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 등산 가자

등산의 백미, 탁족

등록 2011.09.03 17:15수정 2011.09.03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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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탁족만 했음에도 무더위는 단박에 종결되더 군요!

탁족만 했음에도 무더위는 단박에 종결되더 군요! ⓒ 홍경석

탁족만 했음에도 무더위는 단박에 종결되더 군요! ⓒ 홍경석

'늦게 배운 도둑이 날 새는 줄 모른다'는 속담이 있다. 이같은 표현은 어떤 일에 남보다 늦게 재미를 붙인 사람이 하지만 그 일에 더 열중하게 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그래서 말인데 내가 요즘 흠뻑 빠져든 등산의 매력은 바로 이같은 속담에 적용된다. 

 

어제 직장에서 회식이 있어 다소 늦게 일어났다. 그렇지만 오늘도 계족산을 씩씩하게 오르는 내 발걸음은 젊은이 못지 않았다. 허나 전날의 과음은 역시나 타는 목마름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그래서 하는 수 없어 하산하는 길에 들른 우암사적공원의 작은 계곡에선 급기야 탁족(濯足)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세족(洗足=발을 씻음)으로도 불리는 탁족에 불과했지만 그 덕분에 비 오듯 흘렀던 땀마저 일거에 사라져 여간 시원한 게 아니었다!

 

요즘은 어딜 가나 에어컨을 틀어준다. 그러나 어떤 집(식당 등지)의 경우는 에어컨을 너무 빵빵하게 트는 바람에 도리어 춥기까지 한 게 사실이다. 에어컨 가동이 지구온난화의 주범임은 다들 알면서도 말이다.

 

내가 어렸을 적 살던 고향엔 공동우물이 있었다. 그런데 그 물은 어찌나 달고 시원했던지 수박을 길어온 그 물에 담가두면 마치 천연냉장고와도 같았다. 또한 그 물에 발만 담가도 시원했으며 목물(팔다리를 뻗고 엎드린 사람의 허리 위에서부터 목까지를 물로 씻어 주는 일)까지를 욕심내자면 그 어떤 무더위조차 냉큼 36계 줄행랑을 놓지 않고는 못 배겼던 것이다.

 

아울러 당시엔 선풍기조차 없는 집이 수두룩했는데 그래서 더위의 퇴치용품이라곤 고작 부채 하나만 달랑이었다. 그랬음에도 시원한 물에 담가뒀던 참외와 자두를 꺼내 먹으며 할머니가 부쳐주시는 부채 바람만 있으면 잠은 시나브로 꿀맛처럼 달게 찾아왔던 것이었다.

 

올 여름엔 휴가를 맞았어도 돈이 없어 멀리는 못 갔다. 다만 휴가기간 중에도 산을 찾는 데는 게으름을 피우지 않았다. 오늘 같은 탁족을 맛본 건 지난번 수통골을 찾았을 때도 실천한 바 있다.

 

계룡산의 초입 쯤 되는 수통골은 계곡이 무척 크기도 하거니와 명불허전(名不虛傳)의 시원함이 또한 압권(壓卷)이자 백미(白眉)여서 정말 맘에 들었다! 그제 아들이 집에 왔다. 다소 늦은 여름휴가의 마지막 밤을 집에서 자고파 왔다고 했다.

 

짬이 더 있었으면 함께 등산이라도 갔음 했었다. 그러나 어제 아들은 대학 후배들에게 취업 노하우인지 뭔지를 알려준다며 자신이 졸업한 충남대학교에 갔다 오는 바람에 그럴 시간이 안 되었다. 하여간 등산의 백미는 역시 탁족이 아닐까 싶다.

#등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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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서: [초경서반]&[사자성어는 인생 플랫폼]&[사자성어를 알면 성공이 보인다]&[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 대전자원봉사센터 기자단 단장 ▣ 月刊 [청풍] 편집위원 ▣ 대전시청 명예기자 ▣ [중도일보] 칼럼니스트 ▣ 한국해외문화협회 감사 / ▣ 한남대학교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CEO) 수강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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