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이명박 대통령
자료사진
북한이 비밀접촉의 시시콜콜한 내용까지 공개하면서 이명박 정부를 맹비난한 것은 분명 상식 밖의 일이다. 북한의 주장이 어디까지 진실인지도 확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이번 일과 관련해 MB 정부의 즉흥적이고, 일방적이며, 이중적이고, 정치적인 대북 접근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우선 MB 정부의 정상회담 추진 방식부터가 너무나도 '즉흥적'이다. 집권 이후 대북강경책으로 일관해 남북관계를 악화시킨 책임이 있는 MB 정부가 남북정상회담을, 그것도 1년 내에 세 차례나 성사시키고자 했다면, 대단히 치밀하고도 전략적으로 접근했어도 될까 말까 한 일이었다.
그러나 MB 정부는 이를 위한 어떠한 사전 정지 작업, 특히 남북한 사이에 금이 간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북한의 식량 지원 요구를 폄훼하면서 미국 등 국제사회의 대북 지원 움직임에 제동을 걸려고 했던 것이나, 예비군 사격훈련장에서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부자의 사진이 사격 표적지로 사용된 것 등이 대표적이다.
둘째로 MB 정부의 방식은 '일방적'이다. MB 정부가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 정세의 대전환을 꾀하려고 했다면,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을 통해 제안한 조건 없는 남북정상회담에 신중하게 대처했어야 했다. 그러나 MB 정부는 북한의 제안이 진정성이 없다고 일축했고, 카터의 방북도 폄훼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고선 '핵을 포기하면 핵 안보 정상회의에 김정일을 초대하겠다'는 일방적인 제의를 내놓았다. 북한의 제의는 일축해놓고 북한이 수용할 수 없는 카드를 가지고 접촉을 시도한 셈이다. '외교안보는 상대가 있는 게임'이라는 지극히 평범한 상식조차도 망각한 접근법이 아닐 수 없다.
셋째로 '이중적'이다. MB 정부는 공개적으로는 북한의 천안함과 연평도 사태에 대한 사과 및 비핵화 조치를 남북대화 재개의 전제조건처럼 제시하는 등 '비타협적인' 자세를 고수했다. 그러나 북한과의 비밀접촉에서는 북한의 양보를 얻어내기 위한 여러 가지 꼼수를 부렸던 것으로 보인다. 국민과 북한 사이에서, 그리고 공개와 비공개 사이에서 '이중 행보'를 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된 것이다.
끝으로 이러한 유례없는 망신을 자초한 가장 중대한 요인으로 MB 정부의 정치적 의도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레임덕이 가속화되는 MB 정부로서는 남북정상회담 카드를 통해 국면 전환을 노렸을 것이다. 특히 'MB 프로세스'의 마무리라 할 수 있는 내년 3월 핵 안보 정상회의에 김정일을 초청하는 카드는 4월 2일 총선을 의식해 나온 발상이라고 할 수 있다.
MB 정부가 이러한 정치적 의도가 깔린 접근에 북한이 호응해줄 것이라고 믿었다면 그건 너무나도 순진한 발상이다. 오히려 북한은 비밀접촉의 내용을 공개하면서 MB 정부의 정치적 의도를 맹비난했다. 이명박 대통령 스스로 "남북정상회담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않겠다"고 여러 차례 말해놓고 임기 말이 다가오면서 무리수를 둔 것이 부메랑으로 되돌아온 셈이다.
왕따 당하는 'MB 외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