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기 '확' 꺾은 '오마이뉴스', 끝까지 함께하련다

[오마이뉴스 창간 11년] 여행기사로 상 받았지만 더 애착가는 책동네 기사

등록 2011.02.24 09:06수정 2011.02.24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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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오마이뉴스>는 오늘(2월 22일)로 창간 11돌을 맞았습니다. 그간 오마이뉴스와 함께 시민참여저널리즘을 일궈왔던 독자, 시민기자, 10만인클럽 회원 여러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11살 생일 날, 시민기자들의 소회를 모아 기사로 내보냅니다. [편집자말]
a 추리소설 읽고 글쓰기 재미있는 추리소설을 읽는 행복한 순간들

추리소설 읽고 글쓰기 재미있는 추리소설을 읽는 행복한 순간들 ⓒ 김준희


내가 오마이뉴스에 처음으로 기사를 보냈던 것은 2002년 여름이었다. 월드컵으로 전국이 떠들썩하던 그때, 나는 직장에서 열심히(?) 일을 하며 초등학교 때부터 좋아했던 추리소설을 틈틈이 읽고 있었다. 그러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게 되었다.


'추리소설을 읽는 것에 그치지 말고 서평을 한번 써보면 어떨까.'

한번 떠오른 이 생각은 머릿속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쓰는 건 좋은데 그렇다면 어디에 어떻게 쓸 것인가, 하는 것이 문제였다. 자기만족을 위해서 서평을 쓰더라도, 기왕 쓴 글 누군가에게 보여준다면 더욱 좋지 않을까. '이것도 글이라고 썼냐?'라는 식의 욕을 듣더라도.

정확하게 기억나지는 않지만 9년 전 여름에는 블로그나 미니홈피 등이 없었던 것 같다. 개인 홈페이지를 개설해서 그곳에 글을 모아두는 것도 한 방법이겠지만 가급적이면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는, 공인된 매체에 글을 싣는 것이 좋을 거라고 생각했다.

문제는 그런 매체에서 내 글을 받아줄까, 하는 것이었다. 아무 이름도 없는 직장인에 불과한 나의 글을 어느 매체에서 좋다고 받아줄까. 그래도 뜻이 있는 곳에 길도 있을 거라고 생각한 나는 업무시간에도 열심히 인터넷을 돌아다녔다.

그러다가 눈에 들어온 것이 바로 <오마이뉴스>였다. 기자회원으로 가입하면 글을 보낼 수 있고 정식기사로 채택되면 기사 등급에 따라서 소정의 원고료까지 받을 수 있다는 사실도 그때 알게 되었다. 이름없는 직장인에 불과한 내 글을 받아주는 것도 고마운데 돈까지 준다고? 그동안 내가 찾아왔던 이상적인 매체를 드디어 발견한 것이다.


9년 전에 우연히 알게된 <오마이뉴스>

나는 바로 기자회원으로 가입을 했고, 내 멋대로 '추리소설 이야기'라는 부제목을 달아서 글을 보내기 시작했다. 당시에 기사쓰기 화면이 어떤 구성이었는지 정확히 기억나진 않는다. 다만 지금의 '취재경위' 비슷한 항목에 '추리소설 이야기를 연재할 계획입니다' 대충 이런 말을 덧붙여서 기사를 보냈다.


그리고 그날 편집부의 한 여기자에게 전화를 받았다. 그때 나에게 전화했던 여기자의 이름이 무엇이었는지는 전혀 기억에 없다.

"글의 내용이 너무 주관적이어서 연재하기가 곤란하겠는데요."

그녀는 무척 친절하게 그리고 미안하다는 듯이 위와 같은 이야기를 나에게 전해주었다. 업무시간에 이 전화를 받고나서 한동안 사무실에 멍하니 앉아 있었던 것 같다. 나름대로 야심차게 시작한 글쓰기였는데 연재하기가 곤란하겠다니? 그럼 앞으로 나보고 글 쓰지 말라는 이야긴가? 머릿속에서는 오만가지 생각이 맴돌았다. 시작하기도 전에 기가 꺾여버린 셈이다.

당연하게도 그 글은 생나무가 되어버렸지만 나의 기가 완전히 꺾인 것은 아니었다. 글의 내용이 주관적이라서 문제가 된다면 주관적이지 않게 쓰면 된다. 나는 다시 마음을 다지고 새롭게 글을 써서 한편, 두편 보냈고 이번에는 정식기사로 채택되기 시작했다. 편집부의 전화도 더이상은 없었다.

이후에도 몇 편의 기사가 생나무 처리되었지만 그래도 잉걸로 채택되는 기사들이 훨씬 더 많았기에 나는 계속 글을 쓸 수 있었다. 지금의 '버금'에 해당하는 '메인서브'까지 올라가서 화면에 주요하게 배치되면 점심을 안 먹어도 기분이 좋았다.

독자들의 반응도 괜찮은 편이었다. 특정 작가를 거론하면서 '이 작가의 작품도 재미있다'라는 식의 댓글도 있었고, 어떤 독자는 '너의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끝은 심히 창대하리라'라고 위로인지 격려인지 모를 말을 남기기도 했다.

그렇게 시작한 책동네 글쓰기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물론 그동안 책동네 기사만 쓴 것은 아니다. 몇 차례의 배낭여행을 다녀와서 여행기도 많이 연재했다. 여행기사 덕분에 2006년에는 '이달의 뉴스게릴라'에 선정되었고, 2009년에는 '2월 22일상'도 받았다. 시민기자 명함을 받게 된 것도 여행기사 덕분이었다.

그런데도 나는 책동네 기사에 더욱 애착이 간다. 2002년도에 썼던 서평들은, 지금 내가 읽더라도 유치찬란하다고 생각될 만큼 제대로 된 글이 아니었다. 이후에 '추리소설 이야기'를 좀더 확장시켜서 '김준희의 즐거운 장르문학 읽기'라는 연재 코너를 정식으로 개설해서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앞으로도 함께할 책읽기와 글쓰기 그리고 오마이뉴스

a 추리소설 읽고 글쓰기 마지막 순간까지 함께 할 책읽기

추리소설 읽고 글쓰기 마지막 순간까지 함께 할 책읽기 ⓒ 김준희


"서평만 쓰지 말고 추리소설을 직접 써보지 그래요?"

주변에서 이런 이야기도 몇 차례 들었다. 그럴때면 나는 "창작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닙니다"라는 말로 웃어 넘긴다. 추리소설을 쓰고 싶은 꿈은 나에게도 있다. 앨러리 퀸이나 존 딕슨 카아가 남긴 수많은 명작들, 좀더 현대로 와서는 제프리 디버, 마이클 코넬리가 쓰는 멋진 작품들, 죽을 때까지 그런 작품 하나만 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추리소설 쓸려면 머리가 좋아야 되지 않니? 너는 안되겠다."

예전에 한 선배가 이런 이야기 한 적이 있다. 농담반 진담반이라는 걸 알기에 그냥 웃고 만다. 고등학교때 국어선생님이 했던 말이 떠오른다.

"시를 쓰고 싶은데 능력이 없어서 소설을 쓰고, 소설을 쓰고 싶은데 능력이 없어서 잡문을 쓴다."

그러니 나는 소설 쓸 능력이 없어서 잡문을 쓰고 있는 것이다. 그 잡문도 모이고 모이면 한편의 추리소설 만큼의 가치가 있을거라고 생각하면서. 책동네 기사에 더욱 애착이 가는 이유도 아직 버리지못한 창작의 꿈이 가슴속 어딘가에 남아있기 때문일 것이다.

2002년도에 기사를 쓰기 시작한 이후로 지금까지 내가 쓴 책동네 기사가 대략 280편 정도 된다. 기간에 비해서 적은 분량이지만 특정장르에 관한 글을 꾸준히 썼기 때문인지 몇몇 출판사에서는 신간이 나올 때마다 나에게 직접 책을 보내준다. 추천사를 써달라는 부탁을 받은 적도 있다.

이 모든 경험들은 <오마이뉴스>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생각이 든다. 글 쓸 공간을 찾아서 인터넷을 방황하던 9년 전, 우연히 만나게 된 오마이뉴스와의 인연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 것이다. 오래전 한 독자가 남긴 글처럼, 나의 끝이 심히 창대할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그 끝까지 <오마이뉴스>와 함께 하기를 바란다.
#오마이뉴스 창간 11주년 #책동네 #추리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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