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벌에서 보이는 마리산참성단을 이고 있는 강화도의 마리산
박건석
서울에서 서북서 방향으로 60여 킬로미터를 달려 김포반도 끝자락에서 다리 하나를 건너면 강화섬이 나온다. 나는 그 섬의 반쪽 주민이다. 인천광역시 강화군 불은면 넙성리 ○○○번지, 그곳이 내 주소지다. 섬의 동쪽 기슭, 염하강을 가운데 두고 경기도 김포시와 마주보고 있는 비산비야의 나지막한 구릉지 한 켠에 나의 작은 오두막이 있다.
여러 생활상의 이유로 그곳에 완전 이주해서 살지는 못하지만 나는 주말은 물론 주중에도 틈틈이 그 오두막으로 달려간다. 그곳 작은 텃밭에서 감자와 고구마, 고추와 상추, 오이와 호박 등을 일궈 먹고 마당가엔 목련과 벚꽃, 보리수와 산수유, 라일락과 체리, 앵두와 자두, 감나무와 대추나무들을 심어 기른다.
겨울엔 아궁이에 장작을 때서 구들을 덥히고 여름엔 손바닥만한 툇마루에서 땀을 식히며 책을 읽고 생각을 고른다. 때론 좋은 사람들과 함께 섬 가운데 가로 세로 이어진 정겨운 길들을 걷거나 마리산, 혈구산, 고려산, 진강산, 정족산 등 나지막하지만 아름다운 산들에 오른다. 그렇게 시나브로 강화섬은 내 삶의 중요한 한 부분이 되었다.
강화섬이 좋아 나는 거의 강화사람이 되었다. 강화섬은 의연한 고장이기 때문이다. 한국 최고의 공룡도시들인 서울과 인천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섬이면서도 그 인력에 끌려들어가 망가지지 않고 오래도록 본래의 모습을 지켜내고 있는 곳이 이곳이기 때문이다.
산과 들판과 아름다운 바다와 갯벌 그리고 고인돌과 참성단을 위시해 한때 고려의 수도로서 번성했던 역사의 흔적들이 자존심 강한 강화 원주민들과 강화가 좋아 강화 곳곳을 찾아들어간 새 이주민들에 의해 오래도록 훼손되지 않은 채 남아 있는 곳, 더러 공장이나 모텔, 작은 위락시설들이 있다고 해도 강화섬의 자연과 역사와 사람들이 지닌 무언의 힘에 의해 결코 유난스럽게 보이지 못하는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