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세 나이에 237회 헌혈, 2주에 한번 꼴

"헌혈중독자? 이런 중독이라면 빠져도 되지 않나요?"

등록 2011.04.06 14:47수정 2011.04.06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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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237회째 헌혈 받는 배창호씨

237회째 헌혈 받는 배창호씨 ⓒ 박영미


최근 헌혈인구가 급감하면서 혈액 부족현상을 빚고 있는 가운데 10여 년간 무려 237회나 헌혈한 사람이 있어 귀감이 되고 있다. 주인공은 배창호(31)씨. 그는 회사 휴무에 맞춰 지난 4일, 또 군산헌혈의집을 찾았다.


2주 만에 다시 찾은 곳, 그는 너무도 익숙하게 헌혈침대에 누웠다. 무려 236회나 찔린 바늘, 이제는 익숙해질 만도 하지만 그는 이 주사바늘이 세상에서 제일 무섭단다. 또 한번의 바늘이 그의 팔을 찌르고, 어느 누구보다 뜨거운 피가 나오기 시작했다.

"멋모르고 시작했다가 지금까지 계속하고 있어요. 헌혈은 남을 도와주기도 하지만 내 몸을 건강하게 하기도 하죠."

창호씨가 처음 헌혈한 계기는 여느 사람들과 비슷하다. 고등학교에 방문한 헌혈차, 수업도 빠지고, 기념품도 받는다는 즐거움에 헌혈을 했다. 그때만 해도 이렇게 헌혈왕이 될지 몰랐단다. 특히 2회차 헌혈 때 사고 아닌 사고를 접하고 나서는 헌혈과 멀어진 적도 있다. 헌혈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지혈을 제 때 하지 않은 것. 팔에 피가 흐르는지 몰랐던 그는 피를 많이 쏟은 것보다 피범벅이 된 자기 팔에 놀라 쓰러졌다고. 그 이후로 자연스럽게 멀어진 헌혈은 대학교를 다니면서 가까워졌다. 우연치 않게 적십자 봉사동아리에 가입하게 된 것이다. 헌혈에 있어 모범이 돼야 하는 적십자 동아리. 그는 다시 헌혈을 시작했다.

"동아리 활동을 하고나서야 헌혈의 참 의미를 알게 된 것 같아요. 처음에는 의식 없이 했던 헌혈이 나중에는 책임감으로 작용하더군요. 그래서 2003년부터는 2주에 한번씩 헌혈을 하게 됐습니다."

이렇게 정기적으로 헌혈을 하다보니 부상은 자연스럽게 따라왔다. 헌혈 30회 이상에게 수여되는 은장부터 50회 금장, 100회 명예의 전당까지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에서 제공되는 상을 모조리 휩쓸었다. 그리고 작년 세계적십자의 날에는 공로훈장까지 받는 영예를 안았다.


"상까지 받다보니 사명감이 생기더라고요. 2주에 한번씩 안하면 불안할 정도로 말이에요. 나쁜 말로 하면 중독이겠지만, 이런 중독이라면 빠져도 되지 않을까요?"

주변의 만류도 있었다. 다들 건강에 좋지 않을 거라는 오해와 편견이다. 그는 이런 생각들을 불식시키기 위해 말보단 행동으로 보여줬다. 헌혈이 오히려 건강에 이롭다는 증명을 자신의 몸으로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자신의 건강을 돌보면서 그는 헌혈의 참의미인 다른 사람의 생명도 살렸다. 수많은 헌혈증서는 백혈병에 걸린 두 분의 환자에게 각각 100장씩 드렸다. 이후 50장이 만들어지면 또 다른 고귀한 생명을 위해 쓸 계획이다.

"사실 우리도 언제 어떻게 수혈 받을 상황에 처할지 모릅니다. 건강할 때 헌혈하는 것은 자신과 사랑하는 가족, 더 나아가 모두를 위한 사랑의 실천이라고 생각합니다. 헌혈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버리고 다같이 헌혈에 동참했으면 합니다."

헌혈을 마친 그의 팔. 지름 2cm정도의 제법 큰 흉터가 보였다. 모두 바늘로 찔려 생긴 흉터란다. 금·은장보다, 명예의 전당보다, 공로훈장보다 '이 흉터가 더 명예로워 보이는 건' 나뿐일까.
#헌혈 #배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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