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개불알풀은 양지에서는 1월에도 꽃을 피운다. 분홍색 꽃이 피는 개불알풀이 우리 토종이고 이처럼 남색꽃을 피우는 큰개불알풀은 외래종이다. (3월 6일 김제)
김현자
요즘은 환경·생태·녹색이라는 딱지가 앞에 붙지 않는 일이 거의 없다. 그걸 붙여야 일이 되나 보다. 작은 장난감에서부터 먹을거리·가전제품·아파트까지 다 친환경을 내세운다. 그런데 환경·생태와 관계가 멀어 보이는 것일수록 환경·생태라는 간판의 크기가 더 큰 것 같다.생태도시를 만든다며 아름드리 가로수를 베어낸다. 신도시를 만들고 도시를 재개발하는 것에도 환경·생태가 붙고, 산을 깎고 강을 파헤치는 것도 다 녹색의 이름으로 이루어진다. 작은 물건에서부터 큰 사업에까지 누구나 환경·생태를 갖다 붙이고 녹색을 얘기하니, 이제 앞에 붙은 간판만 봐 가지고는 그게 뭔지 알 수 없게 되었다. 어떤 환경·생태인지를 따져봐야 할 때가 되었다. 도시의 환경·생태를 보는데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숲이나 개천을 건물 짓듯 뚝딱뚝딱 만들 수 있는 것인지, 숲은 어떻게 만들어 지는 것인지, 포클레인으로 길게 파내고 물만 흘려보내면 개울이 되는 것인지, 잡초는 무조건 뽑아야 하는 것인지….-<강우근의 들꽃이야기> 머리말 중에서
이 부분도 흘려 읽히지 않는다. 눈에 보이는 일부 특성만으로 위해식물로 몰아 생태적인 요소들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뽑아내자는 식의 환경캠페인, 치적 평가가 엇갈리는 역대 대통령이 심었다는 어느 인사의 말 한마디에 그에 잘 보이려고 멀쩡하게 잘 자라는 나무를 단숨에 싹둑 잘라냈다는 일화 등 본문에도 이처럼 입바른 소리들이 많다.
▲베사메무초란 노래에 등장하는 리라꽃은 수수꽃다리? ▲옛날 사람들은 붉나무에서 소금을 구했다?▲'많이 먹으면 뱀으로 변한다. 죽는다'는 소문 때문에 옆에 가는 것조차 두려워했던 뱀딸기가 죽을병을 고치는 약? ▲개나리를 옛날에는 튀밥꽃이라 불렀다? ▲옛날사람들이 짚신이 닳아 구멍이 나면 신갈나무 잎사귀를 짚신 바닥에 깔았던지라 신갈나무다? ▲잎의 매운맛이 생선의 비린내를 없애주기에 일본사람들은 여뀌 잎으로 생선을 싸 먹는다?
어떤 풀과 나무가 어떤 생태적 특성으로 자라는지, 한포기 풀이 언제 우리나라에 어떻게 들어와 어떤 대접을 받고 자라는지, 왜 그런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는지 등 한포기 풀과 한그루 나무에 대한 기본 상식에 이처럼 소소하고 재미있는 읽을거리 들을 녹여 들려주고 있어서 이 책은 그냥 가볍게 읽어도 좋은 그런 책이다.
이 책을 통해 만날 수 있는 꽃과 나무는 대략 100종. 기관지인 <노동자의 힘>에 연재했던 글들이기 때문일까. 노동자, 서민, 이주노동자, 비정규직, 노점상 등 약자들을 위로하고 희망을 품게 하는 그런 글들이 유독 많다. 그래서 따뜻하다.
덧붙이는 글 | <강우근의 들꽃이야기>|강우근 |메이데이 |2010-11-13 |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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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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