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시내와 무등산. 뒤로 보이는 산이 무등산. 광주 시내 중앙에 5.18 때 항쟁의 중심이 된 전남도청 앞 분수대가 보인다. 그 왼쪽에 보이는 공터에 참여정부 때 건설을 시작한 '아시아문화전당'을 짓고 있다.
양영철
무등산 일부 구간을 '노무현길(가칭)'로 이름 붙이는 것에 반대한다.
노무현재단 광주지역위원회는 지난 19일 문빈정사 앞에서 '노무현길' 선포식을 가졌다. 노무현 대통령이 2007년에 오른 '증심사~장불재' 구간을 노무현길로 이름 붙이겠다는 것이다. 5월 말까지 명칭을 공모한 뒤, 6월 초에 세 가지 정도의 안을 확정하여 광주시와 무등산공원위원회에 제안하는 방식으로 노무현길 명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반대의 이유 첫째는, 노무현재단이 노무현길을 결정하면서 광주시민의 동의를 얻지 않았기 때문이다. 무등산이 광주시민, 전남도민의 공공재라는 사실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상용어처럼 쓰이는 무등산 보호의 '보호'가 꼭 물리적인 자연환경에만 한정되지는 않을 것이다. 공공재로써 무등산의 정신적 가치도 보호의 대상이다.
때문에 무등산에 특정인의 이름을 붙이려면 시민의 동의를 당연히 얻어야 한다. 동의를 얻는 방법이야 여러 가지가 있겠고, 어느 방법을 쓰느냐에 대해서는 토론이나 논쟁이 가능할 것이다. 어쨌거나 확실한 점은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만약 노무현재단이 '동의' 부분에 대해 동의하지 못한다면 '참여정부' '국민이 대통령입니다' '민주주의' '깨어 있는 시민'… 이런 말들을 어디에 쓰는지 묻고 싶다.
반대 이유 둘째는 무등산이 가지고 있는 기억과 치유의 상징성 때문이다. 아이들의 소풍이나 연인들의 데이트, 변혁운동 조직의 투쟁결의까지, 무등산은 다양한 방식으로 수많은 광주사람들의 기억이 스며들어 있는 공간이다. 5·18민중항쟁 이후에는 광주시민들이 입은 상처를 치유받으면서 다시 광장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얻어가는 곳이기도 했다.
더군다나 증심사~장불재 구간은 무등산의 여러 갈래 길 중에서도 시민들이 가장 편하게, 자주 이용하는 길이기도 하다. 여기를 노무현길로 이름 붙이는 것은 그 많은 기억과 일상의 경험, 치유의 정서를 '노무현'이라는 이름 하나로 환원하자는 것이다. 과연 이게 온당한지 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