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진보적 일간지 <가디언>조차 존 매케인 미국 상원의원이 '영웅적' 반군을 격려하기 위해 벵가지를 방문한 이야기를 톱기사로 올렸다.
<가디언>
잠시 이번 군사행동을 가능하게 한 3월 17일 유엔 안보리 결의안 1973호(핵심은 리비아 상공에 비행금지구역 설정) 관련 회의 상황으로 돌아가 보자.
회의에 참여한 15개 안보리 회원국 대표 전원이 열변을 토하며 카다피의 비인간적 폭정을 성토하고, 이러한 정당한(?) 군사행동에 열렬히 동의했을 것으로 충분히 예상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미국, 영국, 프랑스를 제외한 나머지 '강타자'들, 즉 독일, 인도, 중국, 러시아, 브라질은 모두 찬성하지 않았다(기권)는 사실을 알면 좀 놀라울 수도 있겠다. (미국, 영국, 프랑스 이외에 가봉, 나이지리아, 남아공, 레바논,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콜롬비아 그리고 포르투갈이 찬성했다.)
오래전부터 서방과 불편한 관계였던 카다피는 작년에도 석유 강국 리비아의 수장으로서 원유 거래 때 달러화와 유로화만 사용하는 것에 반기를 들고 아랍 20개국의 자체적 통화수단을 만들 것을 주창하다 미국, 영국, 프랑스의 엄청난 분노를 불러일으킨 바 있다. 이러한 '오래된 눈엣가시' 카다피를 응징할 것을 결의한 '독수리 오형제'들의 헬멧은 결국 비열한 '석유 탐욕 동맹'의 브랜드 마크가 아닐까 싶다.
BBC마저 균형 잡힌 보도를 하는 데 한계 노출그렇다면, 공정하고 균형 잡힌 보도로 정평이 난 BBC는 어땠는가? BBC 월드뉴스는 일본 재난의 경우 현지인들의 일상, 피해 지역 주민들에 대한 외상적 치료 문제 등과 같은 인간 중심적 이슈를 계속 중점적으로 다룬다. 또한 원전 사고 소식에서도 여러 견해를 고루 대변하는 과학자 및 전문가를 인터뷰해 비교적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보도를 하려는 노력을 보여줬다.
또한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와 반군의 핵심 지역인 벵가지에도 특파원을 파견하여 현장 상황을 실시간으로 리포트하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불편부당성과 진실성에 최우선의 가치를 두고 있는 BBC 월드뉴스라 하더라도 이 같은 위험상황에서 공정성을 유지하는 데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이번 일본 재난 보도의 경우, BBC도 비판을 비켜가지 못했다. 우선 지진과 쓰나미라는 자연재해와 관련된 인간 중심 리포트의 비중이 원전 사고 리포트에 비해 갈수록 부족해진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잠재적 파급력이 훨씬 큰 원전 사고와 관련해서 '불확실성'을 중심에 둔 '공포주의적 생명 정치' 담론(여기서 '생명 정치'란 권력이 국민의 안전, 건강, 공중보건을 담보로 지배하는 것을 말한다)이 더 근본적 문제인 원전 개발과 에너지 개발 논란을 일시에 제압해 버렸다는 점이다.
영국에는 언론 보도에 대한 과학적 자문을 위해 설립된 SMC(Social Media Centre)라는 민간 독립기관이 있다. 이곳에 참여하는 과학자들은 사건이 발생하면 신속히 과학적 브리핑·분석·예측작업을 진행하므로 영국 언론에서도 가장 신뢰하는 정보 소스이다.
하지만 이번에 BBC 내부 블로그에도 소개된 것처럼, SMC 소속 원전 관련 과학자들은 기존의 후쿠시마식 원전 개발 방식이 아닌 자신들만의 새 방식으로 원전을 개발할 것을 연구하는 이들이었다. 즉 크게 보면 SMC 구성원 전원이 원전 개발 옹호론자들이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SMC 과학자들 역시 자신들의 이익, 즉 후쿠시마와 같은 구식 원전의 위험성을 과대포장하면서 자신들이 주장하는 방식의 원전을 전면 도입할 것을 옹호하는 접근 방식이 주를 이룰 수밖에 없었다. 이에 대해 BBC 보도 역시 이런 사실을 감안하지 못했고, 그 결과 여러 견해를 균형 있게 보도하지는 못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리비아 전쟁 보도 역시 마찬가지로 영국이 참여하는 군사작전이라는 점에서 애국주의와 이상적 저널리즘 사이의 충돌이 문제가 되고 있다. 그 가운데 정작 뉴스의 핵심인 리비아 주민들의 생생한 견해에 대한 보도는 거의 찾을 수가 없고 대부분이 정치 지도자, 군사 관계자, 전쟁 상황에 대한 리포트라는 비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