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들의 맞팔을 응원합니다"

스마트한 세상을 향해 던지는 어르신들의 메세지

등록 2011.03.05 15:11수정 2011.03.05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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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안승준 어르신이 보내 온 멘션 첫 맞팔 안승준 어르신이 보내 온 멘션. 사진을 멋지게 찍으셔서 올리시고 제일 먼저 내게 축하를 부탁해 오셨다.

안승준 어르신이 보내 온 멘션 첫 맞팔 안승준 어르신이 보내 온 멘션. 사진을 멋지게 찍으셔서 올리시고 제일 먼저 내게 축하를 부탁해 오셨다. ⓒ 김병희

▲ 안승준 어르신이 보내 온 멘션 첫 맞팔 안승준 어르신이 보내 온 멘션. 사진을 멋지게 찍으셔서 올리시고 제일 먼저 내게 축하를 부탁해 오셨다. ⓒ 김병희

'SNS가 추세이니 트위터 계정 하나쯤은 가지고 있어야 하지 않나?' 하는 싱거운 마음으로 개설한 기관 트위터. 그동안 별 관리를 안 하고 있었는데 요즘 들어 부안복지관 트위터가 갑자기 늘어난 팔로워들로 연일 북적댄다.

 

감사인사, 응원과 격려의 글 외에 '복지관 로비 난로에 석유가 떨어졌습니다'라는 민원성 글까지 올리는 팔로워들은 다름 아닌 복지관 어르신들이다. 부안복지관 정보화교육실에서 올해 새롭게 마련한 'SNS교육과정'을 수강하시는 어르신들의 SNS활용 수준은 아직 SNS 계정 하나 갖고 있지 않은 직원들의 기를 꺾기에 충분했다. 내 첫 맞팔 안승준 어르신은 '김 선생님, 오늘 내 사진 트위터에 올렸어요. 축하해 주세요!'하며 멘션을 날리시며 깜짝 놀라게 했다.

 

지난해 부안복지관에서 실시한 이용자만족도조사에 따르면 많은 어르신들이 복지관에 다니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로 '컴맹탈출'을 꼽았다. 은퇴할 무렵 컴퓨터가 일반화 되었다는 한 어르신은 '내가 써먹을 일이 어디 있겠냐' 싶어 따로 배우지 않고 후배들에게 일처리를 부탁했었는데 막상 은퇴하고 보니 컴퓨터를 몰라 답답한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또 한 어르신은 컴퓨터로 이런 저런 정보도 얻고 손주녀석들에게 안부도 전하고 싶으셔서 배우게 되셨다고 한다.

 

그렇게 시작한 부안복지관 정보화교육실 어르신들의 컴퓨터 실력은 컴퓨터로 자녀들에게 문자보내기, 손주들에게 메일 보내기, 개인 블로그 만들기 등의 미션을 척척 수행해 내셨을 정도로 정평이 나있다.  뿐만 아니라 온라인 모금사이트 해피빈에서 콩을 모아 복지관 해피로그에 기부를 하셨고 디카 찍는 법과 포토샵 활용법을 배우셔서 멋진 작품들을 만들어 내시기도 하셨다.

 

특히 2009년 4월, 디카반 어르신들께서 장애인편의시설 모니터링에 참여해 포스터를 만들어 부안복지관 로비와 부안댐 물문화관 로비에 전시하며 부안지역 편의시설 실태에 대해 알리셨던 일은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것이다. 복지관에서 가장 큰 행사로 꼽는 2010년 '명랑운동회'를 알렸던 홍보물도 포토샵 활용반 어르신들 작품이었다.

 

올해 어르신들은 기획홍보팀에 깜짝 놀랄 만한 도전장을 내미셨다. 바로 기획홍보팀에서 제작하고 있는 부안복지관 웹진을 제작해 보시겠다고 나선 것이다. 기술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직접 소식을 취재하고 작성해서 웹진을 구실로 어르신기자단을 꾸려보시겠다는 것이었다.

 

좋은 생각이었다. 물론, 웹진 발행과 관련하여 어르신들을 도와야 하니 내가 혼자 만드는 것 보다야 힘들 것이다. 하지만 컴퓨터 끄고 켤 줄도 모르고 마우스가 뭔지도 몰랐던 어르신들이 디카를 배우고 포토샵을 배워 복지관 온라인 소식지를 직접 만드는 홍보담당자가 된다면 얼마나 멋진 일인가! 

 

정보화교육을 통해 변화하는 어르신들의 모습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느리지만 꾸준히 도전하시는 열정, 정성을 다하고 예를 갖춰 전하는 메시지, 복지관을 귀하게 여기는 마음. 트위터를 통해 맞팔 하며 만나는 어르신들의 이런 모습은 우리가 어떤 자세로 지역을 섬겨야 하는지를 잘 반영해 준다. 단순히 컴퓨터 기능만을 익히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두루두루 이롭게 활용하고 자유롭게 소통하는 어르신들을 뵈면서 말이다.

 

어르신들은 요즘 트위터와 페이스북 연동하기를 배우셔서 페이스북까지 섭렵해 오고 계신다.  또 얼마나 많은 세상을 경험하시고 우리에게 나누어 주실까. 새 봄, 스마트한 세상을 향해 던지는 어르신들의 맞팔을 힘차게 응원해 본다.

 

a 어르신들이 보내 오신 멘션들 이날 수업 주제는 '멘션보내기', 프로필 사진 올리기는 다음시간에 이뤄졌다. ㅋㅋ 닉네임이 어려우면 '뜯어 고치라'고 혼내시니 닉네임 어려우신 분들은 어르신들과 맞팔할때 각오하시길...

어르신들이 보내 오신 멘션들 이날 수업 주제는 '멘션보내기', 프로필 사진 올리기는 다음시간에 이뤄졌다. ㅋㅋ 닉네임이 어려우면 '뜯어 고치라'고 혼내시니 닉네임 어려우신 분들은 어르신들과 맞팔할때 각오하시길... ⓒ 김병희

▲ 어르신들이 보내 오신 멘션들 이날 수업 주제는 '멘션보내기', 프로필 사진 올리기는 다음시간에 이뤄졌다. ㅋㅋ 닉네임이 어려우면 '뜯어 고치라'고 혼내시니 닉네임 어려우신 분들은 어르신들과 맞팔할때 각오하시길... ⓒ 김병희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부안독립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11.03.05 15:11ⓒ 2011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부안독립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부안복지관 #정보화교육 #어르신 #맞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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