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장면 한 그릇에 얼마예요?... 공짜입니다

[추석특집] 우리 이웃의 훈훈한 이야기

등록 2011.09.11 13:37수정 2011.09.11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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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복진 사장의 말] 이 짜장면 한 그릇이 보다 많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면 좋겠습니다.
[명복진 사장의 말]이 짜장면 한 그릇이 보다 많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면 좋겠습니다.신광태
▲ [명복진 사장의 말] 이 짜장면 한 그릇이 보다 많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면 좋겠습니다. ⓒ 신광태

"우리 가게는 마을 어르신들을 위해 매월 30일을 '무료 짜장면 대접하는 날'로 지정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죄송합니다만, 어르신들이 모두 다 드시고 가신 2시 이후에 오시면 안 되겠습니까?"

 

지난 8월 30일, 간단하게 점심을 짜장면으로 때울 생각으로 강원도 화천군 간동면에 있는  작은 음식점을 찾은 기자에게 주인이 한 말이다. '도대체 이 집은 돈을 벌자는 거야. 말자는 거야'라고 생각하며 가게를 둘러보니 20여 명의 노인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짜장면을 드시고 있었다.

 

노인에게 짜장면이 공짜... 그런데도 식당에 오지 않는 이유는?

 

[부자반점이라고 이름 지은건] 내가 부자가 되고자 함이 아니고, 고객들이 마음이 풍성해 지길 기원하는 의미로 그렇게 지었다.
[부자반점이라고 이름 지은건]내가 부자가 되고자 함이 아니고, 고객들이 마음이 풍성해 지길 기원하는 의미로 그렇게 지었다.신광태
▲ [부자반점이라고 이름 지은건] 내가 부자가 되고자 함이 아니고, 고객들이 마음이 풍성해 지길 기원하는 의미로 그렇게 지었다. ⓒ 신광태

 

추석명절 연휴를 앞둔 지난 9일, 구상 중이던 '추석특집 따뜻한 이웃' 기사를 쓰기로 하고 이 가게를 찾아 취재 요청을 하자 '누구한데 알리려고 한 것도 아닌데' 하면서 극구 사양한다. '이런 선행은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서 또 다른 짜장면집 사장님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는 설득으로 어렵게 취재를 했다.

 

명복진(51세)씨는 3년 전 춘천에서 운영하던 중국음식점을 정리하고 이곳 화천군 간동면 유촌리에 중국음식점 문을 열었다. 지인들이나 주위 사람들의 반대가 심했다. 주민들도 그다지 많지 않고, 농촌마을이라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이 많은 것도 아니고, 상가도 제대로 형성되어 있지 않은 도로 옆에 식당을 차린다는 것이 말도 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맞는 이야기입니다. 돈을 벌려면 이런 산골에 가게를 차렸겠어요. 시골마을에서 지역 주민들과 인정도 나누며 가진 것은 없지만, 베풀며 산다는 게 의미가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해로 이곳으로 이사하게 되었습니다."

 

'부자반점'이란 이름으로 중국음식점 문을 열고 가장 먼저 시작한 일은 유촌리(가게가 위치한 동네이름) 노인 분들에게 짜장면을 무료로 대접하는 일이었다. 그러나 '에이~ 염치가 있지, 어떻게 공짜로 가서 짜장면을 얻어 먹누'라고 생각하는 노인들과 '저렇게 우리에게 짜장면을 공짜로 먹이고 나중에 더 많이 팔려고 하는 수작일 게야'라는 다소 보수적인 생각을 하는 노인들 때문에 아무도 짜장면을 먹기 위해 이곳을 찾지 않았다.

 

"제가 어르신들께 짜장면을 무료로 대접하려는 것은 어르신들 모두 제 부모님 같기 때문이고, 요즘 자라나는 지역 청소년들에게 어르신 공경사상을 알려 드리기 위함입니다. 그리고 어르신들. 짜장면 자주 못드시잖아요."

 

이렇게 직접 노인정을 찾아가 설득을 한 결과 그달(2009년 4월 30일) 서너 명의 어르신들이 미안해 하는 건지, 뻘쭘해 하는 건지 모를 표정으로 찾아 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소문이 퍼지면서 노인들은 혼자 오기가 좀 어색했는지 친구도 데려오고 이웃 노인들도 데려왔다.

 

10원짜리 고스톱도 노인들에게는 소중한 일

 

"거기 부자반점이죠? 나는 유촌리에 사는 사람(노인)이 아니고 옆 동네 용호리에 사는데, 나도 가면 짜장면 공짜로 주나?"

 

"당연히 괜찮죠"라고 무심코 대답을 한 것 때문에 식당이 있는 마을 노인들에게만 제공하기로 했던 '짜장면 무료 봉사'의 경계가 깨졌다. 그래서 지금은 인근에 있는 도송리까지 3개(유촌리, 용호리, 도송리) 마을에서 농한기에는 50여 명 이상의 어르신들이 이 집을 찾는다.

 

"이렇다 보니 장소가 너무 협소하고 노인들이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져 군청에 비닐하우스 설치를 건의했는데, 단체가 아닌 개인에게 지원하게 되면, 개별 주민들의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에 불가하다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그래서 가능한 매달 30일에는 일반손님(돈내는 손님)을 되돌려 보내고 있습니다."

 

농사일이 바쁜 농번기에는 이곳을 찾는 노인들이 급격히 줄었다. 고령화 사회로 접어든 농촌에 일손이 달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짜장면 무료 배달 서비스.

 

"집사람은 열심히 짜장면을 만들어 내고 사장인 나는 하루 종일 배달통을 들고 뛰어 다니다 보면 저녁 때는 그야말로 파김치가 되다시피 해요."

 

"어떤 때는 노인정에서 서너 명의 노인이 '바빠서 그러니까 배달을 해 달라'는 경우도 있는데, 가서 보면 10원짜리 고스톱을 치시면서 바쁘다고 하시는 것 보면 야속하다는 생각보다 나를 아들처럼 편하게 생각하시는구나! 라고 생각하면 참 즐거워집니다."

 

소년원생들에게도 짜장면 봉사를 한다

 

명복진 사장 사진찍기를 극구 사양해, 주방에서 일하다 잠시 허리를 펴는 모습을 촬영했다.
명복진 사장사진찍기를 극구 사양해, 주방에서 일하다 잠시 허리를 펴는 모습을 촬영했다. 신광태
▲ 명복진 사장 사진찍기를 극구 사양해, 주방에서 일하다 잠시 허리를 펴는 모습을 촬영했다. ⓒ 신광태

 

그는 또 다른 보람 있는 일이 없을까 생각하다 2년 전부터 1년에 두 번씩 소년원생들에게도 짜장면을 무료로 제공한다. 정신교육에 의한 교화도 중요하지만, 그 아이들이 짜장면에 대한 향수도 있을 것이란 판단 때문이다.

 

"고의든 실수든 잘못을 저질렀기 때문에 소년원에 수감되었지만, 천성은 다 착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아이들이 짜장면을 먹을 때  행복했던 지난추억을 떠올리며 잘못을 뉘우치는 경우도 충분히 있을수 있다고 봐요. 그래서인지 짜장면을 먹으면서 가끔 눈물을 글썽이는 아이들도 있더라구요."

 

"가게 이름을 부자반점으로 하셨는데, 그렇게 많은 짜장면 무료 서비스 행사를 하시면 언제 부자가 되시겠어요?" 기자의 농담에 그는 "가게 이름은 내가 부자가 되려는 마음보다 우리 가게에 오시는 모든 분들이 마음의 부자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다소 촌스런 이름으로 지었다"  말한다.

 

"이제 좀 있으면 추석명절인데, 명절이라고 아무도 찾아오는 사람이 없어 쓸쓸히 명절을 보내는 독거노인들이 많을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여유가 생기면 명절 아침에 이분들에게 따뜻한 짜장면 한 그릇을 배달해 드릴 계획입니다."

 

명복진 사장은 덧붙여 '도움이란 남기 때문에 주는 것이 아니라 부족하지만 그것을 나누는 것' 이라고 말했다.

#부자반점 #명복진 #화천군 #간동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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