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님들, 기독교는 원래 '손해보는' 종교입니다

[주장] '예배당 쉽게 짓게 해달라?'...권력에 손 내미는 일 중단해야

등록 2011.10.07 11:23수정 2011.10.07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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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수


성경의 가르침을 단순하게 믿고, 단순하게 실천하며, 작음을 지향하는 '더불어 함께하는 건강한 작은 교회'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 '큰 교회' 목사도 아닌 주제에 나서서 죄송합니다  <오마이뉴스>

우리나라는 '큰 것'을 좋아한다. 나라 이름도 '대(大)한민국'이다. 한강에 놓인 다리 이름도 'OO대교'다. 어디 한강에 놓인 다리이름 뿐인가? 자기가 사는 지역 다리 이름을 확인하면 아마 하나쯤은 'OO대교'일 것이다. 이런 민족성 때문인지 몰라도 한국교회 역시 '큰 교회'를 좋아한다. 세계에서 가장 큰 교회가 여의도순복음교회이고, 장로교, 감리교, 침례교 등 각 종파별 가장 큰 교회도 한국교회에 있다고 자랑을 한다.

신자가 많으니 당연히 예배당 건물도 커야 한다. 수백억 원짜리, 수천억 원짜리 예배당을 지을 수밖에 없다. 그래놓고 자랑을 한다. '우리 교회는 복을 받아 이렇게 큰 예배당을 지었다'고. 많이 모으고, 크게 짓는 것은 뭇 목사들의 꿈이 됐다. 그렇지 않으면 '믿음 없는 목사'가 되기 십상이다. 크게 지어놓고 말로는 '하나님이 다 하셨다', '하나님 은혜'라고 하면서도 자기 자랑을 쉼없이 늘어놓는 목사들을 나는 적지 않게 봐왔다.

한국교회, 성전 지었다고 자랑하다 망한 '이스라엘' 닮아가

그 옛날 이스라엘도 성전을 짓고 나서 자랑을 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그런 것은 '성전'이 아니라고 경고하셨다.

"너희는 이것이 여호와의 성전이라, 여호와의 성전이라, 여호와의 성전이라 하는 거짓말을 믿지 말라"(예레미야 7장 4절)

'이게 내가 지은 여호와 성전'이라고 자랑하지만 하나님은 네 주머니를 털어 성전을 지었다며 자랑하는 것은  "거짓말"이라고 하셨다. "너희가 만일 길과 행위를 참으로 바르게 하여 이웃들 사이에 정의를 행하며 이방인과 고아와 과부를 압제하지 아니하며 무죄한 자의 피를 이 곳에서 흘리지 아니하"여야 하지만 이스라엘 백성은 이웃들 사이에 정의를 행하지 않고, 이방인과 고아와 과부를 압제했으며, 무죄한 자의 피를 '성전'에서 흘렸기 때문이다. 결국 솔로몬이 지은 성전과 헤롯이 지은 성전은 지금 남아 있지 않다. 그런데 한국교회가 꼭 그것을 따라가고 있다. 심지어 이것을 자랑하고,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일'이라고 한다.


이를 누구보다 잘 안다는 목사들이 그들 길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는 것이다. 같은 목사인 내가 보기에도 그들은 이미 배부른 자가 되었고, 권력을 손에 쥐었다. 대부분 헌금으로 이루어진 한 해 예산이 1700억 원이나 되는 교회는 이미 권력이다. 대통령이 장로로 있는 교회에서 고위 공직자들이 줄줄이 나오는 것이 권력이 아니고 무엇일까. 엄연히 국가 땅인 도로 아래 교회 예배당 건물을 짓는 것은 권력이 아니고는 할 수 없는 일이다.

목사인 나도 아연실색한 말... "기독교 큰 피해봐, 좋은 방안 마련해주시면"


a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는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가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총연합회를 방문해 길자연 한기총 대표회장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는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가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총연합회를 방문해 길자연 한기총 대표회장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 유성호


그런데도 아직 배가 고프다고 한다. <오마이뉴스>에 따르면, 나경원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가 5일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을 찾았는데 길자연 회장은 나 후보에게 "기독교 입장에서는 예배당을 짓는 문제라든지 또 교회와 관련된 제도적으로나 법적으로 불평등한 문제들이 너무도 많기 때문에 이에 대해서 유념을 해주시고…"라고 했다. (관련 기사: 나경원 만난 한기총 회장 "기독교 엄청 피해본다")

예배당을 짓는 데 손해본다고? 그럼 안 지으면 된다. 크게 지으려고만 하니까 자꾸 불평등 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예배당을 안 짓는다고 하나님이 꾸짖지 않는다. 수백억  원, 수천억 원짜리 예배당 짓는 것을 꾸짖을 뿐이다. 이용규 전 한기총 대표회장의 발언은 나를 더욱 아연실색하게 했다.

"우리 나경원 후보님께서 기독교의 속앓이를 잘 유념하셔서… 우리 기독교가 지금 엄청나게 피해를 보고 있어요. 좋은 방안을 마련해주시면 아마 동녘하늘에 솟아오르는 태양처럼 빛을 발하는 역사가 이뤄질 줄로 믿습니다. 잘 좀 부탁합니다." - 나경원 만난 한기총 회장 "기독교 엄청 피해본다" <오마이뉴스>

기독교는 '손해보는 종교'... 권력에 손 벌리는 것은 망하는 길

원래 기독교는 '손해보는 종교'다. 기독교가 편의와 이익을 취하는 순간 기독교는 죽는다. 예수님이 유대의 왕인 헤롯과 로마의 총독인 빌라도에게 도움을 청한 적이 있었던가. 바울이 로마 황제에게 교회를 위한 도움을 청한 적이 있던가. 없다. 세상 권력에 손을 내미는 것은 기독교의 원리가 아니다.

기독교가 손해보지 않게 해주면 동녘하늘에 솟아오르는 태양처럼 빛을 발한다고, 한 마디로 웃기는 소리다. 아니 무섭고도 무서운 말이다. 한국교회가 권력의 힘을 빌려 편안하게 예배당을 짓겠다는 소리는 실상은 교회가 망하는 길로 들어가겠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교회는 '절대'로 권력에 손 내밀면 안 된다. 교회 역사가 이를 증명한다. 권력에 손 내민 교회 치고 생명을 유지한 곳은 단 하나도 없다. 한국교회는 일제식민지와 한국전쟁 때까지만 해도 권력과 대척점에 있었다. 그때는 생명을 유지했다.

하지만 이승만 집권기를 지나 박정희 군부독재와 한국교회는 누이좋고 매부좋은 시절이었다. 결국 교회는 생명을 잃어가기 시작했고, 김영삼 정부를 지나면서 이미 권력이 됐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자 권력은 더 집중되었다. 그런데도 교회가 엄청 손해를 본다고 했다. 아직 '탐욕'이라는 배가 덜 부르다는 말이다. 탐욕은 채워도 채워도 배가 고픈 것. 배가 너무 불러 터질 지경인데도 '배가 고프다'고 외치는 한국교회의 '탐욕의 배'는 터질 때가 되었다. 이것이 터지면 한국교회는 죽는다. 죽기 싫으면 지금부터라도 권력에 손 내밀지 말라.

정치인들에게도 부탁한다. 한국교회가 '예배당 쉽게 짓게 해달라', '교회에 유리한 법을 제정해달라', '사학법 개정하라'고 하면 들어주지 말라. 표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도 들어주지 말라. 그래야 한국교회가 살고 더불어 정치인들도 산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다음 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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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 #한기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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