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크의 시정 요구 후에 미국 프린스턴 대학교는 미술관 사이트 한반도 지도 서비스에서 동해와 일본해를 병기 표기 했다. 반크의 오랜 시정요구 끝에 일본해와 함께 쓰도록 허용하기로 한 것.
프린스턴 대학교 미술관
넷째로 동해는 지역 명칭이기 때문에 지구 상에 너무나 많다. 가까운 중국 동쪽 바다는 국제적으로는 동지나해(East China Sea)이지만 중국 지도에서는 동해이고, 베트남 동쪽 바다는 국제적으로는 남지나해(South China Sea)이지만 베트남사람들은 그냥 동해로 부른다. 그리고 일본지도에서도 동경만 동쪽은 "동해"로 표기되어 있다. 국제적으로는 태평양의 한 부분일 뿐이다. 동쪽에 바다를 끼고 있는 대부분의 나라에서 그 바다를 부르는 지역 명칭은 동해이다. 이런 나라들이 자기 나라의 동해 명칭을 두고 또다시 한반도 동쪽 바다를 "동해"로 표기하는 데 동의할 수는 없는 일이다. 지역명과 국제명은 다르다는 점을 다시 한번 기억해야 한다.
다섯째로 바다 명칭에 특정한 나라 이름이 들어가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주장, 그런 사례가 없다는 주장도 자기 점검이 필요하다. 물론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다. 그러나 지구 상에는 그런 바다 이름이 적지 않다. 인도양, 멕시코만, 아라비아해가 그렇다. 동지나해(East China Sea), 남지나해(South China Sea)에도 모두 중국을 뜻하는 China란 명칭이 들어가 있다.
게다가 대한해협도 있다. 한반도 남쪽과 일본 규슈 사이의 바다 이름은 국제적으로 대한해협(Korea Strait)으로 표기된다. 일본인들은 대한해협 일부를 쓰시마해협으로 부르지만 국제적 표기원칙에 맞지 않는다. 일본 영토인 대마도가 있는 그 바다 명칭에 한국이란 이름이 들어가 있다. 세계지도에서 북한의 평안도 서쪽과 중국 요동반도 동쪽 사이의 바다는 한국만(Korea Bay)으로 표기되고 있다. 바다 이름과 해양주권과는 무관하다는 얘기다.
여섯째로 동해는 서해와 남해라는 명칭과 함께 생각해야 한다. 우리는 아직도 서해와 남해를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있지만 그 둘은 국제적으로 사용하는 명칭은 아니다. 서해는 황해이고, 남해는 대한해협이다. 우리나라 정부는 1961년부터 중국식 명칭인 황해를 사용했고 1965년에 황해를 공식 명칭으로 수용하였다. 그렇지만 아직도 서해안, 서해대교, 서해교전(제2연평해전), 서해갯벌 식으로 사용하는 것은 국제적 명칭과 지역명칭은 다를 수 있다는 일반 관행과 일치한다. 남해는 대한해협이다. 우리가 동해를 국제적 명칭인 동시에 지역명칭으로 사용하고자 한다면 서해를 포기한 이유를 설명해야 할 것이고, 우리나라에서 발행되는 세계지도에 남해를 표기하지 않고 대한해협으로 표기하는 이유도 설명해야 할 것이다.
일곱째로 과거에 동해를 "한국해"나 "조선해"로 표기한 근거가 있다는 것이 지금도 그 바다가 국제적으로 그렇게 불려야 할 당연한 이유가 되기는 어렵다. 세계질서는 과거나 현재나 강대국에 의해 만들어지고 관리된다. 그런 국제질서를 인정하지 않는 경우에는 국가로서 존속할 수가 없다. 세계의 많은 테러 집단이 바로 그런 현실적 국제질서에 저항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일본해 표기는 설사 우리 맘에 들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17세기 이래 서양에 문호를 개방하고, 18세기에 내부점검을 거쳐, 19세기에 근대화 수준에서 서양에 버금가는 수준에 올라섰던 일본의 주장에 서구 열강이 동의한 결과였다. 그 바다를 함께 공유하고 있는 근린 국가인 우리나라나 러시아와의 협의를 거치고, 모두 동의하는 명칭을 채택하였다면 더없이 좋았을 것이지만 일본이 그런 아량을 지닌 나라가 아니었다는 것은 아쉽고, 그 결과는 불쾌하다. 그러나 쇄국으로 일관한 우리가 그 당시의 국제질서 자체를 부인하고 그 이전 질서와 우리식 명칭으로 되돌리자고 주장하는 것은 일본인들이 "일본해"라는 그들 식 명칭을 붙인 것만큼이나 세계인들 안목에서는 매우 어리석은 일일 뿐이다.
애국가에 "동해물"이란 표현이 들어 있다는 것도 우리 국민들이 동해를 포기하지 못하게 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 그러나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애국가가 국제법이나 국제질서를 규제할 수는 없다.
평화지향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제안, 국제적 명칭을 새롭게 정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