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관령 눈꽃마을 정호일 사무장
유혜준
정 사무장이 간벌을 한 나무 사이에 있는 뭔가를 가리킨다. 나무가 허리띠를 두룬 것처럼 보인다. 허리띠 아래에 길쭉한 것이 매달려 있다. 북어다.
산에서 간벌을 하기 전에 제를 지낸단다. 일을 탈 없이 무사히 마칠 수 있기를 기원하는 일종의 제사라고 했다. 그 때 매단 북어라는 것이다. 미신이라고 웃어넘길 수도 있지만, 언제 어디서 무엇을 하든 정성을 들이거나 조심하는 마음은 필요하리라.
대관령 바우길에서 가장 많이 만난 나무는 아무래도 잎갈나무였던 것 같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 조림사업을 하면서 가장 많이 심었던 나무가 잎갈나무란다. 이 나무 덕에 우리나라 숲과 산은 푸르게 푸르게 변했지만, 이 나무가 경제성이 있는 수종이 아니었다고 한다.
그래서 많이 베어내고 있다는 게 어제(12일) 대관령 바우길 2구간을 걸으면서 최종서씨가 해준 설명이었다.
요즘은 나무를 가공하는 기술이 뛰어나 잎갈나무도 활용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고 정호일 사무장이 설명을 곁들여주었다.
어제는 보지 못했던 족두리꽃을 보았고, 감자란 역시 많이 보았다. 깊은 산으로 들어갈수록 길은 점점 좁아지면서 사라지고 있었다. 사람들의 발길이 거의 닿지 않는 길이 분명했다. 약초를 캐러 다니던 사람들이나 간간이 들렀던 길이리라. 이런 길은 잘 모르는 사람이 들어서면 길을 잃기 십상이리라. 특히 나처럼 길눈이 어둔 사람은 길 찾는다고 온 숲을 헤매고도 남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