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다윈 자신은 신의 존재여부를 논하지는 않았다. 다만 생명이라는 존재는 그렇게 지구상에 존재한다는 것을 관찰하고 기록했을 따름이다. 다윈의 이론을 바탕으로 무차별하게 신을 짓밟은 이는 <리처드 도킨스>다. 그의 대표작 <이기적 유전자>에 의하면, 인간은 유전자에 의해 만들어진 기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즉 유전자가 안락하게 살아가기 위해 인간과 같은 정교한 기계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즉 리처드 도킨스는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를 이루는 세포는 유전자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도구이며,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명체의 행동과 생존 방법은 유전자의 명령에 의한 것이며, 다윈의 진화론도 당연히 유전자의 안락한 생존을 위한 방향으로 진행되었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유전자는 누가 만들었을까
유전자는 부모가 자식에게 특성을 물려주는 기능을 담당한다. 유전자를 구성하는 물질을 DNA라고 한다. 쉽게 말하면 정자와 난자세포 속 DNA를 복제하여 하나의 세포를 만들고(생식세포), 이 세포를 바탕으로 지속적인 세포 분열로 성장하여 어른이 된다. DNA에 새겨진 유전자 정보에 따라 팔다리를 형성하는 세포가 만들어지고, 오장육부를 형성하는 세포를 만들어 인간이 되는 것이다. 팔다리, 오장육부를 만드는 세포 속 유전자는 조금씩 다르다. 이와 같이 인간이 가지는 유전자 전체 정보를 게놈이라고 한다.
다시 말하면, 인간의 게놈 정보를 읽을 수 있다면 어떻게 사람 모양을 만들어 내는지를 비롯하여, 사람의 눈, 피부색은 물론, 위험 질병, 노화의 원인까지 알아낼 수 있다. 개개인의 맞춤형 약 개발도 가능하고 난치병 치료에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할 수 있다. 모든 것은 유전자에 의한 유전자를 위한다는 "리처드 도킨슨"의 생각에 그리 엇나가지 않는다.
이쯤 되면, 인간을 만든 유전자의 의중을 인류는 궁금해 할 것이다. 유전자의 의중을 알면 인간에 대해서 모든 것을 알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시작된 것이 "인간 게놈 프로젝트"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모든 유전자 정보 즉 게놈의 모든 정보를 해석하기 위한 프로젝트로, 미국 에너지부와 보건부에서 30억 달러 예산을 투입하여 국제 인간게놈서열 컨소시엄으로 만들어졌으며, 1990년에 시작되어 2003년에 완료되었다.
본 프로젝트를 이끈 사람은 세계적 석한 프랜시스 콜린스로, 2003년도에 인류 최초로 31억 개의 유전자 서열을 해독하였다. 우리 몸을 구성하는 지도를 완성한 것이다. 당연히 콜린스는 유전공학분야 최고의 권위자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콜린스는 도킨슨과는 다르게 유신론자이다.
콜린스도 도킨슨과 마찬가지로 인간의 몸은 유전자에 의해 만들어 졌다는 것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콜린스는 묻는다. 유전자는 누가 만들었을까. 그리고 답한다. 유전자는 신이 만들었다고. 생물의 다양성은 물론 약 60조개의 세포로 이루어진 인체의 신비 등의 원천인 유전자는 신이 만들었다고 주장하며, 이를 변론하고자 지은 책이, 이번 서평의 주인공 <신의 언어>이다.
유전자는 신이 만든 설계도다
<신의 언어>는 현존하는 최고의 과학자인 콜린스의 저서이지면, 과학책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많은 부분을 종교에 할애했기 때문이다. 콜린스는 유신론을 주장하며, 모든 생명의 원천인 유전자(DNA)는 신의 설계도라는 것이 이 책의 요지다. 그리고 과학적 세계관과 신앙적 세계관의 지적이고 정직하게 통합하기 위한 방법을 고민했다.
역사적으로 보면 과학과 종교는 불편한 관계였다. 종교를 지탱하게 해준 신비함을 과학은 현실로 끌어들여 그 신비함을 끝없이 없앴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앞에서 제시했던 다윈의 진화론이다. 때문에 세계적 석학인 콜린스가 과학적 이론을 바탕으로 유신론을 주장하는 <신의 언어>가 출판되자마자 종교계에서는 앞 다퉈 이를 그들의 유신론의 근거로 홍보했다.
하지만 콜린스는 현재의 유신론자들의 주장처럼 신을 전적으로 옹호하지도, 과학의 끝에 앉아 있는 신의 무책임을 논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현재 종교의 문제점을 제시하며, 수려한 문체로 과학과 종교의 공존을 피력했다. <신의 언어>를 읽다보면, 신의 존재여부는 그리 중요하지 않으며, 오히려 종교의 올바른 행동법에 대해서 제시하는 대목이 많다.
"나는 종교를 바탕으로 한 생명윤리를 적극 옹호하기가 꺼려진다. 이제까지 역사를 보건대, 종교인들은 신이 결코 의도하지 않은 방식으로 자신의 믿음을 멋대로 이용하여, 사랑이라는 주제를 벗어나 독선과 선동과 극단으로 치달을 위험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종교재판을 행했던 사람들은 자신의 행동이 대단히 윤리적이라고 생각했고, 매사추세츠 세일럼에서 마녀재판을 행했던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오늘날 자살폭탄테러를 감행하는 이슬람교도나 낙태 시술 의사를 암살하는 사람들 역시 자신의 도덕적 정당성을 의심치 않는다.<신의 언어 273쪽>"
콜린스는 종교와 과학의 상호 보완이 아닌, 편협된 행동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종교와 과학의 기능은 분명히 다르다. 종교로서 과학을 설명할 수 없고, 과학으로 종교를 설명할 수 없다. 종교와 과학은 분명히 다름에도 종교 속에서 과학을 찾으려는 자들을 한탄했다.
"대체 이게 무슨 일인가?.<중략>진화를 증명하는 과학적 증거가 쏟아져 나오는 상황에서 사람들이 좀처럼 진화를 받아들이지 않는 현상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150쪽><중략>조사결과 미국인의 3분의 1만 진화론을 증거가 확실한 이론이라 믿었고, 나머지는 증거가 충분치 않다고 주장하는 사람과 잘 모르겠다는 사람으로 거의 반반씩 나뉘었다.<중락> 또한, 신은 지난 1만 년경에 인간을 단 한 번에 거의 지금과 같은 형태로 창조했다"라고 미국인의 45%가 믿고 있다.<신의언어 151 쪽>"
몰론 콜린스도 "창세기의 날이 꼭 하루가 24시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창세기 1, 2장에 쓰인 언어는 모세 시대 독자들에게 하느님의 성품을 가르칠 목적으로 쓰인 것이지, 당시로서는 대단히 혼란스러웠던 창조의 세부적 내용에 관한 과학적 진실을 가르칠 목적이 아니었다고 본다.<신의언어 156쪽>"라고 변명은 하지만,
중요한 것은 미국국민의 절반가량이 6천여 년경에 우주가 탄생했다고 여기는 맹목적인 믿음이다. 우리나라에서 정상적인 초등학교 교육을 받았어도 이와 같은 주장은 하지 않을 것이다. 자타 공인 미국은 지구촌의 질서를 유지하는 국제경찰 역할을 한다
"이제 과학과 영적 세계 사이에서 점점 고조되는 전쟁에 휴전을 선포할 때다. 정말 부질없는 전쟁이다.<중략>과학은 신에 위협받지 않는다. 오히려 발전한다. 신도 결코 과학에 위협받지 않는다. 신은 과학을 가능케 했다.<중략>이성과 숭배가 동시에 존재했던 그 옛날에도 사회가 붕괴될 위험 따위는 전혀 없었다.<신의 언어 234쪽>"
과학이 발전하면 할수록 신의 존재가 계속 의심 받지만, 즉 신은 사라져야 마땅하거늘, 인류는 끝없이 어디에선가 신을 만들어낸다. 신이 없으면 인류는 존재할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인간은 불완전한 생명체이기 때문에 믿고 의지할 든든한 무엇인가가 필요해서가 아니라, 이성으로 과학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콜린스의 한계, 유신론적 진화
지구에 존재하는 생명의 복잡함이 그것인데, 분별력 있는 관찰자라면 지적인 설계자의 작품이라고 생각하기에 충분했다. 앞으로 살펴보겠지만, 과학은 이제 이마저도 완전히 뒤집었다. 그러나 나는 여기서 다른 두 가지 주장에 대해 그랬던 것처럼, 믿음을 가진 사람은 과학을 부정하기보다는 끌어안아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생명의 복잡성 뒤에 숨은 정교함은 경외감을 느끼고 신을 믿기에 충분한 이유가 된다. 그러나 다윈이 나타나기 전까지 많은 사람의 마음을 끌었던 단순하고 직설적인 방법으로는 곤란하다. 91
유신론자 콜린스는 인간기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미생물이라는 것을 인정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진화론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다만 진화의 시원인, 모든 생명체의 근원인 유전자는 신의 작품이라는 것이다. 콜린스가 주장한 "유신론적 진화"다.
콜린스의 유신론은 한마디로 표현하면 "인간을 만든 유전자, 그렇다면 유전자는 누가 만들었을까. 그것은 신이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유전자를 만든 A물질을 발견하면, 그 A물질은 누가 만들었을까? 라고 의문을 가지게 될 것이며, 그 의문의 뒤에 신을 숨겨놓듯이, 닭이 먼저냐 계란이 먼저냐의 케케묵은 순환 논법처럼, 콜린스의 유신론은 어이없게 들릴 수도 있다.
또한, 사실은 사실이고 믿음은 믿음이다. 믿음은 인간의 고뇌를 해결할 수 있지만, 태양이 지구 주위를 돈다고 아무리 믿어도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돈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또한 인간을 비롯한 모든 것의 시원인 우주가 135억 년 전에 대폭발로 인해 탄생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고 해서, 인간의 고뇌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이렇듯 종교와 과학은 태생은 물론 역할이 다르다. 종교의 텍스트와 과학의 텍스트를 동일한 틀에서 판단한 "유신론적 진화"가 왠지 억지처럼 느껴지는 이유다.
버지니아대 화학과 졸업하고, 74년 예일대 물리화학과 77년 노스캐롤라이나대 의학박사 학위 취득하였다. 1993년 부터 2003년까지 미 국립인간게놈연구소(NHGRI) 소장으로 역임하면서 인류 최초로 31억개의 유전자 서열을 해독하였다. 2007년 미 ABC가 25년간 세계에 영향을 끼친 인물 4위로 선정하였다.
유신론적 진화를 주장하며, 생명체의 경이로움과 놀라운 능력은 신이아니면 만들수 없다고 주장하며, 생명체의 근원이 되는 유전자는 신이 만든 설계자라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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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와 과학, 인류에 기여한 업적은 우열을 가릴 수 없다
종교와 과학이 인류에 기여한 업적은 우열을 가릴 수 없이 위대하지만, 인류에 기여한 분야는 분명 다르다. 종교는 인류의 정신을 이끌어 주었고, 과학은 인류의 편안함을 주었다. 사전적 의미의 종교는 "신이나 초자연적인 절대자 또는 힘에 대한 믿음을 통하여 인간 생활의 고뇌를 해결하고 삶의 궁극적인 의미를 추구하는 문화 체계"이며. 과학은 "보편적인 진리나 법칙의 발견을 목적으로 한 체계적인 지식"이다.
당연히 "초자연적, 고뇌, 삶의 의미, 믿음"과 "진리, 법칙" 등이 의미하는 바는 딴판이다. 과학으로 종교를 해석할 수 없고, 종교 또한 인간에게 진리와 법칙을 명확하게 보이지 않는다. 때문에 종교의 맹목적인 믿음과 이를 바탕으로 하는 행동은 인류사에 엄청난 재앙을 발생시켰다.
지구촌의 질서 유지를 자처하는 미국 국민의 절반가량이 종교의 테두리에 과학을 가두어 놓았다. 성경의 창세기에 인류를 비롯한 모든 것이 생겨났다는 것이다. 성경의 창세기는 약 6천여 년 전의 일이다. 앞에서도 언급한 콜린스의 말대로 맹목적인 믿음은 인류사에 큰 오점을 남겼다. 국제경찰이 이와 같은 맹목적인 믿음을 가지고 있으니 현재의 지구촌이 무질서한 것은 아닐까.
신의 언어
프랜시스 S. 콜린스 지음, 이창신 옮김,
김영사,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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