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세상이 어지럽다.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부질없는 인공물, 서로 간에 깊어지는 대립과 갈등, 그리고 여전한 자연에 대한 약탈과 약자에 대한 착취. 여기에 자연재해까지 덮쳤다. 예측불허, 엄청난 파괴력, 빈도수의 증가 등을 특징으로 하는 자연재해들이.
체념이 큰 파도처럼 넘실댄다. 절망에서 시작된 무모한 폭력들. 계속되는 젊은이들의 동반자살 소식에 가슴이 에인다. 쓰나미는 해변에서 보다 우리의 가슴에서 먼저 일어나고 있다.
이러한 때에 4대 종단의 젊은이들이 살림의 기운을 모으고자 길을 떠난다. 자연의 신비를 깊숙이 들여다 보며 공생의 길을 만들고자 길을 떠난다. 생명이 죽임을 당하고 평화가 깨지고 있는 현장을 돌며 문제의 뿌리를 이해하고 생명과 평화의 기운을 북돋고자 한다.
그들이 가고자 하는 곳은 첨예한 갈등이 현존하는 위험지역이다. 4대강 사업 현장, 구제역 매몰지, 고리 핵발전소, 한진중공업 부산 영도 조선소 등이다. 우포늪에서 시작한다. 생명의 근원인 습지에서 첫 발을 뗀다. 8월 16일, 오후 3시다.
어지러운 세상, 생명·평화를 위해 떠납니다
5대 종단 젊은이들이다. 원불교, 불교, 천도교, 개신교의 청년대학생 및 일반 신도 각 10명씩이다. 그들이 가는 길목에 수많은 생명이, 무생물이 환호하리라 믿는다. 그들의 발걸음에 풀 한포기, 구르는 돌멩이 하나까지 화답하리라 믿는다. 짜릿한 휴가철에 폭우와 땡볕을 선택한 이들의 발걸음에 하늘이 함께 하리라 믿는다.
경남 창령의 우포늪 생태관에서 시작하는 출발의식에서는 불교 환경연대의 국장이신 김두환 선생님이 진행을 맡고 기독교 환경연대 목사이신 양재성 선생님이 자세하게 진행 일정을 소개한다.
원불교 환경연대의 교무이신 강해윤 선생님이 여는 말씀을 하고 닫는 말씀은 천도교 한울연대의 총장인 김용휘 선생님이 맡았다. 4대 종단이 이 순간만큼은 화합과 통합의 시간을 갖는 셈이다.
우포늪에서 시작하여 20일까지 진행되는 순례단은 먼저 4대강 공사 현장인 함안보를 지난다. 댐이 완공되면 주변 지역 침수를 예고하는 전문 학자들의 경고를 여러 차례 받고 있는 함안보. 다시 낙동강 을숙도에 발걸음이 닿는 순간 순례단들은 생명군(群)의 향연을 보게 될 것이다. 자연이 연출하는 숭고한 생명무리의 장엄함.
주남저수지다. 2008년 람사르 총회가 창원에서 열리면서 일약 세계적 철새 도래지의 스타덤에 오른 호수. 이곳에서 순례단의 시선을 압도하는 철새들의 군무를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람사르 총회를 1년 앞둔 시점에서 동양 최대의 철새 도리지인 주남저수지의 생태보고서 단행본을 본 적이 있다. 그 생명의 웅혼함에 숨을 죽였던 기억이 있다.(바로가기)
고리 핵발전소가 빠질 수 없다. 김해시 주천면의 구제역 집단 매몰지도 방문한다. 경남불교평화연대의 자흥스님이 생명의 밥 보시를 하시고 원불교 교당과 교회에서 잠을 잔다. 천도교 부산교구 동덕들은 주먹밥을 해 나른다. 생명의 밥상 못지 않게 생명의 말씀들을 박노진 선생님과 주경스님 등 여러 선생님들이 들려주신다.
마지막으로 부산이다. 한진중공업. 신자유주의 경제시스템의 모순이 집약되어 있는 현장. 목숨을 걸고 200일 넘게 고공농성을 하고 있는 김진숙 선생님이 계시는 곳에서 범종교 연합 기도회를 갖는다. 새로운 희망의 불씨를 지피는 시간이다. 아픔과 고통의 현장에 함께하며 희망의 말씀을 피워 올리는 시간이다.
이들의 행로에 모진 비바람이 불지라도, 숨 막히는 무더위가 있을지라도 생명과 평화의 기운이 샘솟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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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재성 순례공동단장 ⓒ 전희식
▲ 양재성 순례공동단장
ⓒ 전희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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