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털한 환한 웃음 다시 보고 싶다

봉하마을 노무현 대통령 묘역을 찾아서

등록 2011.06.09 10:35수정 2011.06.09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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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노무현 대통령 생가와 묘역이 조성되어 있는 봉하마을

노무현 대통령 생가와 묘역이 조성되어 있는 봉하마을 ⓒ 전용호


대통령 생가는 관광지일까?

얼마 전 노무현 대통령 서거 2주기가 지났다. 더욱 그리워지는 얼굴. 그 흔적이라도 찾아보려고 김해 봉하마을로 향한다. 대통령 생전에는 관광지였지만 이제는 관광지만은 아닌 것 같다. 참배를 위해서 찾고, 대통령의 숨결을 느껴보기 위해 순례를 위해 찾는 곳이 되었다. 봉하마을은 노무현 대통령 생가가 있는 곳으로 묘역이 조성되어 있다.


남해고속도로에서 김해 진영읍으로 향한다. 진영은 단감으로 유명한데, 산자락에는 감나무가 큰 잎들을 활짝 피우고 있다. 초여름 녹음이 짙어간다. 생가로 가는 길은 차들이 꼬리를 물고 간다. 설마 같은 방향? 마을 입구에서 차들이 밀린다. 오전 10시 정도면 그리 늦게 오지 않았는데, 주차장은 벌써 꽉 차버렸다.

교통을 정리하는 경비는 농로에 주차를 권한다. 혹 저 길이 노무현 대통령께서 손녀를 자전거에 태우고 달리던 길은 아닐까? 농로와 자전거가 겹쳐진다. 주차를 하고 농로를 따라 걷는다. 주변 논들은 모내기를 준비하기 위해 물을 가두어 놓은 곳도 있고, 갓 모내기를 끝낸 곳도 있다. 초여름 풋풋함이 느껴진다. 오랜만에 물위에 떠서 자라는 개구리밥도 본다.

참여정부의 정치철학은 참여묘역으로

봉하마을은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묘역으로 가는 길가로 노점들도 활기가 넘치고, 길을 걷는 사람들 표정도 무척 밝다. 모두들 대통령의 흔적을 찾으려고 이 한적한 마을까지 찾아온 사람들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갑자기 떠난 후 많은 사람들은 안타까웠고 허전함을 느꼈다. 무엇 때문이었을까? 대통령에게서 함께 살아가는 정을 느꼈을까?

a  노무현 대통령 생가

노무현 대통령 생가 ⓒ 전용호


대통령 생가를 들렀다. 텃밭이 잘 가꾸어지고, 돌담 밑에는 금계국이 노랗게 피었다. 그 곳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8살 어린 시절의 기억이 남아 있는 곳이다. 대통령이 퇴임하기 전 기억을 더듬어 복원한 집으로 달랑 방 두 칸을 가진 작은집이다. 정말 소박한 집에서 태어나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집 주인이 되었다.


생가 위에는 퇴임 후 사시던 집이 자리 잡았다. 시골 마을에 펜션 같은 집으로, 대통령이 사시던 집이라고 느껴지지 않는다. 그냥 분위기 좋고 깔끔한 집 정도로 느껴진다.

묘역으로 들어선다. 대통령 묘는 현충원에 있어야 하는데…. 역시 진정한 초인이었다. 죽어서도 혁신을 실천하신 분이다. 집 가까운 곳에 아주 작은 비석하나 세울 자리 마련하라고 했는데…. 작은 비석 대신 얻은 바위는 커다란 바위가 되었다. 부엉이바위와 사자바위를 병풍삼아 작은 바위 하나 누워있으니, 그 모습이 작지만 결코 작지만은 않다.


a  대통령 묘역. 뒤로 보이는 산이 봉화산 사자바위다.

대통령 묘역. 뒤로 보이는 산이 봉화산 사자바위다. ⓒ 전용호


a  노무현 대통령 묘

노무현 대통령 묘 ⓒ 전용호


작은 바위 하나 놓은 삼각형 묘역은 국민들의 참여로 조성하였다. 참여정부의 정치철학은 돌아가신 후에도 계속되었다. 대통령을 추모하는 사람들은 애틋한 마음을 글로 남겼으며, 15,000개의 박석에 새겨 놓았다. 묘역도 열린 공간으로. 아무나 들어갈 수 있고 울타리가 없다. 많은 사람들이 묘역에 참배를 한다. 비석대신 놓인 바위에는 너무나 당당한 글자가 새겨져 있다.

"대통령 노무현"

"낮지만 높은 산" 그게 대통령이 아니었을까?

묘역 주변으로 "대통령의 길"이 있다. 대통령이 생전에 손님이 오는 날이면 함께 걸었던 길이란다. 부엉이바위를 지나고 정토원과 사자바위로 이어진다. 그 길을 많은 사람들이 걸어간다. 부엉이 바위 옆으로 난 계단으로 오르는 발걸음이 무겁다. 결코 편하지 않은 길이다. 부엉이바위를 지나고 사자바위로 가는 숲길을 걷는다. 소나무 숲길이 넉넉하다. 사자바위 아래를 돌아서 올라간다.

봉화산은 140m 정도 낮은 산이지만, 사자바위에 서면 봉하마을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묘역이 바로 아래로 보이고, 산자락에 마을이 이어지고, 너른 들판과 화포천이 보인다. 봉화산을 낮지만 높은 산이라고 말한 이유를 알겠다. 이곳에 서서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고 싶어 했을 그 분의 숨결을 느껴본다.

a  사자바위에서 내려다 본 봉하마을

사자바위에서 내려다 본 봉하마을 ⓒ 전용호


a  정토원

정토원 ⓒ 전용호


사자바위 바로 아래 정토원에 들렀다. 49재를 지낸 곳이다. 법당에는 부처님이 계시고, 한 쪽으로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이 다정하게 모셔져 있다. 법당으로 들어가 인사를 하고 나온다. 허전함과 안타까움을 놓고 돌아선다.

털털한 환한 웃음 다시 보고 싶다

다시 묘역으로 내려와서 추모의 집에 들렀다. 대통령 생전 모습을 사진으로나마 볼 수 있는 곳이다. 추모의 집은 임시로 지어진 창고형 건물이다. 안으로 들어간다, 한 쪽에는 영상자료실이 있다. 다른 한쪽은 시기별로 생애를 사진으로 보여준다. 그리고 유품인 자전거가 있고, 입었던 군복이 있고, 쓰던 밀짚모자가 있다. 대통령의 체취가 느껴진다.

a  추모의 집

추모의 집 ⓒ 전용호


a  노무현 대통령 기념관

노무현 대통령 기념관 ⓒ 전용호


a  노무현 대통령 기념관

노무현 대통령 기념관 ⓒ 전용호


a  추모의 집 밖에 전시된 사진. 환한 웃음이 그립다.

추모의 집 밖에 전시된 사진. 환한 웃음이 그립다. ⓒ 전용호


"할 말이 많은데 무슨 말씀부터 드려야할지 모르겠습니다. 또 털고 일어나야지요. 농부가 밭을 탓할 수는 없겠지요.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2000년 4월 총선 낙선 후-

추모의 집을 나온다. 마음이 허전하다. 고난의 시기마다 긍정적인 힘을 발휘했던 능력이 왜 그때는 나타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안타까울 뿐이다. 좀 더 우리 곁에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그 환한 웃음에 막걸리 한잔 들이키는 모습이 보고 싶다. 자꾸만 그리워진다.

덧붙이는 글 | 6월 5일 풍경입니다.


덧붙이는 글 6월 5일 풍경입니다.
#봉하마을 #노무현 #사자바위 #대통령 묘역 #대통령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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