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초작업예초기로 풀을 깎으면 나머지는 풀을 긁어 모아야 한다.
양동정
매년 추석이 돌아오면 조상님 산소 벌초 때문에 크고 작은 애환이 많다. 얼마 전 방송에서는 벌초를 하다 말벌에 쏘여 사망했다는 보도가 있기도 했다. 하지만 조상을 숭배하는 가장 초보적인 일이 아마 벌초일 것이다. 벌초하지 않은 무덤을 보면 후손이 없거나 조상을 숭배하지 않는 집안인가 보다 하고 생각하는 이유 또한 그 때문일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우리 집은 벌초에 꽤 신경을 쓰는 편이다. 금년에는 지난 20일 토요일을 벌초하는 날로 정했다. 우리가 벌초를 해야 하는 산소는 총 8개소에 18기 봉분이다. 옛날 어른들이 후손들 잘 되라고, 그리고 자손이 번창하라고 명당을 찾아 묘를 쓰다 보니 여러곳에 흩어져 있고, 집에서 20km 이상 떨어진 곳에도 묘가 있다. 이런 정성을 생각하면 즐거운 마음으로 벌초를 해야 할 것이다.
형제수에 비해 산소가 많은 관계로 벌초가 집안의 큰 행사이다. 형제들에게 문자를 보내고, 전화하고, 가족카페 공지사항에 올리고, 차량을 수배하고, 인부를 사는 등의 준비를 해야 한다. 이번 벌초에는 도처에 흩어져 있는 14명의 형제들 중 8명이 참석을 하고 나머지 6명은 일정액의 경비를 부담하기로 했다. 8명의 인원으로는 적을 것 같아 별도 인부 2명을 사서 총 10명이 3개조로 나누어 벌초작업을 하기로 한 뒤 당일 새벽 6시에 마을 회관 앞에 모이니 궂은비가 오락가락하는 것이 오히려 뙤약볕보다 나을 것 같다.
3개조가 비를 맞아가면서 벌초를 마친 시간은 오후 2시경이다. 날씨 때문에 걱정을 많이 했으나 차라리 비를 맞으며 벌초를 마치고 나니 이렇게 개운할 수가 없다. 그래서 이번에 벌초를 하면서 느낀 조심해야 할 사항이나 준비물에 대해 벌초 가시는 분들을 위해 적어본다.
긴 옷과 두꺼운 등산화는 필수... 벌집엔 각별히 주의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