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철 SLS그룹 회장.
구영식
'MB정부 실세 스폰서 의혹'을 폭로한 이국철 SLS그룹 회장이 "박영준 전 차관을 일본에서 접대했던 권아무개 일본 법인장이 지난 2009년 10월께 '회사가 어려우니 도와 달라'는 내용의 이메일을 (박 전 차관에게) 보냈다"고 주장했다.
이 회장은 29일 <오마이뉴스>와 단독으로 만나 이렇게 주장하면서 "2009년 창원지검 특수부가 SLS그룹과 저를 수사하면서 박아무개 계열사 사장의 노트를 압수해갔는데 거기에 박 전 차관의 일본 접대 내용이 적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 전 차관은 "일본에서 내가 아는 지인들과 일본법인장을 만난 적은 있지만 술값은 지인이 냈다"며 "그분이 이메일을 나한테 보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그는 지난 27일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 임재현 대통령정책홍보비서관과 함께 "이 회장이 거짓말을 퍼뜨려 명예를 훼손당한 만큼 이 회장은 1인당 1억 원씩 모두 3억 원을 배상하라"라며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회사가 어려우니 도와 달라'는 내용의 이메일 보내" 권아무개 일본법인장이 박 전 차관에게 이메일을 보냈다는 2009년 10월은 이 회장과 SLS그룹이 '배당금 횡령과 비자금 조성, 정관계 로비' 혐의로 창원지검 특수부의 조사를 받고 있을 때다. 당시 박 전 차관은 국무총리실 국무차장으로 재직 중이었다.
이 회장은 "제가 2009년 10월 26일부터 수사를 받기 위해 창원으로 내려갔는데 그 전후로 권아무개 법인장과 통화를 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의 주장을 토대로 당시 통화내용을 재구성하면 이렇다.
권아무개 법인장 "박영준 차장에게 도움을 부탁해볼까요?" 이국철 회장 "왜요?" 권아무개 "저번에 박 차장이 일본에서 접대했을 때 '어려운 일 있으면 얘기해라, 도와주겠다'고 했습니다."
이 회장은 "그래서 일본에서 1박 2일 직접 접대했던 권 법인장이 '회사가 어려우니 도와 달라'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내게 된 것"이라며 "나중에 다시 통화했는데 답장은 안왔다고 보고하더라"라고 전했다.
또한 이 회장은 "창원지검 특수부 수사 때 검찰이 박아무개 계열사 사장의 노트를 압수해갔다"며 "그 노트에는 일본 법인장이 박 전 차관을 일본에서 접대한 내용이 적혀 있다"고 주장했다.
이 회장은 "박아무개 사장이 일본 법인장으로부터 박 전 차관의 일본 접대 내용을 보고받아 그 노트에 적어두었고, 그 노트를 보면서 저한테 보고했다"며 "당시 제가 박 사장에게 '그런 것은 적어두지 마라'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당시 창원지검 특수부는 (제가 공무원들에게 준) 10만 원권 상품권까지 다 뒤졌다"며 "그런 사람들이 박 전 차관의 향응제공 사실이 적힌 노트를 압수하고도 수사를 하지 않았다면 이것은 명백한 부실수사"라고 주장했다.
이 회장은 "이렇게 검찰이 관련 증거자료를 가지고 있고, 일본 법인장이 이메일까지 보냈기 때문에 박 전 차관은 (접대 의혹에서) 빠져나갈 수 없을 것"이라며 "가만 있으면 그냥 넘어갔을텐데 박 전 차관 등이 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에 결국 진실을 밝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영준 전 차관 "일본에서 SLS 법인장을 만났지만 술값은 지인이 냈다" 이 회장의 '이메일 발송' 주장과 관련, 박 전 차관은 "현직 시절 이메일이 많이 들어왔는데 내가 직접 확인하는 게 아니라 비서를 시켜서 확인한다"며 "그래서 그런 이메일이 들어왔는지 안 들어왔는지 기억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