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자도 돌담추자도 집담 올레김강임
▲ 추자도 돌담 추자도 집담 올레
ⓒ 김강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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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m 앞서 걷고 있는 젊은이는 정신없이 카메라를 눌러댔다. 대서리 6길에서 순효각으로 이어지는 올레는 아주 좁은 마을 길, 그 길이야말로 제주올레가 아닌가 싶었다. 켜켜이 쌓아올린 추자도 밭담과 집담은 바람을 막기 위해서인지 사람의 키보다 놓게 쌓아져 있었다.
넓은 바다를 배경으로 산자락에 둥지를 튼 추자도 사람들이 사는 집은 그리 넓지 않다. 좁은 마당의 한켠 우영밭에는 감자며 콩의 이파리가 제법, 좁은 방에 비해 한길에서 집으로 들어가는 올레길은 집에 비해 너무 낡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영밭에서 자라고 있는 강낭콩과 감자 싹이 이제 막 새순을 틔우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올레꾼들의 방문을 환영하듯이 살랑살랑 꼬리를 흔들어 댔다.
나바론절벽 정상으로 이어지는 길은 숲길과 흙길, 5월의 신록을 흠뻑 들이마실 수 있는 길이었다. 추자도 하면 바당올레만 걷는 줄 알았다. 하지만 산과 산으로 이어진 산의 능선을 걷는 재미는 추자올레의 특색이다.
뿐만 아니라, 날카로운 암벽길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암벽올레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현기증이 날 지경이었다. 행여, 발을 잘못 디디면 바닷속으로 풍덩 빠져 버릴 것 같은 암벽길이다. 하지만, 암벽 속에 가까스로 뿌리를 내리고 있는 야생화와 소나무, 그 길은 생명 애착을 갖게 하는 길이었다.
제주올레를 걷는다는 것은 늘 재미있는 길만 걷는 것은 아니다. 때론 척박한 돌부리길, 때론 한적하고 고독한 길이 추자도 올레가 아닌가 싶다. 그 길이야말로 인생길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