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압수한 노트에 '500만원 접대 내역' 적혀"

[단독 인터뷰] 이국철 회장...박영준 "일본서 법인장 만났지만 내 지인이 돈 내..."

등록 2011.09.29 20:50수정 2011.09.29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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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체 : 29일 오후 9시 20분]

 이국철 SLS그룹 회장.

이국철 SLS그룹 회장. ⓒ 구영식

'MB정부 실세 스폰서 의혹'을 폭로한 이국철 SLS그룹 회장이 "박영준 전 차관을 일본에서 접대했던 권아무개 일본 법인장이 지난 2009년 10월께 '회사가 어려우니 도와 달라'는 내용의 이메일을 (박 전 차관에게) 보냈다"고 주장했다.

이 회장은 29일 <오마이뉴스>와 단독으로 만나 이렇게 주장하면서 "2009년 창원지검 특수부가 SLS그룹과 저를 수사하면서 박아무개 계열사 사장의 노트를 압수해갔는데 거기에 박 전 차관의 일본 접대 내용이 적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 전 차관은 "일본에서 내가 아는 지인들과 일본법인장을 만난 적은 있지만 술값은 지인이 냈다"며 "그분이 이메일을 나한테 보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그는 지난 27일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 임재현 대통령정책홍보비서관과 함께 "이 회장이 거짓말을 퍼뜨려 명예를 훼손당한 만큼 이 회장은 1인당 1억 원씩 모두 3억 원을 배상하라"라며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회사가 어려우니 도와 달라'는 내용의 이메일 보내"

권아무개 일본법인장이 박 전 차관에게 이메일을 보냈다는 2009년 10월은 이 회장과 SLS그룹이 '배당금 횡령과 비자금 조성, 정관계 로비' 혐의로 창원지검 특수부의 조사를 받고 있을 때다. 당시 박 전 차관은 국무총리실 국무차장으로 재직 중이었다.


이 회장은 "제가 2009년 10월 26일부터 수사를 받기 위해 창원으로 내려갔는데 그 전후로 권아무개 법인장과 통화를 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의 주장을 토대로 당시 통화내용을 재구성하면 이렇다.

권아무개 법인장 "박영준 차장에게 도움을 부탁해볼까요?"
이국철 회장 "왜요?"
권아무개 "저번에 박 차장이 일본에서 접대했을 때 '어려운 일 있으면 얘기해라, 도와주겠다'고 했습니다."


이 회장은 "그래서 일본에서 1박 2일 직접 접대했던 권 법인장이 '회사가 어려우니 도와 달라'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내게 된 것"이라며 "나중에 다시 통화했는데 답장은 안왔다고 보고하더라"라고 전했다.

또한 이 회장은 "창원지검 특수부 수사 때 검찰이 박아무개 계열사 사장의 노트를 압수해갔다"며 "그 노트에는 일본 법인장이 박 전 차관을 일본에서 접대한 내용이 적혀 있다"고 주장했다.

이 회장은 "박아무개 사장이 일본 법인장으로부터 박 전 차관의 일본 접대 내용을 보고받아 그 노트에 적어두었고, 그 노트를 보면서 저한테 보고했다"며 "당시 제가 박 사장에게 '그런 것은 적어두지 마라'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당시 창원지검 특수부는 (제가 공무원들에게 준) 10만 원권 상품권까지 다 뒤졌다"며 "그런 사람들이 박 전 차관의 향응제공 사실이 적힌 노트를 압수하고도 수사를 하지 않았다면 이것은 명백한 부실수사"라고 주장했다.

이 회장은 "이렇게 검찰이 관련 증거자료를 가지고 있고, 일본 법인장이 이메일까지 보냈기 때문에 박 전 차관은 (접대 의혹에서) 빠져나갈 수 없을 것"이라며 "가만 있으면 그냥 넘어갔을텐데 박 전 차관 등이 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에 결국 진실을 밝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영준 전 차관 "일본에서 SLS 법인장을 만났지만 술값은 지인이 냈다"

이 회장의 '이메일 발송' 주장과 관련, 박 전 차관은 "현직 시절 이메일이 많이 들어왔는데 내가 직접 확인하는 게 아니라 비서를 시켜서 확인한다"며 "그래서 그런 이메일이 들어왔는지 안 들어왔는지 기억이 없다"고 말했다.

a  박영준 국무총리실 국무차장이 11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정운찬 국무총리의 이임식을 마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박영준 국무총리실 국무차장이 11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정운찬 국무총리의 이임식을 마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유성호

다만 박 전 차관은 2009년 5월 일본 방문 권아무개 법인장을 만난 사실을 인정했다. 그는 "일본을 방문했을 때 일본에 사는 10년 된 지인이 만나자고 해서 총리의 공식 일정을 마치고 저녁 먹고 만났다"며 "그 자리에는 내가 아는 공직자도 왔는데 삼성물산출신이라는 한 사람을 나한테 소개했다"고 설명했다.

박 전 차관은 "그 사람이 SLS그룹 일본 동경 법인장인가 하는 사람이었다"며 "나는 다음날 마쓰시타 정경숙출신 민주당 의원들을 만나는 일정 때문에 가볍게 술 한잔 마시고 헤어졌다"고 말했다.

박 전 차관은 "당시 저녁을 먹고 만났기 때문에 일본 선술집에서 만났는데 술값은 내 지인이 냈다"며 "(최근에) 내 지인에게 확인해보니까 당시 술값을 낸 자료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4명이서 마셨기 때문에 술값도 얼마 안 나왔다"고 덧붙였다.

박 전 차관은 "이 회장은 일본 법인장을 통해 500만 원을 접대했다고 주장하는데 그렇다면 500만 원 영수중을 공개하라"며 "이 회장은 일본에서 보고한 내용만 듣고 나한테 뒤집어 씌우고 있다"고 말했다.

"신재민 관련 증거자료 조만간 검찰에 제공할 것"

한편 이 회장은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의 스폰서 의혹과 관련해 "법인카드 사용 내역, 대여한 차량 사진 등 증거자료를 다 가지고 있다"며 "조만간 검찰에 관련 자료를 제공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제가 검찰에 관련 자료를 제공하지 않으려고 했다는 주장은 잘못된 것"이라며 "검찰에서 들어오라고 했을 때 제가 '자료를 가지러 가야 하는데 기자들이 너무 많아 갈 수 없으니 다음날 일찍 조사받자'고 했는데도 검찰은 '자료가 없어도 되니까 조사받으러 오라'고 해서 그날 바로 들어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회장은 '또다른 정권 실세에게 거액을 줬다'는 의혹에는 말문을 닫았다. 그는 "그와 관련해 내가 직접 얘기한 것은 없다"며 "박지원 민주당 의원이 정치적으로 압서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2007년 대선 당시 신 전 차관의 미국 방문과 관련해서도 "말할 수 없다"며 "나중에 얘기하겠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다만 그는 "신 전 차관이 대선을 전후로 세 차례 미국을 방문한 것으로 안다"며 "그것이 BBK와 관련 있는지 모르겠지만 (진실이 밝혀지면) 세상이 시끄러워질 것"이라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이 회장은 '8000억 원대 보험사고'와 관련 "산업은행 등 SLS조선 채권단이 건조중이거나 건조를 예약한 배 26척을 취소해 2조 원대의 손실이 났다"며 "그 가운데 1조 원대가 보험사고인데 그것을 수출보험공사가 뒤집어쓰고 있다"고 말했다.

끝으로 이 회장은 "그들(정권 실세)이 흔들수록 저는 좋다"며 "저는 진실만 얘기하기 때문에 그렇다"고 진실 논란에 자신감을 보였다.
#박영준 #이국철 #SLS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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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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