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진
대규모 조력발전은 바닷물을 인위적으로 가두기 때문에 해수의 흐름을 바꾸고, 인근 갯벌을 크게 훼손시키게 된다. 갑문 안팎의 바닷물 소통량이 작아 식물성 플랑크톤의 급증으로 인한 먹이 사슬 변화, 염분의 농도변화, 생태계의 혼란이 우려된다. 막으면 썩는다는 사실을 시화호와 새만금을 통해 우리는 재차 경험하였고, 한번 파괴된 갯벌 생태계는 더 이상 돌이키기가 힘들다. 그래서 혹자는 현재 인천에 추진 중인 대규모 조력발전소 계획을 바다의 '4대강 사업'이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조력발전소의 경우 그 자체가 가지고 있는 환경훼손과 생태계 파괴 문제로 인해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기에 프랑스 랑스 조력발전소가 건설된 1967년 이후 전 세계에서는 대규모 조력발전소 건설은 거의 진행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한국에 대형 조력발전소 건설 붐이 일어나고 있을까?
조력발전소 붐을 일으킨 시화조력 한국에서 대형조력발전소 건설 붐을 일으킨 것은 시화조력발전소를 건설하면서부터다. 시화조력발전은 기존 시화방조제가 설치된 상태에서 수질이 심각하게 악화하자 해수유통을 하게 되었다. 불가피하게 해수유통을 하게 된 상황에서 조력발전 건설을 검토하게 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시화 조력 발전소와 나머지 가로림만, 강화, 인천만 조력 발전소는 건설에 있어 조건 자체가 다르다.
나머지 세 곳은 생태 환경 보존가치가 높은 연안지역에 방조제를 새롭게 건설해야 한다는 점, 발전소 인근지역의 해수 흐름 변화가 예상된다는 점, 환경피해가 추가로 발생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된다. 비단 환경문제뿐만 아니라 바다에 의지해 살고 있는 지역 어민들의 생존권도 달려있다는 점에서 재고해야 한다.
그런데도 지식경제부가 작성한 제5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살펴보면 조력발전소 건설계획이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다. 시화 조력은 2011년, 가로림만 조력은 2015년, 강화조력과 인천만 조력은 2017년을 전력생산 시점으로 보고 있다.
의무할당제 도입에 발전사들 대규모 조력발전소에 올인 대규모 조력발전소 건설 붐은 정부가 2012년부터 시행하는 신·재생에너지 의무할당제(RPS: Renewable Portfolio Standard)로 인해 더욱 불붙었다. RPS는 발전사업자에게 공급량의 일정 비율을 신·재생 에너지로 의무적으로 공급하도록 하는 제도다. 따라서 한국수력원자력, 중부발전, 서부발전 등 14개 발전사업자는 2012년부터 전체 전력생산량의 2%를 재생에너지원으로 충당해야 한다.
자체 생산이 안 될 경우 다른 발전사업자의 인증서(REC)인 신·재생발전량을 사들여야 하고,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과징금을 물게 된다. 이 비율은 점점 늘어나 오는 2022년까지 10%로 확대해야 한다.
발전회사 입장에서는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 신재생에너지원 중에서 투자비 대비 생산량이 많은 것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의무할당을 단기간에 손쉽게 달성할 수 있는 조력발전소 건설을 선호하게 된다. 기존의 발전차액지원제도가 분산형으로 소규모 사업자들을 중심으로 넓은 시장이 형성되었다면, RPS 제도는 에너지 공기업을 중심으로 재생가능 에너지 시설의 대규모화를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재생가능에너지 확산의 원칙 세계재생가능에너지위원회(WCRE)는 재생가능에너지를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태양, 풍력, 수력, 해양, 지열, 바이오매스 그리고 '태양에너지'로부터 온 다른 에너지원을 포함한다. 에너지원을 얻는 과정이나 변환 과정에서 재생될 수 있어야 하며, 지속가능한 방법을 사용해야 한다. 예를 들어 지역 공동체나 자연시스템의 생명력(viability)과 권리(rights)에 대한 부정적 영향을 피해야 한다.현재 우리나라에서 추진하고 있는 조력발전소는 재생가능 에너지 시스템이긴 하나 지역공동체와 자연시스템의 생명력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다. 재생가능 에너지는 우리가 에너지를 얻는 다양한 방법 중 하나일 뿐이다. 재생가능 에너지 또한 환경 친화적이고 지속 가능해지기 위해서는 적절한 규칙 또는 규제가 필요하다.
'재생 가능 에너지니까 무조건 좋다'라는 인식만 갖고 무리하게 대규모 조력발전소를 추진한다면 가까운 미래에 심각한 환경 파괴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재생가능에너지에 대해 생태적인 문제, 지역사회 수용성 문제, 적정기술문제, 사회-문화적인 문제 등 다면적인 접근을 고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