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기후변화의 해법은?

[서펑] 베른 하르트 푀터의 <기후변화의 먹이사슬>

등록 2011.08.31 17:23수정 2011.08.31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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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책겉그림 기후변화의 먹이사슬

책겉그림 기후변화의 먹이사슬 ⓒ 이후

▲ 책겉그림 기후변화의 먹이사슬 ⓒ 이후

기후변화의 원인을 보통 온실효과로 생각한다. 기름과 석탄을 땔 때 나오는 이산화탄소가 그 주범으로. 당연히 석유와 화학 에너지를 생산하는 업체들을 공범으로 생각할 것이다. 그렇지만 그 덕에 이로운 문명을 누리고 있다면 과연 그들에게 돌을 던질 수 있을까?

 

그런데 기후변화의 가해자였던 기업들이 이제는 피해자가 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에너지 가격은 그만큼 상승하고 있고, 원료도 그만큼 부족한 상황이고, 기후변화의 법률들이 점점 더 까다롭게 강화되고 있는 까닭이다.

 

그에 비하면 원자력 산업은 그야말로 지구온난화와는 거리가 있다. 그야말로 기후변화에 빛을 볼 수 있는 산업이다. 그러나 일본의 지진 여파로 그것 역시 도마 위에 올라 있다. 한 번 터지면 미래 세대까지 위협하는 이유가 그것이다.

 

베른 하르트 푀터의 <기후변화의 먹이사슬>은 기후변화의 가해자와 피해자, 그 속에서 이득을 보는 사람들을 추적하고, 향후 기후변화에 대해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할 지 깨닫게 하는 책이다. 기후변화에 대해 과학적으로 접근하기보다 기후변화의 문제에 대해 도덕적이고도 계몽적인 성격으로 써 내려간 것이다.

 

보통 '지구온난화'하면 과학적으로 규명하기에 급급했다. 지구 온도가 올라가면 그만큼 빙하가 많이 녹아내려 해수면이 급상승한다고 세계 언론은 떠들어댔다. 그런데 그 일이 자연재해에 따른 일이 아니라, 지극히 인재(人災)라는 데에 이 책은 주목하고 있다. 더욱이 기업후원을 받고 있는 과학자들은 기후변화보다는 유해물질 쪽으로 논쟁을 이끈다고 지적한다.

 

독일 연방 산하의 <세계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자문 위원회(WBGU)>는 2030년 페루의 안데스 산맥이 가뭄으로 황폐화 되고, 남아프리카는 2020년부터 식량 생산량이 인구증가율을 따라가지 못하고, 중국은 2025년부터 진주강 일대의 삼각주가 심각한 태풍과 홍수로 황폐해질 것이고, 금세기 중반에 북아프리카의 식량사정이 악화되어 대부분 유럽 쪽으로 인구이동이 일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물론 WBGU 전문가들은 그런 묵시록적 예언들이 현실이 안 될 것을 바라고 있다. 모두가 지혜를 모아 기후변화에 대한 대책을 내놓는다면 가능하다고 한다. 전 세계가 하나의 공동체로 뜻을 모으고, 협력 시나리오를 가동하면 된다는 게 그것이다. 이를 위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전 세계적으로 많이 내 품고 있는 미국, 그리고 중국은 그것을 최대한 제한해야 할 것이다. 세계 일류 국가들이 환경국가를 위해, 그리고 가난한 나라들을 위해 애써야 할 이유가 그것임을 밝혀주고 있다.

 

"선진국의 경우 기후변화로 폭염, 식중독, 알레르기 등이 발생하지만, 그로 인한 피해는 당국의 조치로 예방하거나 피해를 줄일 수 있다. 반면, 빈곤 국가에서는 기후변화가 흉작과 기근, 전염병, 자연재해로 인한 사망 등에 영향을 미쳐 주민의 생명의 위태롭게 한다. …그러므로 기후변화는 세계적으로 이미 양극화된 공중 보건 분야의 불평등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다.…기후변화는 본질적으로 서구 선진국 때문에 발생했다. 따라서 가난한 나라 빈곤층이 기후변화에 대한 저항력을 키우도록 도울 필요가 있다."(193쪽)

 

아무쪼록 이 책은 기후변화에 관해 알고 있는 일반적인 상식과 통념을 깨부수고 있다. 기후변화의 가해자였던 기업들이 이제는 피해자가 되고 있다는 지적을 비롯해, 열대우림에서는 조림산업이 지구의 허파 역할을 감당하지만 온대나 냉대 지역에서는 이산화탄소를 내 품는 격이 되고, 스웨덴 같은 곳에서는 조림산업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는 지적 등, 다각적인 시각에서 기후변화의 관계를 밝혀주고 있다.

 

다만 그가 이야기하듯이, 기후변화로 인해 선진국 투자 회사들이 돈을 긁어모으는 재미를 맛보는 동안 빈곤 국가들은 점점 홍수와 기근과 물 부족 때문에 아사 생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는 귀담아 들어야 할 것이다. 기후변화가 지구 곳곳에서 반정부 시위를 일으키는 핵심 의제가 될 것도 의미심장하다. 결국,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기후 변화에, 온실이 되어 버린 지구 안에, 공의가 살아 숨 쉬게 하려면 정치적인 해법만이 묘책임을 알 수 있다.

2011.08.31 17:23ⓒ 2011 OhmyNews

기후변화의 먹이사슬 - 가해자와 피해자, 그리고 이득을 보는 사람들

베른하르트 푀터 지음, 정현경 옮김,
이후, 2011


#기후변화 #가해자와 피해자 #온실이 되어 버린 지구 #조림산업 #알레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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