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에 창업, 지금까지 영업 한 번 안했어요"

[인터뷰] 사회적기업 '대지를 위한 바느질' 이경재 대표

등록 2011.08.09 18:50수정 2011.08.09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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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을 사는 건 '일'이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옷을 사면서 많은 이들은 이 옷이 더위나 추위에 적합한지, 옷을 입음으로써 타인의 눈에 비칠 나의 '비주얼'에 적합한지 고민하며 옷을 고른다. 명동, 동대문, 혹은 오픈마켓이든 관계없이 우리의 옷 고르기는 몇 시간의 '열정노동'과 체력을 필요로 한다. 그렇게 찾은 우리의 새 옷을 경배하며 새끈한 쇼핑백에 넣고, 새 옷에만 달렸다는 말끔한 택을 때는 순간 비로소 옷과의 '첫 스킨십'이 시작되니. 우리는 옷과의 데이트에 '무상노동'을 비롯한 온갖 예의와 격식을 갖춘다.


한편으로 그렇게 불타올랐던(?) 옷과의 이별 시간. 이별도 '일'이다. 장롱 속에 꾹꾹 묵혀둔 곰팡내 나는 '꾸진 옷'들을 바라보며 이 옷을 어떻게 '몰래' 처리해야 할까 하는 고민에 사로잡히곤 한다. 더 묵히면 젓갈이 될 것 같은 '저것'들을 던져버리는 곳은 결국 쓰레기통! 그렇게 한때 울고불고 찐득한 스킨십을 같이 했던 '내 몸'의 일부는 저 멀리 난지도 공원으로 사라져갔다. 이별? 이별에 예의 따윈 없었다.

a  사회적기업 '대지를 위한 바느질' 이경재 대표

사회적기업 '대지를 위한 바느질' 이경재 대표 ⓒ 하자센터 달시장 블로그



옷의 순환구조를 고민하라

그런데 취재 차 사회적기업 '대지를 위한 바느질' 이경재(30) 대표를 만났다가 그런 상상을 하게 됐다. 옷에 만약 생명이 있다면 못할 짓이지 않는가. 생각해 보라. 고이 연애하다가 '주인에게 버림받은' 이 가련한 옷들이 지하에서 몇십, 몇백 년 동안 썩지도 않고 원한에 사무쳐 있을 거라니. 한때 내 몸의 일부였는데.

사람은 자연에서 태어나 자연으로 돌아가지만 옷에게는 그런 순환구조가 없는 것. 이것은 옷뿐만이 아니라 자연에게도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이씨는 "면 제품은 덜하지만 섬유계 합성섬유가 대부분인 요즘의 옷은 토양 속에서 몇십 년, 몇백 년이 지나도 분자구조가 붕괴되지 않고 그대로 존재한다"며 "옷이 자연에서 태어나서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는 순환구조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한다.

a  하자센터 본관 3층에 위치한 작업실 전경. 3명의 직원이 상주한다고 한다.

하자센터 본관 3층에 위치한 작업실 전경. 3명의 직원이 상주한다고 한다. ⓒ 하자센터 달시장 블로그


'옥수수 전분 섬유(PLA)'면 어떨까?


대학에서 패션디자인을 전공했고 대학원에서 그린디자인을 공부했다는 이씨는 원래 '톰 포트'를 롤모델로 꿈꿨었던 패션디자이너 지망생이었다. 처음에는 다른 디자이너 지망생들처럼 디자인만 고민했지 '소재'는 생각하지 않았다는 이씨. 그러다가 귀농을 하게 되고 대학원에서 국민대학교 윤호섭 교수를 만나게 되면서 환경문제에 대한 디자이너의 책임을 고민하게 되었다고 한다.

"대학원에서 공부하면서 환경문제에 대한 데이터를 보니 이렇게 오기까지 누구의 책임인 것인가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는 이씨는 "물론 디자이너가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지만, 과학자는 과학자대로, 기술자는 기술자대로 고민을 하는 것처럼 디자이너도 디자이너가 할 수 있는 환경적 책임에 대해 고민을 해야 하지 않을까 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이씨는 '옥수수 전분 섬유'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옥수수알갱이에서 추출하는 옥수수 전분 소재는 토양에 묻었을 때 미생물에 의해 3~4개월이면 완전히 분해가 된다고 한다. 활용성도 높아서 가공방식에 따라 실크, 삼베, 비닐 등등의 다양한 소재로 가공이 가능하다고 한다. 이씨는 이 소재를 가지고 처음에는 우비와 드레스를 만들어서 전시했다고 한다.

a  쐐기풀 소재로 만든 친환경 드레스. 옥수수전분으로 처음 만들어서 전시한 작품이 우비와 드레스였다고 한다.

쐐기풀 소재로 만든 친환경 드레스. 옥수수전분으로 처음 만들어서 전시한 작품이 우비와 드레스였다고 한다. ⓒ 하자센터 달시장 블로그


소문이 나서 시작한 사업, 아직도 '영업'을 하지 않아

"원래는 옷을 팔 생각이 없었다"는 이씨는 전시회를 보고 결혼할 신부가 "저 드레스를 내가 입어보고 싶다고 의뢰가 왔다"고 말했다. 그렇게 한 두 명씩 전시회를 보고 의뢰가 들어와 옷을 만들어주다 보니 어느새 사업처럼 되어버렸다는 이씨. 이렇게 회사를 세우고, 처음에는 혼자서 아르바이트 생을 고용하며 '대지를 위한 바느질'의 첫 걸음을 시작했다.

2005년에 시작한 일이 2008년쯤 되니 그래도 어느 정도 수익이 나기 시작해 직원을 둘 수 있었다고 한다. 인상 깊은 건 성과를 인정받아 2010년에 고용노동부로부터 사회적 기업으로 인증받았음에도, 이때까지 영업을 뛰어본 적이 한 번도 없다는 말. 이씨는 "인터넷 블로그나 카페를 보고 찾아 오시거나 소문을 타고 알려져서, 혹은 언론 보도 등등으로 인해서 지금까지 영업을 하지 않아도 되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a  '생화'로 만든 부케. 결혼식 끝나고 신부들이 도로 가져다가 자기 집에 심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생화'로 만든 부케. 결혼식 끝나고 신부들이 도로 가져다가 자기 집에 심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 하자센터 달시장 블로그


쐐기풀, 한지 소재로 연미복, 군복까지 개발

현재 '대지를 위한 바느질'의 주력 사업은 '에코웨딩'이다. 천연 한지나 쐐기풀 소재의 친환경 드레스, 연미복을 제작하고 예식 후에는 일상복으로 입을 수 있도록 수선해 준다. 여기에다가 주변 지인들, 사회적기업 팀들과 '공정무역 예물반지', '공정 신혼여행'등을 연계하고, 부페나 피로연으로 '유기농 음식'을 준비하고, 부케는 받은 사람이나 신부가 집에가서 심을 수 있는 '생화 부케'를 준비하는 등의 전체적인 '친환경 결혼식' 기획이다. "다른 결혼식비용 보다 높지도 않고, 패키지가 없어 항목별로 선택할 수 있는 합리적인 삼품이다"라고 이씨는 자신했다.

a  유엔평화유지군에 납품하게 8개월동안 준비했었다는 친환경 소재 군복. 위장에 멸종된 동물, 새, 식물, 사람 등을 디자인으로 도안했다고 한다.

유엔평화유지군에 납품하게 8개월동안 준비했었다는 친환경 소재 군복. 위장에 멸종된 동물, 새, 식물, 사람 등을 디자인으로 도안했다고 한다. ⓒ 정혜교


이와 함께 소소하게 '배냇저고리'나 '가방', '앞치마'등의 친환경 리빙 제품이나 유니폼을 만들기도 하고, 최근에는 '야심차게' 유엔평화유지군에 납품할 목적으로 위장에 동물과 식물, 사람, 자연의 이미지를 그려넣은 친환경 군복 제작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 대표의 '대지를 위한 바느질'은 친환경 옷으로 할 수 있는 모든 삶을 고민하는 듯보였다. 이씨는 "결혼식이나 환경문제에 대해 젊은 사람들과 함께 의식을 공유하며 할 수 있는 것들을 하고 싶다"며 이를 통해 사회적으로 환경문제, 옷에 대한 성찰을 지속적으로 이끌어나가고 싶다는 비전을 밝혔다.

덧붙이는 글 | 하자센터 달시장 블로그(http://dalsijang.tistory.com)에서 발행한 사회적기업가 인터뷰입니다. 달시장 블로그는 정기적인 공유를 통해 오마이뉴스의 많은 독자들과도 예술가, 지역주민, 사회적기업가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예정입니다.


덧붙이는 글 하자센터 달시장 블로그(http://dalsijang.tistory.com)에서 발행한 사회적기업가 인터뷰입니다. 달시장 블로그는 정기적인 공유를 통해 오마이뉴스의 많은 독자들과도 예술가, 지역주민, 사회적기업가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예정입니다.
#하자센터 #달시장 #사회적기업 #대지를 위한 바느질 #이경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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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우진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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