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까지 날라봤지만... 6학기에 빚만 2000만원"

[현장] '반값등록금' 집회 마친 대학생 70여명 종각·광화문 일대서 기습 시위 후 '연좌집회'

등록 2011.05.31 23:43수정 2012.11.09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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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값 등록금! 실현하라! 반값 등록금! 실현하라!"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31일 오후 9시 30분경 서울 종각역 반디앤루니스 앞. 앞서 광화문 KT 본사 앞 촛불집회를 마치고 동국대로 향하던 70여 명의 학생들이 갑자기 구호를 외치며 다시 광화문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기습시위였다.

이에 놀란 경찰 100여 명이 이들을 저지해 보려 했지만, 지난 29일 '73명 연행'이 부담된 탓인지 학생들과 함께 달리며 "인도로 가라"고 말하는 것 이외에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

경찰 300명이 겹겹이 포위하자, 그 자리에 앉아서 집회 시작  

 31일 광화문 KT 앞에서 대학생들이 경찰들에 둘러싸여 '연좌집회'를 하고 있다.
31일 광화문 KT 앞에서 대학생들이 경찰들에 둘러싸여 '연좌집회'를 하고 있다. 홍현진
9시 50분경, 드디어 KT 앞. 어느새 그 수가 곱절도 넘게 늘어간 경찰들은 학생들이 더 이상 앞으로 가지 못하도록 포위했다.

그러자 또 다시 "반값 등록금! 실현하라!"를 외치던 학생들은 그냥 그대로 그 자리에서 앉아 버렸다. 70여 명의 학생들을 경찰 300여 명이 겹겹이 둘러쌌다. 학생들은 이에 개의치 앉고 다시 집회를 시작했다.

한 학생이 "이명박 대통령이 반값 등록금을 약속했는데, 3년 동안 아무런 이야기 없다가 얼마 전에 황우여 원내대표가 다시 이야기를 꺼냈다, 그런데 B학점 이상이니 하는 조건을 달고 있다"고 규탄했다. 이 학생이 "우리가 원하는 게 뭡니까"라고 묻자, 다른 학생들이 "조건 없는 반값 등록금!"을 외쳤다.


또 다른 학생은 "우리가 무슨 죄가 있나, 죄가 있다면 돈이 없고 힘이 없다는 것 뿐"이라며 "언제까지 대학생들이 등록금 때문에 죽어가야 합니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찰이 학생들을 '채증'하자 한 시민은 "애들이 무슨 죄가 있다고 사진을 찍느냐"며 강하게 항의하기도 했다. "학생들 잘 한다"고 응원을 보내는 시민들도 있었다. 

연좌집회가 계속되자 종로경찰서에서 확성기를 들었다. "이런 행위가 대학생들이 할 짓인가"라며 집회를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한 학생이 "오죽하면 이러겠습니까"라며 "우리구호 한 번 외칩시다"라고 제안했다. 학생들은 한 목소리로 광화문을 향해 '와'하고 소리쳤다. 


탁현민 교수 "여러분이 우리의 미래이기에 '싸움' 지지한다"

 31일 광화문 KT 앞, 대학생들이 '반값등록금 실현'을 촉구하며 촛불을 들었다.
31일 광화문 KT 앞, 대학생들이 '반값등록금 실현'을 촉구하며 촛불을 들었다. 홍현진

 31일 광화문 KT 앞, '반값등록금 촛불집회'에서 지난 29일 연행되었다 석방된 학생들이 발언하고 있다.
31일 광화문 KT 앞, '반값등록금 촛불집회'에서 지난 29일 연행되었다 석방된 학생들이 발언하고 있다. 홍현진

앞서, 오후 8시경 이곳 KT 앞에서는 대학생 2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조건 없는 반값 등록금 실현을 위한 촛불집회'가 열렸다. 이 행사에는 지난 29일 등록금 집회 과정에서 연행되었던 73명의 대학생 가운데 10여 명이 참석했다.

서강대에 다닌다는 한 대학생(22)은 3학년 2학기까지 다녔는데 현재 빚이 2000만 원이라고 말했다. 6학기 내내 학자금 대출을 받았기 때문. 아이들도 가르쳐보고, 서빙도 해보고, 출판사에서 짐 나르는 일도 해봤지만 용돈벌이도 어려웠다는 그는 실효성 없는 등록금 대책을 보면서 화가 났다고 한다. 

경희대 김택상(22)씨도 자신과 동생의 등록금을 합치면 1000만 원이 넘는다. 다행히 '빚'은 없다는 김씨는 "부모님께서 노후를 포기하고 등록금을 내주고 계신데, 등록금 문제는 우리 어머니, 아버지, 저랑 제 동생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모든 학생들이 돈 걱정 없이 공부할 수 있도록 연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맨 앞줄에 서지는 못하지만 뒷줄에라도 서 있어야 비겁하지 않을 것 같아서 이 자리에 오게 되었다"는 탁현민 성공회대 겸임교수도 마이크를 들었다. 탁 교수는 "젊었을 때 고생은 사서 한다? 다들 잘 아시겠지만 개소리다. 맨 주먹으로 시작하는 것과 빚쟁이로 시작하는 것은 다르다"며 "제가 여러분의 싸움을 지지하는 것은 여러분이 우리의 미래이기 때문이다. 말로만 '여러분이 미래'라고 하지 않고,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과 함께 어떻게 도움이 될 수 있을지 고민해보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KT 앞에서 20여 분간 연좌집회를 하던 학생들은 이날은 '자발적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석방 대학생 환영 대회'를 위해 동국대로 향했다. 이들은 다음 날에도 이곳에서 촛불집회를 열 계획이다. 
#반값등록금 #촛불집회 #기습시위 #탁현민 #대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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