를 유료로 제공하면서 차별화하는 것이 있을 수 있다.

이런 경우 기상청이 기본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기상정보를 민간업자들에게 개방하고 민간업자들이 이 기본적인 기상정보를 가공해서 국민들에게 다양한 기상 콘덴츠를 제공하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일수도 있다.

문제가 되는 것은 전체국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기상예보의 경우이다. 기상청이 대국민예보를 더 정확하게 다양하게 하는 한 민간기상업자들이 일반적인 기상예보에서 기상청보다 더 우월한 예보를 하기가 쉽지 않다는데에 있다. 이러다보니 민간기상업자들은 기상청에 대국민 기상예보를 제공함에 있어서 민간의 영역을 침해하지 말라는 식의 주장을 하기도 한다. 좀 당황스러운 이야기일수 있지만 민간기상업자들이 수익을 내기 위해서 기상청이 대국민 기상예보나 서비스의 질을 낮은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일본은 지난 1993년부터 대국민 기상예보, 기상정보 제공을 민간사업자도 할 수 있도록 개방하였으나 2000년대 중반에 민간기상업자(웨더뉴스)들이 일본기상청이 국민들에게 인터넷을 통해 기상예보를 하지 못하도록 요구하고 일본기상청이 독자개발한 자외선 지수, 황사지수 등을 예보하지 못하도록 압력을 넣어 사회적인 문제가 된 적이 있다. 민간기상업체들의 인터넷 예보서비스 사이트의 광고단가가 낮아진다는 것이 이유였다.

국가가 시장의 영역을 침해한다는 것이 그들의 주된 논리였음은 당연하다. 민간에 기상예보를 개방하고 기상산업진흥을 기상청의 제1목표로 설정한 이상 한국도 이미 이런 상황이 올 수 있는 조건이 모두 갖추어져 있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황사예보'의 경우 어떻게 할 것인가? 8,90년대와는 다르게 2000년대 들어오면서 황사예보는 국민들에게 매우 민감한 기상정보가 되어있다. 전체 국민의 건강이나 산업 등에 미치는 영향도 어마어마한 수준이다. 이처럼 기상예보라는 것은 수십년, 수백년 동안 똑같은 것이 아니다.

특히 기후변화시대를 맞이해서는 다양한 기상변화가 국민들의 삶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이를 국가차원에서 국민들에게 제공해야 하는 상황이 닥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기상청이 국민전체에게 공익적 성격을 가지는 기상예보를 제공하려 하는 것이 민간기상업자들의 민간기상예보시장의 영역을 침해한다는 반발이 나올 수 있다.

이것이 한국정부의 공공성에 대한 인식부재를 과장해서 생각하는 지나친 기우일까? 그러나 신임 기상청장이 바로 앞서 언급한 일본에서 문제가 되었던 민간기상업체인 '웨더뉴스'의 한국지부 방송이었던 '웨더뉴스채널'의 부사장 출신이라는 이력은 역시 우연일 뿐일까?

바로 이 때문에 민간기상업자들에게 기상예보를 개방하고 기상청의 업무를 쉽게 민간에게 이양하는 것에 주의해야 하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가다보면 내일 비가올지 안올지와 같은 날씨예보를 돈을 내야만 볼 수 있는 시기가 오는 것일까?

이미 시작된 기상청 민영화로 인한 국민들의 피해

바로잡습니다
애초 기사에 언급된 "'케이웨더(주)'가 초단기예보,생활지수,위성영상 등을 제공한다"는 내용은 사실과 다릅니다. 독자여러분과 '케이웨더(주)'에 사과드립니다.
실제 기상청은 최근 급속히 보급되고 있는 스마트폰을 염두하고 윈도우 모바일폰 용으로 기상청 어플리케이션을 제작한바 있다. 그러나 신임 기상청장이 취임하자 전 국민에게 무료로 제공하려 했던 스마트폰용 기상청 어플리케이션을 개발이 완료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배포하지 않고 민간업자에게 이양하겠다고 밝혀 민간기상산업 육성과 기상청의 공익적 성격이 어떻게 충돌하는지를 몸소 보여준바 있다.

이미 기상청이 개발한 다양한 기상정보를 민간기상업자들의 반발과 시장논리로 인해 국민들이 제공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는 기상청이 전체 국민들에게 충분히 제공할 수 있는 기상정보를 민간기상업자의 유료서비스와 충돌한다고 하여 일부러 국민들에게 제공하지 않는 것으로 기상정보, 예보의 공익적 성격을 완전히 부정하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일들이 계속된다면 향후에는 중요한 기상정보, 날씨예보는 돈을 내고 민간기상업자들의 콘덴츠를 구입한 국민 일부만이 제공받게 되고 일반 국민들은 아주 기초적인 기상정보만 제공받게 되는 기상정보의 양극화가 나타날 수 도 있다. 심지어는 미국처럼 향후에 기상청은 특보나 경보만을 제공하고 일반예보는 민간업자가 진행하게 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자연스레 기상정보의 유료화와 가격상승이 초래될 위험성도 있다. 

우려되는 기상청 민영화의 방향 현재대로라면 기상청은 향후 이런 단계로 민간이양될 가능성이 크다
우려되는 기상청 민영화의 방향현재대로라면 기상청은 향후 이런 단계로 민간이양될 가능성이 크다새사연

따라서 지금은 기상청 업무의 민간이양과 같은 기상청 민영화 논리가 아니라 기상정보의 중요도가 커지는 상황에 맞게 기상정보의 공공재적 성격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기상청이 앞장서서 더 많은 국민들에게 다양하고 심도있는 기상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힘을 기울여 한다. 또한 기후변화시대를 맞이하여 기상정보의 활용도를 높이고 국가정책적으로 이를 활용하는 방안등을 더 깊이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산업을 육성해서 수익을 내겠다는 시장의 논리를 우선할 시점이 결코 아닌 것이다.

조석준 신임 기상청장은 취임식에서 철도의 민간화, 경찰업무의 민간화를 예로 들며 민간기상산업 육성, 기성청의 역할분리 등을 강조했다. 이미 우리에게 익숙한 전형적인 민영화 논리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기후변화시대를 맞이해서 기상정보가 점점 더 국민생활, 산업, 국가정책과 밀접한 관계를 맺게 됨에 따라 기상정보의 공공재적 성격을 더 강화해야 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다.

27년 전의 음주뺑소니에 대해 기상청장은 국민들에게 봉사하며 평생 빚을 갚겠다고 했다. 그러나 정작 기상청의 민영화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는 감히 갚을 수 없는 빚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새사연 #기상청 #기상청장 #조석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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