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2금융위기 이후 주요 사건과 대책 변화(2008년 8월 2011년 8월)
새사연
2007년 이후 미국에서 시작된 금융위기는 2009년 1분기까지 자유낙하를 계속하다가 2009년 2분기~2010년 2분기까지 회복 국면을 보이기도 했지만 제대로 된 경기상승을 하지도 못한 상황에서 다시 하락국면으로 가고 있다. 결국 위기는 지금까지 계속되어 온 것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사적 금융회사의 부실이 국가로 이전되면서 국가 재정의 부실이 문제가 확대되기 시작했다는 점이 중요하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발생시킨 금융회사들에 구제 금융을 하고 경영이 악화된 기업과 쏟아져 나온 실업자들을 살리기 위해 경기부양정책에 집중하면서 재정적자와 국가채무가 크게 늘어나게 된 것이다.
2008년 금융위기를 수습한 결과가 현재 위기의 원인으로 작용했다고도 할 수 있고, 사적 기업의 부채가 정부의 부채로 이전되었다고도 할 수 있다. 그 결과 경제 여건이 취약한 나라들부터 국가재정위기가 도래하기 시작한 것이다. 유럽과 미국의 경제위기의 중심에는 재정위기가 있다.
'알려진 위기'이므로 확산 가능성이 적다?어쨌든 현재 2008년 리먼 사태 이후 가장 심각한 국면에 돌입한 것만은 틀림없고, 갑작스런 사건이 아니라 금융위기 자체를 수습하면서 누적된 국가의 재정위기와 부양책에도 불구하고 호전되지 않은 실물경기 침제가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뉴욕대의 누리엘 루비니 교수 등은 올해 안에 더블딥이 올 가능성을 50%이상으로 보고 있기도 하며 "더블딥을 피하기 위해서는 선진국들의 현명한 정책과 행운이 동시에 따라주어야"한다는 기대하기 어려운 전망을 내놓기도 한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상승기조로 갈 것이라는 전망과는 판이하다.
그런데 이번 위기는 원인과 구조가 대체로 알려져 있는 사실들이라는 것 때문에 2008년처럼 위험하지는 않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2008년 금융위기의 경우에는 실체를 알기도 어려운 각종 금융파생상품들이 금융회사 사이에서 매우 복잡하게 얽혀 있었기 때문에 규모도, 전달 경로도 파악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불확실성'이 매우 높아서 발생했다는 것과 비교하는 것이다. 오히려 불확실성이 제거되었기 때문에 조만간 혼란이 수습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그러나 이것은 정반대로 더 위험한 요인일 수도 있다. 우선 첫째, 알려진 위기이기는 하지만 그 다음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합의된 정책 수단이 나오지 않고 있다. 2008년에는 위기가 터지자 곧바로 주요 국가들이 공조하여 금리인하나 구제 금융, 경기부양대책을 동시에 쏟아내면서 경제의 추가 하락을 방어한 경험이 있다.
그런데 현재는 원인을 다 알면서도 마땅한 대책을 내놓고 있지 못하거나 알고 있는 정책 수단들이 시효를 다했다. 금융위기에 대처했던 정책 수단들, 중앙은행의 금리인하와 지불준비금 인하, 양적완화, 그리고 정부의 경기부양(재정지출) 가운데 대부분은 이미 쓸 수 있는 한도까지 썼거나 더 사용하기가 어려워졌다. 오바마 정부가 기업의 신규고용 촉진을 위한 세제 개혁, 일자리 창출 프로젝트, 주택시장 활성화 정책을 펴겠다고 하지만 어떤 정책수단을 사용할지는 미지수다.
둘째로, 2008년 위기가 유동성 위기로부터 폭발했지만 지금은 그보다는 정부와 국가의 '지불 능력 위기'라는 측면이 더 강하다는 데서 폭발성은 약할 수 있으나 장기 지속성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리스 재정위기가 2009년 가을부터 수차례 구제 금융을 받고 대책을 내놓았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7월까지 위기가 계속 확산된 것은 현실적인 채무상환 능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부채시한만 연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각국 정부가 내놓는 답이 유일하게 '긴축'이라는 모호한 해법뿐이었다. 근본적인 대책 없이 1년 넘게 끌어오고 있는 것이다.
셋째, 미국과 각국 정부의 미흡한 대책이 '정부에 대한 신뢰의 위기'를 심화시키는 가운데 국민들에게만 일방적으로 고통을 감수할 것을 요구하는 현재의 정치 역학구조가 근본적인 대책을 지연시키면서 위기의 잠재력을 키우고 있다. 미국은 공화당과의 역학관계에서 '증세'는 고사하고 감세 쪽이 오히려 보강되는 가운데 긴축 재정안을 합의한 상황이다.
유럽도 마찬가지다. 남유럽 국가의 채무위기에 대해 주요 채권자들인 독일과 프랑스 은행 등 사적 금융회사들이 고통을 일부 분담하는 '채무조정'을 하지 않은 채, 국민들의 고통 전담을 의미하는 복지지출 삭감 등으로 재정적자와 채무 축소를 밀어붙이고 있다. 기업과 금융회사의 고통분담 없이 국민들에게 고통을 요구하는 현재의 정책 방향들이 문제를 어렵게 몰고 가는 것이다. 반면 사적 금융회사들에 대한 금융규제 방안은 G20 회의 등을 통해 수차례 논의는 되었으나 강력한 반발에 밀려 BIS기준 건전성 강화나 은행세 정도를 제외하고는 제대로 합의된 규제 방안을 만들지 못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의 재정적자와 국가부채는 계속 늘어가고 있는 중이다. 일부에서는 남유럽을 비롯한 주요 채무국의 부채가 과도한 복지지출 때문에 발생하고 있다며 이를 줄여야 한다지만, 현재 재정위기는 명백히 2008년 금융위기 수습과정에서 발생한 것이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재정수지와 국가부채는 2008년 이후 급격히 팽창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현재 시장이 기대하는 거의 유일한 해법인 '3차 양적완화(QE3)'가 위기를 해소시켜 줄 것인가. 지난 6월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2차 양적완화를 공식 종료시켰을 때만 해도 3차 양적완화 조치 가능성은 잘해야 연말쯤 검토될 수 있다고 간주했다. 그런데 이미 양적완화 카드까지 정책 테이블에 올라와 있는 상태다.
그러나 지난 1,2차 양적완화 시행 결과를 보건대 전체적으로 2조 3천억 달러 이상을 국채매입을 통해 시장에 공급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기대했던 실물경기 회복은 미미했다는 평가다. 풀린 돈이 기업과 소비자들에게 파급된 것이 아니라 다시 중앙은행으로 되돌아오거나 아시아 신흥국으로 유입되어 자산시장 거품만 부추겼다는 비판이 그것이다. 양적완화를 기대하지만 양적완화로 거둘 수 있는 효과에 대해 점점 회의적인 시각이 확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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