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속 드러나는 대우자판 부실 경영

수십억 날린 무비테마파크 사업에 부실기업 보증까지

등록 2011.07.01 15:57수정 2011.07.01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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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년 12월 3일 열린 '파라마운트 무비파크 코리아' 기공식에서 이동호 대우자판(주) 사장(왼쪽 두 번째부터), 마이클 코코란 파라마운트사 사장, 황우여 국회의원, 안상수 인천시장 등이 참석해 축하 손뼉을 치고 있다.
2008년 12월 3일 열린 '파라마운트 무비파크 코리아' 기공식에서 이동호 대우자판(주) 사장(왼쪽 두 번째부터), 마이클 코코란 파라마운트사 사장, 황우여 국회의원, 안상수 인천시장 등이 참석해 축하 손뼉을 치고 있다. 부평신문 자료사진

한때 초우량 기업임을 자랑하던 대우자동차판매주식회사(이하 대우자판)가 부도 이후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간 지 14개월이 더 지났다. 대우자판에 근무했던 노동자 1000여 명이 희망퇴직과 정리해고로 거리에 내몰렸고, 협력업체 직원들도 타격을 받고 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대우자판 지회는 6월 30일 현재 158일째 본사를 점거해 농성하고 있다.

올해 초 대우자판의 워크아웃 과정 등을 진단했다(하단 관련기사 참조). 의혹이 많았기 때문이다. 건실했던 향토기업이 왜 워크아웃에 이르렀고, IMF 시기에도 흑자를 냈던 기업이 무엇 때문에 공중 분해될 위기에 처했는지 두 차례에 걸쳐 좀더 깊이 살펴보고자 한다.

대우자판은 2000년에 대우그룹 계열사에서 해제됐고, GM이 대우자동차를 인수하고도 대우 차량의 국내 판권을 유지했다. 하지만 한국지엠(=당시 GM대우)이 2010년 3월 9일 승용차 '판매상 계약' 해지를 통보하고 차량 공급을 중단했다. 승용차 위탁 판매는 대우자판의 주력 사업이었다. 이로 인한 손실 금액은 약 1조 2,825억원에 이른다.

또한 같은 해 11월 TATA 대우상용차(주)의 계약기간 만료에 따라 상용차 위탁 판매 계약도 해지됐으며, 그 손실금액은 3951억 원에 이른다. 당시 대우자판은 GM의 먹튀(=먹고튀어)설을 여론화하려 했지만, 사실상 차량 판매대금 2000억 원 이상을 한국지엠에 제때에 지급하지 않아, 계약은 해지됐다.

 대우자판(주) 영업직원 등 700여 명은 지난해 3월 한국지엠(옛 GM대우) 부평공장 정문에서 'GM의 GM대우 하청공장화 음모 규탄'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GM대우의 계약해지에 대해 GM의 하청공장화 음모라고 주장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그러나 대우자판은 GM대우에 차량 판매 대금을 지급하지 않아 판매상 계약 해지 당했다. 당시 부실한 경영 책임을 외국 자본인 GM측으로 돌린 셈이다.
대우자판(주) 영업직원 등 700여 명은 지난해 3월 한국지엠(옛 GM대우) 부평공장 정문에서 'GM의 GM대우 하청공장화 음모 규탄'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GM대우의 계약해지에 대해 GM의 하청공장화 음모라고 주장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그러나 대우자판은 GM대우에 차량 판매 대금을 지급하지 않아 판매상 계약 해지 당했다. 당시 부실한 경영 책임을 외국 자본인 GM측으로 돌린 셈이다. 부평신문 자료사진

수십억 날린 송도 무비테마파크 사업

예전에도 살펴보았듯이 대우자판이 워크아웃에 이르게 된 원인은 국내 유일의 차량 종합 판매법인인데도 무리한 사업 확대로 유동성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대우자판은 2007년 12월 미국 파라마운트사와 인천 송도에 국내 최초로 '무비테마파크' 설립에 합의했다. 송도 무비테마파크 사업은 연수구 옥련동에 1조 5000억원을 투입해 도심 체류형 테마파크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대우자판은 2008년 5월 파라마운트 라이센싱 법인(Paramount Licensing Inc)과 '파라마운트 무비파크 코리아' 출범식을 진행하기도 했고, 그해 유동성 위기에도 불구하고 착공식까지 개최했다.


한 때 대우자판의 주가가 4만 6000원까지 올랐는데, 무비테마파크 착공 당시 대우자판 주식은 9000원대로 하락했다. 대우자판 전 직원들 중 일부는 테마파크 사업이 주가를 올리기 위한 것이었다는 주장을 하도 한다. 특히 이 사업과 관련한 협약식과 착공식 행사를 하면서 대우자판은 비용 수십억 원을 지출했다. 또한 2008년 10월 파라마운트에 로열티 200만 달러(당시 한화 30여억 원)를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대우자판은 달러 자산이 없을 뿐 아니라 환율 상승으로 인해 달러 매입이 부담되자, 금리연동부사채(FRN) 발행으로 외화 정기예금 700만 달러를 사용하려 했으며, 국내 은행권과 정부는 외화 자산 부족으로 외화 유출을 자제해달라며 지급 유예를 요청했다. 이에 파라마운트사는 외화지급보증 이행을 2009년 1월 15일 만기로 개설해줄 것을 요청했고, 대우자판은 정기예금 700만 달러 중 200만 달러를 직권 설정해 14일 지급했다.


이와 관련, 대우자판에서 정리 해고된 A씨는 "파라마운트 사업은 명백한 주가 조작 혐의가 있다. 당시 파라마운트사는 수천억 원을 투자할 여건도 아니다. 행사비로 수십억 원을 지출하고, 로열티 200만 달러도 지급한 뒤 회수하지 못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A씨는 외환관리법 위반 혐의도 있다고 주장했다.

 대우자판이 인천 송도에 추진했던 무비테마파크 사업 조감도
대우자판이 인천 송도에 추진했던 무비테마파크 사업 조감도

부실기업 보증에 사기까지 당해

이라크 전쟁이 끝난 뒤 중동에서 중고차 수요가 급증하자 대우자판은 중고 승용차를 수출해 재미를 톡톡히 봤다. 하지만 2007년께 이란 무역상에게 25억 원을 사기당해 한 푼도 회수하지 못했다. 또한 대우자판은 안성 스테이트월셔 골프장 건설과 관련해 자본금 500만 원에 불과한 시행사에 2000억 원을 보증했다가 날리기도 했다.

이밖에도 대우자판은 2003년 8월 남양주시 월문리 부동산 개발 사업에 참여하기도 했다. 시행사인 K사와 '아파트 공사 관련 협약과 약정'을 체결하고, 회사 자금 207억 원을 예금담보대출을 통해 K사에 2005년 6월 빌려줬다. K사가 D종금으로부터 200억 원을 대출하는데 대우자판이 예금담보를 통해 지급을 보증한 것이다. K사가 이를 상환하지 않아 대우자판은 207억 원을 D종금에 '대위변제'했다. K사는 이중 일부를 다른 용도로 사용했다.

대우자판은 수익증권 회수와 대위변제자 참여 등을 통해 원금과 일부 이자를 2007년 10월 회수했지만, 이 과정에서 채권 확보를 생략하고 회사자금을 먼저 집행해 49억 5310만 원을 손해 본 것으로 취재 결과 확인됐다.

금리연동부사채[金利連動附社債, floating rate notes ] = 일정기간 동안은 계약된 확정이자율로 이자를 지급하지만 일정기간 경과 후에는 정기적으로 금융시장의 이자율에 따라 연동해 이자를 지급하는 사채.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부평신문(http://bpnews.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부평신문(http://bpnews.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대우자판 #이동호 #GM대우 #파라마운트 #금리연동부사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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