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포즈 한번 잡아보셔요. 싱글벙글.
조상연
워낙이 인정 많으시고 사람들을 좋아하는 어머니의 성품도 있지만 특히나 골목 안 사람들을 끔찍이 여기는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몇 해 전인가 내가 동네 병원에서 손 쓸 수 없는 위암 말기라는 오진을 받은 적이 있었다.
나는 숨기느라고 숨겼는데 어떻게 그 소식을 들으신 어머니께서 뇌에 혈관이 터져 쓰러지셨다. 그때 골목 안 사람들이 발견하고 나에게 전화를 해주어 급하게 병원으로 옮겼는데 의사선생 말이 1분 1초만 늦었어도 큰일 치를 뻔했단다. 결국 어머니는 동네 골목 안 아줌마들이 살리신 셈이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포도가 익어가거나 말거나 30분 거리에 있는 아들은 나 몰라라 하시니 조금은 서운하기도 하다. 그래도 가끔 어머니 댁에 들를라치면, 아들도 제대로 안 챙겨주시는 포도를 얻어드시는 황송함이 있어 그런지 동네 아줌마들이 나보다 먼저 어머니 집으로 뛰어들어가 이 집 큰아들 온다며 더 반가워하시는 호사를 누리기에 참을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