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기상산업 규모 및 한국의 기상사업규모출처 : 기상청 2010년 국정감사 업무보고 자료
새사연
이미 각종 이상기후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인식하고 있듯이 기상정보는 현재도 그리고 향후에도 각종 산업, 국민생활, 국가정책 등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기상정보의 중요성이 커짐에 따라서 다양하고 신속한 기상정보의 제공 또는 개발이 더욱더 중요해 질 것도 쉽게 예상할 수 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국민생활 전반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것은 그것이 바로 공공재적 성격을 가지게 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도서산간지역까지 곳곳에 설치된 기상관측장비와 기상대, 이를 총괄하는 기상청의 예보시스템, 태풍 등의 재난예측 시스템 등은 사실상 국가인프라이며 국민생활과 밀접한 사회인프라이기도 하다.
향후에 기후변화, 기상변화가 점점 중요해질수록 기상정보는 공공재적 성격을 강하게 가지게 될 것이다. 문제는 현재 신임 기상청장과 정부가 기상정보가 공공재라기보다는 민간의 산업육성을 위한 소스 정도로 인식하고 있다는 데에 있다.
기상청의 민영화 논리가 초래할 패혜'민간기상산업' 육성은 2009년에 제정된 '기상산업진흥법'에 기초하고 있다. '기상산업진흥법'의 핵심은 민간기상산업 육성을 위해 기상청에서 개발한 기술을 민간에게 이양하는 것과 함께 민간예보시장 활성화를 위해 기존에는 기상청만 할 수 있었던 대국민 기상예보를 민간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에 있다. 이 법이 제정된 이후 민간기상업자들도 국민들을 대상으로 날씨예보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문제는 민간기상업자들이 국민들에게 기상예보를 통해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냐에 있다. 현재 국민들에게 상당히 불신을 받고 있는 기상청의 기상예보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한국의 기상예보 수준이 그렇게 낮은 수준은 결코 아니다. 실제 자료에 따르면 비가 올 것인지 아닐지를 예측하는 강수 유무 정확도를 보면 '07년도 기준으로 한국 기상청의 예보정확도는 85.0%로 일본(84.3%)과 비슷한 수준이다. 세계 3위의 기상기술력을 자랑하는 일본보다 조금 높은 수준이다.
물론 기온이나, 주간예보 등으로 가면 정확도는 일본보다 약간 낮은 수준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유난히 날씨에 민감한 일본보다 조금 낮은 수준이라고 한다면 이는 결코 무시 못할 수준의 정확도라 할 수 있다. 현재 한국 기상청의 기상기술력 수준은 세계 9위에 해당한다('08년, 세계기상기구 기준 / 1위 유럽중기예보센터, 2위 영국, 3위 일본, 4위 미국, 8위 중국, 10위 러시아).
이런 상황에서 민간기상업자들이 대국민예보에서 기상청에 비해서 특별한 비교우위를 가지기가 쉽지 않다. 가능한 방법이 있다면 국민들의 다양한 요구에 맞는 콘덴츠들을 개발하는 것이 있을 수 있다. 예를 들면 골프를 많이 치는 사람들을 위해 유료로 골프장 지역에 특화된 기상예보를 제공하거나 특정 산업에 특화된 기상예보를 유료로 제공하면서 차별화하는 것이 있을 수 있다.
이런 경우 기상청이 기본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기상정보를 민간업자들에게 개방하고 민간업자들이 이 기본적인 기상정보를 가공해서 국민들에게 다양한 기상 콘덴츠를 제공하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일수도 있다.
문제가 되는 것은 전체국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기상예보의 경우이다. 기상청이 대국민예보를 더 정확하게 다양하게 하는 한 민간기상업자들이 일반적인 기상예보에서 기상청보다 더 우월한 예보를 하기가 쉽지 않다는데에 있다. 이러다보니 민간기상업자들은 기상청에 대국민 기상예보를 제공함에 있어서 민간의 영역을 침해하지 말라는 식의 주장을 하기도 한다. 좀 당황스러운 이야기일수 있지만 민간기상업자들이 수익을 내기 위해서 기상청이 대국민 기상예보나 서비스의 질을 낮은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일본은 지난 1993년부터 대국민 기상예보, 기상정보 제공을 민간사업자도 할 수 있도록 개방하였으나 2000년대 중반에 민간기상업자(웨더뉴스)들이 일본기상청이 국민들에게 인터넷을 통해 기상예보를 하지 못하도록 요구하고 일본기상청이 독자개발한 자외선 지수, 황사지수 등을 예보하지 못하도록 압력을 넣어 사회적인 문제가 된 적이 있다. 민간기상업체들의 인터넷 예보서비스 사이트의 광고단가가 낮아진다는 것이 이유였다.
국가가 시장의 영역을 침해한다는 것이 그들의 주된 논리였음은 당연하다. 민간에 기상예보를 개방하고 기상산업진흥을 기상청의 제1목표로 설정한 이상 한국도 이미 이런 상황이 올 수 있는 조건이 모두 갖추어져 있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황사예보'의 경우 어떻게 할 것인가? 8,90년대와는 다르게 2000년대 들어오면서 황사예보는 국민들에게 매우 민감한 기상정보가 되어있다. 전체 국민의 건강이나 산업 등에 미치는 영향도 어마어마한 수준이다. 이처럼 기상예보라는 것은 수십년, 수백년 동안 똑같은 것이 아니다.
특히 기후변화시대를 맞이해서는 다양한 기상변화가 국민들의 삶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이를 국가차원에서 국민들에게 제공해야 하는 상황이 닥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기상청이 국민전체에게 공익적 성격을 가지는 기상예보를 제공하려 하는 것이 민간기상업자들의 민간기상예보시장의 영역을 침해한다는 반발이 나올 수 있다.
이것이 한국정부의 공공성에 대한 인식부재를 과장해서 생각하는 지나친 기우일까? 그러나 신임 기상청장이 바로 앞서 언급한 일본에서 문제가 되었던 민간기상업체인 '웨더뉴스'의 한국지부 방송이었던 '웨더뉴스채널'의 부사장 출신이라는 이력은 역시 우연일 뿐일까?
바로 이 때문에 민간기상업자들에게 기상예보를 개방하고 기상청의 업무를 쉽게 민간에게 이양하는 것에 주의해야 하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가다보면 내일 비가올지 안올지와 같은 날씨예보를 돈을 내야만 볼 수 있는 시기가 오는 것일까?
이미 시작된 기상청 민영화로 인한 국민들의 피해바로잡습니다 |
애초 기사에 언급된 "'케이웨더(주)'가 초단기예보,생활지수,위성영상 등을 제공한다"는 내용은 사실과 다릅니다. 독자여러분과 '케이웨더(주)'에 사과드립니다. |
실제 기상청은 최근 급속히 보급되고 있는 스마트폰을 염두하고 윈도우 모바일폰 용으로 기상청 어플리케이션을 제작한바 있다. 그러나 신임 기상청장이 취임하자 전 국민에게 무료로 제공하려 했던 스마트폰용 기상청 어플리케이션을 개발이 완료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배포하지 않고 민간업자에게 이양하겠다고 밝혀 민간기상산업 육성과 기상청의 공익적 성격이 어떻게 충돌하는지를 몸소 보여준바 있다.
이미 기상청이 개발한 다양한 기상정보를 민간기상업자들의 반발과 시장논리로 인해 국민들이 제공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는 기상청이 전체 국민들에게 충분히 제공할 수 있는 기상정보를 민간기상업자의 유료서비스와 충돌한다고 하여 일부러 국민들에게 제공하지 않는 것으로 기상정보, 예보의 공익적 성격을 완전히 부정하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일들이 계속된다면 향후에는 중요한 기상정보, 날씨예보는 돈을 내고 민간기상업자들의 콘덴츠를 구입한 국민 일부만이 제공받게 되고 일반 국민들은 아주 기초적인 기상정보만 제공받게 되는 기상정보의 양극화가 나타날 수 도 있다. 심지어는 미국처럼 향후에 기상청은 특보나 경보만을 제공하고 일반예보는 민간업자가 진행하게 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자연스레 기상정보의 유료화와 가격상승이 초래될 위험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