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털 한 털"...이게 바로 장인이 그린 호랑이

[인터뷰] 한국 호랑이 화가 오동섭

등록 2011.03.11 15:59수정 2011.03.11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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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산야에서 한국 호랑이가 사라진 지는 오래다. 그렇게 사라진 한국 호랑이를 40년째 그리는 화가가 있다. 그가 바로 한국 호랑이 화가 송은 오동섭씨다. 오동섭씨는 오직 혼자만의 독학으로 호랑이 그림을 그리게 되었다고 한다. 그를 지난 9일 만나 인터뷰했다.

a 송은 오동섭 한국 호랑이를 그리고 있는 오동섭씨

송은 오동섭 한국 호랑이를 그리고 있는 오동섭씨 ⓒ 강형구


전라남도 영광에서 태어난 오동섭씨는 어려 그림그리기를 좋아했다. 그러나 현실은 그림 그리기에만 몰두하도록 허락하지 않았다. 생활고로 늘 허덕여야 했던 것이다. 광주로 와서 문인화 산수화 등을 배웠다. 어려 개나 소, 말,  닭 등을 잘 그렸던 오동섭씨는 강하고 아름다운 호랑이를 그리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나 어디에서도 호랑이 그림을 가르쳐 주는 곳은 없었다. 그렇다고 변변한 책도 없었다. 스승을 찾아 호랑이 그림을 배워보고도 싶었으나 아무도 제자로 받아주지 않았다. 별 수 없이 독학으로 호랑이를 그려야만 했다.


오동섭씨는 이왕 호랑이 그림을 그리려면 뼈나 근육 등 모든 기관을 해부학적으로 이해해야겠다고 생각하고 기초적인 그림공부를 했다. 실경산수화를 공부하면서 호랑이 그림공부를 하면서 보니 조선시대의 강세황이나 운보 김기창, 남농 허건 같은 화가들이 호랑이 그림을 어쩌다 한 점씩 그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과연 우리 민족은 호랑이를 어떻게 생각하고 그림을 그렸던 것일까? 깊은 의문에 빠진 오동섭씨는 실재로 호랑이를 관찰하기 위하여 광주 우치동물원, 대전동물원, 과천동물원 등을 제 집 드나들 듯이 다니게 된다. 심지어 과천동물원에서는 근접하여 호랑이를 관찰하기 위해 1년 6개월 가량 하숙을 했다고 한다.

a 호랑이   한국 호랑이

호랑이 한국 호랑이 ⓒ 강형구


그렇게 호랑이를 근접 관찰하면서 오동섭씨는 움직임이나 특성 등을 재발견하기에 이른다. 그때부터 시작한 연구 관찰이 현재에 이르러서는 호랑이의 특성을 신체 각 부위별로 세심히 정리하여 호랑이 그림을 누구나 그릴 수 있게 서적 출판을 할 만큼 자료를 구비하게 되었다고 한다.   

관찰과 연구를 거듭하던 어느 날 오동섭씨는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그것은 호랑이가 단순한 동물이 아니라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우리 민족과 함께 수많은 삶의 질곡을 달려온 호랑이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한 것이다.

a 호랑이 백호

호랑이 백호 ⓒ 강형구


고대 선사시대 암각화에 나타나는 호랑이에서부터 고구려 무덤 벽화의 수렵도에 나타나는 호랑이, 각종 민화에서 등장하는 익살스런 호랑이, 효자나 의인을 지켜주는 전설 속의 호랑이, 사찰 산신각에 가면 하얀 수염을 늘어뜨린 산신령과 함께 있는 호랑이 등 다양한 호랑이를 발견하게 된 것이다. 이는 단순한 동물로서의 호랑이가 아니라 우리 민족혼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호랑이에 대한 인식이었다.


그때부터 오동섭씨는 호랑이 그림에 우리 역사와 문화 그리고 한국인의 영혼을 담아야겠다고 생각하고 호랑이를 그렸다.

그렇다면 왜 지금 우리 강산에는 호랑이가 사라져버렸을까? 하룻밤에 수 백리를 간다는 호랑이가 사라져 버린 까닭을 생각하던 오동섭씨는 이 땅을 휩쓸고 간 전쟁의 회오리바람을 생각했다.


일제가 침략하여 강토를 유린하고 호랑이 가죽에 현상금까지 걸어 잡아들이고, 세계대전을 방불케 하는 민족상잔의 비극 6·25전쟁이 강토를 각종 포화로 휩쓸어 버렸으니 호랑이가 살아남을 리 없었던 것이다. 더구나 지금까지 남북이 분단되어 철조망으로 가로 질러 막고 총구를 서로 겨누며 바스락거리는 소리만 나도 총알을 퍼부어 대는 상황이 계속 되고 있으니 호랑이가 버텨날 수 없었던 것이다.

a 호랑이  호랑이 그림

호랑이 호랑이 그림 ⓒ 강형구


"분단의 비극 현실적 상황에서 백두에서 지리산까지 종횡으로 누비던 호랑이가 살아있다면 기적이겠지요. 그래서 호랑이 그림에 우리 한민족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담은 호랑이를 그리고 싶었지요. 우리 한민족의 웅혼한 기상을 담아 세계로 웅비하는 호랑이를 그리고 싶었어요."

오동섭씨는 호랑이 그림을 통해 통일을 염원하게 되었고 하루 빨리 통일이 되어 백두대간을 달리는 한국 호랑이를 보게 되기를 기대하게 되었던 것이다.

이러한 오동섭씨의 호랑이 그림은 2002년 한일 월드컵 성공 기원이란 작품이 세간에 알려지면서 빛을 보게 된다. 1000호 크기의 대작으로 백두산 천지에 붉은 해가 떠오르는데 거기 한국 호랑이 여러 마리가 앉아 있는 그림이다. 그것을 계기로 여기저기 신문이며 방송에도 자주 나왔다고 한다.

a 호랑이 백두산 천지와 호랑이 그림 1000호

호랑이 백두산 천지와 호랑이 그림 1000호 ⓒ 강형구


"개인적으로 한국 호랑이 전문 미술관을 하나 갖고 싶어요. 호랑이 전문 미술관을 지어 작품을 전시하고 호랑이 그림의 역사, 전설, 민화 등을 잘 정리하여 후세들에게 호랑이와 관련한 우리의 모든 것을 교육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호랑이 그림에 자신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쳐온 오동섭씨는 자신의 꿈을 말한다. 그러나 생활고에 늘 허덕이며 살아온 오동섭씨에게는 이룰 수 없는 혼자만의 꿈인지도 모른다. 지금은 여러 기획전시회를 계획하며 후배들이 호랑이 그림을 손쉽게 그릴 수 있는 책 출판을 위해 지금까지 연구 해왔던 것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있다.

부디 오동섭씨가 바라는 한국 호랑이의 웅비 하는 기상이 통일 조국 한반도에 펼쳐지는 날이 하루 빨리 다가오기를 기원하면서, 한국 호랑이 화가로서 한국 호랑이와 관련한 모든 것들을 앞으로도 꾸준히 연구하고 계속해서 그려나가겠다고 말하는 그의 꿈이 이 땅 위에 이루어지기를 진심으로 소망해본다.

덧붙이는 글 | 새로 쓰는 한국의 전설을 오마이뉴스 블로그(http://blog.ohmynews.com/koldstory)에서 연재하고 있으니 많은 관심 바랍니다


덧붙이는 글 새로 쓰는 한국의 전설을 오마이뉴스 블로그(http://blog.ohmynews.com/koldstory)에서 연재하고 있으니 많은 관심 바랍니다
#한국 호랑이 #호랑이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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