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치
유혜준
여행 나흘째. 날씨 맑음. 2011년 3월 13일.도치는 온몸이 탱글거리는 공처럼 둥글게 생겼다. 만지면 물컹거릴 것 같다. 심술이 잔뜩 든 것처럼 생겼다, 해서 강릉 사람들은 도치를 심퉁이라고 부른다. 주문진 항에 가면 도치를 얼마든지 볼 수 있다. 도치는 살짝 데친 숙회로 먹는다. 씹으면 살캉거리는 식감이 나는데, 맛이 괜찮다. 처음 먹을 때는 생선회와 아주 다른 맛이라 이상한 것 같았지만 여러 번 먹으니 익숙해지면서 입맛을 다시게 한다.
그 도치회를 하조대에서 먹었다. 하조대 어부들이 운영한다는 회센터 횟집에서. 생선회,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게 광어나 우럭일 정도로 나는 생선회에 관한 한 아무 생각이 없다. 그래서 메뉴판을 보면 그 생선 이름에서 시선이 머물게 되는데, '미의여신'님은 달랐다. 메뉴판에 없는 음식을 주문한다. 바닷가에 와서는 광어나 우럭을 먹는 게 아니라면서.
"아저씨, 혹시 도치 있어요?"있다고 하니 도치회를 주문하고, 이어서 도치알탕까지 같이 달라고 한다. 도치알탕은 묵은 김치에 도치와 도치 알을 넣고 끓인 일종의 매운탕이다. 도치알탕의 맛이 제대로 나려면 김치가 맛이 있어야 한단다. 이 식당, 김치 맛이 제대로 난다. 직접 담가서 땅에 묻었다고 한다.
도치회와 도치알탕 얘기를 줄줄이 늘어놓았지만, 정작 사진은 없다. 늦은 저녁식사로 생선회나 먹자, 면서 별다른 기대 없이 사진기를 모텔 방에 놓고 나간 것이다. 핸드폰에 내장된 카메라로 찍어도 되는데, 늘 그렇듯이 먹는데 정신이 팔려 까맣게 잊고 말았다. 그건 '미의여신'님도 마찬가지.
바닷가에서 먹는 도치회, 맛이 일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