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굳이 남의 논농사를 대신 해 줄 필요가 없음에도 촌부의 고집은 쉽게 꺽이지 않는다. 모를 다 낸다고 해도 일이 끝나는게 아니다 아침 점심 저녁으로 논에 물이 얼마나 찼는지 빠지는지 살펴 논물을 대줘야 하고, 이양기가 빼먹은 데는 일일이 손모로 기워야 한다.
이 때문에 이양기로 모를 낸 뒤 수렁이 있는 논에 직접 들어가 손모를 내야했다. 허벅지까지 푹푹 빠졌지만, 아버지는 풀이 나니까 어쩔 수 없이 모를 심어야 한다 하신다.
여하간 그렇게 모내기를 끝내고 나니, 평생 이 일을 하고 있는 농부들이 새삼 존경스러웠는데, 이처럼 퇴약볕 아래서 고생을 해도 농부들의 피땀을 알아주는 세상이 아니라서 더욱 씁쓸했다.
그렇게 하루종일 논두렁을 뛰어다니고 모판을 나르고 논두렁을 삽질했더니, 집에 돌아온 뒤 그대로 녹다운이 되고 말았다. 구멍난 장화 꼴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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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5.29 14:21 | ⓒ 2011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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