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복지관, 우리들 낙원이에요"

동여수노인복지관을 찾아서

등록 2011.09.19 13:49수정 2011.09.19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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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포켓볼을 하는 조정신씨. 복지관이 "우리들 낙원입니다"며 자랑이다

포켓볼을 하는 조정신씨. 복지관이 "우리들 낙원입니다"며 자랑이다 ⓒ 오문수


"마음은 즐겁게! 몸은 건강하게! 여생은 아름답게!"

동여수노인복지관의 모토다. 아침 일찍 일어나 집 근처 인근 마을길을 따라 산책을 나섰다. 시간은 오전 7시. 중절모를 쓴 한 노인이 길가 담벼락으로 삐죽이 난 시멘트 옹벽에 앉아 뭔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한 번 도는 데 500m쯤 되는 거리인데 세 바퀴를 돌아도 그대로 앉아 있던 할아버지가 다리를 절며 동여수노인복지관 쪽으로 다가가 문을 들여다 본 후 다시 제자리에 돌아와 앉는다. 그 옆에는 광무동에서 걸어 왔다는 할머니와 또 다른 할아버지가 문 열기만 기다린다.

네 바퀴를 돌고 난 후 할아버지에게 다가가 "무슨 사연이 있어 이렇게 아침 일찍부터 길가에 앉아계십니까?" 물으며 연유를 들었다. 황보성(72) 할아버지는 국동과 가까운 봉산동에 산다. 11살과 9살 두 아들이 있지만 보육원에 보내고 혼자 살고 있다. 첫째 부인은 사별하고 둘째 부인한테서 태어난 아이들인데 둘째가 두 살 때 아내가 집을 나가 버렸다.

a  아침 일찍 나와 복지관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는 황보성씨. 혼자사는 황씨는 먹여주고 아프면 치료해주는 복지관이 자식보다 낫다고 한다

아침 일찍 나와 복지관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는 황보성씨. 혼자사는 황씨는 먹여주고 아프면 치료해주는 복지관이 자식보다 낫다고 한다 ⓒ 오문수

a  미술 교실

미술 교실 ⓒ 오문수


"할아버지 능력이 좋으신가봐요? 그 연세에 어린 아이들을 두신 걸 보니."
"허허허! 광주사범부속초등학교 재학 중 전쟁이 나서 여수로 돌아와 배를 타기 시작했어요. 고기도 잘 잡고 돈도 많이 벌었는데 여자 때문에 다 없애 버렸어요. 보육원에 맡긴 애들이 토요일마다 오는데 몇 번 혼을 냈더니 그마저도 안 오려고 해요. 지금은 혼자 살고 있어요. 아침도 안 먹었는데 복지관에 오면 밥도 먹여주고 친구도 만나요. 아프면 치료도 해주니 자식보다 낫죠."

동여수노인복지관은 2001년에 설립돼 석천사 주지인 진옥 스님이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다. 정금칠 관장의 노인 복지에 대한 설명이다.

"노인 문제의 가장 큰 세 가지는 외로움, 질병, 경제입니다. 주변에는 최소한의 복지 서비스를 받지 못하시는 어르신들이 아직도 많으며, 프로그램의 전문성 도입과 체감복지를 통한 공감 정도를 높이는 것들은 지역사회 복지관이 해결해야 할 숙제입니다."


복지관을 이용할 수 있는 자격은 여수시에 거주하는 60세 이상이면 가능하다. 동여수노인복지관을 이용하는 어르신들은 현재 3916명(남 1727, 여 2187)이며 가입회원수는 약 800명이다. 70~80세가 84%이며 최고령 이용자는 109세. 교육청부지(3244㎡)였던 복지관은 4층 구조로 프로그램실, 체력단련실, 컴퓨터실, 강당, 회의실, 목욕실, 식당, 자원봉사실, 건강관리실, 헬스장과 공동작업장 등을 갖추고 있다.

복지관에서는 노인들의 다양한 욕구와 문제점을 파악해 대처하기 위한 상담, 건강증진, 복리후생 사업을 하고 있다. 평생교육을 통한 노인들의 사회성 강화는 지역사회발전의 한축. 한글기초와 생활일어, 영어를 배우고, 민요, 노래교실, 서예, 밸리댄스, 스포츠댄스의 취미 생활도 즐긴다. 건강증진을 위한 기체조, 생활체조, 신바람건강체조와 컴퓨터수업, 판소리, 숲해설, 풍물 등을 배워 사회일원으로서 존재감을 나타내기 위한 노력도 빠짐없이 하고 있다.


a  점심 시간. 매일 2백여명의 노인이 식사를 한다

점심 시간. 매일 2백여명의 노인이 식사를 한다 ⓒ 오문수


조정신(71)씨는 70대라는 얘기가 믿어지지 않을 만큼 활력이 넘친다. 포켓볼을 배운 지가 3년차라는데 남자들을 이긴다고 한다. 그녀에게 복지관 생활에 대해 들었다.

"집에서 밥하고 아이들 키우기만 했는데 복지관에서 배려해 주니 너무 좋아 행복해요. 우리들 천국이고 낙원이에요."

연극반으로 가니 70이 넘은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대사를 외우며 연극 준비를 하고 있었다. 연극 내용은 세태고발이나 떴다방 패해 예방을 위한 교육프로그램이라는 관장의 설명이다. 복지관 스프츠댄스팀은 벌교에서 열린 도 대회에서 대상을 받아 전국대회에 출전한다. 임영자(66)씨의 소감이다.

"나이 들어 자식들 보기 민망하지만 건강해졌어요. 등산할 때면 몸이 가벼워요. 젊어서는 먹고 살기 바빠 사회활동도 못했지만 이제 용기도 생기고 새로운 인생을 살며 즐거워요. 여러사람과 어울려 지내는 동안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너무 좋아요."

a  식당자원봉사자들. 여수시 새마을 부녀회에 소속된 분들이다. 조를 짜서 돌아가면서 봉사를 한다. 왼쪽 처음이 총무인 서정례씨

식당자원봉사자들. 여수시 새마을 부녀회에 소속된 분들이다. 조를 짜서 돌아가면서 봉사를 한다. 왼쪽 처음이 총무인 서정례씨 ⓒ 오문수


점심시간이 되어 식당에 갔다. 하루에 200명이 이용한다는 식당 주방에는 8명의 아주머니들이 배식을 담당하고 있었다. 이들 모두는 여수시 새마을부녀회에 소속된 자원봉사자들이다. 27개 동 읍면에 5~6백명이 소속된 부녀회들은 조를 짜서 복지관 봉사활동을 한다. 봉사활동을 한 지 6년차인 서정례(총무)씨의 봉사활동 소감이다.

"어르신들을 보면 부모님 밥상차려준 것 같아요. 혼자서는 나눌 수 없지만 여럿이 함께 봉사하고 나면 마음이 뿌듯하고 행복해집니다. 앞으로 10~20년 후면 우리 모습이 아니겠어요. 마음에 안 드는 어르신들을 보면서 우리는 저렇게 늙지 말자고 얘기합니다. 밥을 드릴 때 '고맙습니다'는 소리를 들을 때 봉사활동의 보람을 느낍니다."

덧붙이는 글 | sbs와 다음블로그에도 송고합니다


덧붙이는 글 sbs와 다음블로그에도 송고합니다
#동여수노인복지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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