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의 유인도와 38개의 무인도로 구성된 추자도. 추자도하면 사람들은 추자 멸치액젖과 추자굴비를 생각한다. 그래서일까. 추자도 사람들이 살고 있는 집 모퉁이에는 멸치액젖이 담긴 큰 밤색통이 많았다. 뿐만 아니라 상추자항에는 추자도 참조기를 말리는 풍경이 이색적이었다.
지난 5월 14일 9시 30분, 제주시 부두에서 추자도로 떠나는 핑크돌핀호에 올랐다. 소문에 "핑크돌핀호를 타면 멀미를 심하게 한다"고 해서 멀미약을 붙이고 승선했다. 하지만 바이킹을 타는 기분이랄까. 호된 멀미를 체험해야 했다.
10시 40분 상추자항에 도착했다. 상추자항 주변에는 올망졸망 민박집이 눈에 띄었다. 민박집에 짐을 맡기고 등대산공원 올레부터 걷기 시작. 오른쪽에는 바다, 왼쪽은 봉글레산이 올레꾼을 감싸 안았다. 등대산소공원에서 심호흡을 하니, 멀미는 깔끔하게 해소되었다.
추자면사무소 뒷편으로 이어진 길은 최영 장군의 사당. 20~30여 개의 계단에 올라서자, 파란 잔디밭에 노란 개민들레가 만발했다.
최영 장군 사당은 고려말 이래 왜구의 침입을 자주 받아 온 이곳 주민들이 고통을 이겨내기 위해 왜구 토벌에 공로가 많았던 장군의 사당을 지은 국토수호신적 의미의 장소다.
사당 뒤편으로 난 올레길은 등성이가 밋밋했다. 바닷바람이 얼굴을 간지럽혔다. 그리고 봉글레산 정상으로 이어지는 올레길은 쑥 향기가 짙었다. 찔레꽃 위에 군무를 하는 나비와 벌들이 섬길을 열었다.
5월의 추자도 향기는 산과 바다, 들녘의 자연과 알맞게 버무려져 있었다. 어디 그뿐이랴.빨갛게 익은 볼레가 주렁주렁 달려 올레꾼들을 유혹했다.
육지의 산보다는 조금 낮고, 제주의 오름보다는 조금 높은 봉글레산 올레는 간혹 시멘트로 포장된 길이어서 조금은 안타까웠다. 봉글레산 정상에서 있으려니 상추자항의 풍경들이 아주 이국적이다. 멀리 떠나온 느낌이랄까.
산 언저리에는 추자사람들이 묻힌 묘지가 눈에 띄었다. 제주도 산담과는 다소 차이가 있는 장묘문화였다. 구멍이 숭숭 뚫린 현무암은 추자도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
크고 작은 해송과 잡초, 그리고 쑥길을 걷자니 봉글레산의 정상에 도착했다. 봉글레산 정상의 정자에 풀썩 주저앉았다. 여느 정상이 그러하듯이, 정상에서 보는 추자도의 풍경이 아스라이 펼쳐졌다. 산봉우리 정상에 앉아 보온병에 담아 온 진한 커피로 목을 축였다.
1.5km 정도 걸었는데 벌써 정자의 운치에 빠져들다니. 17.7km 추자 올레, 어떤 풍광의 길이 기다리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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