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미콘 트럭 가로막은 사제들, 새로운 분수령 될 듯

천주교 사제들 공사장 입구에서 연좌시위 벌여.. 성직자들 체포는 안해

등록 2011.10.13 10:44수정 2011.10.13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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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12일, 천주교 사제 8명이 레미콘 차량 앞을 가로막아 연좌시위를 벌였다. 이 일로 인해 강정마을에서는 또다시 경찰과 주민이 대치하는 일이 벌어졌다.

12일, 천주교 사제 8명이 레미콘 차량 앞을 가로막아 연좌시위를 벌였다. 이 일로 인해 강정마을에서는 또다시 경찰과 주민이 대치하는 일이 벌어졌다. ⓒ 장태욱

12일, 천주교 사제 8명이 레미콘 차량 앞을 가로막아 연좌시위를 벌였다. 이 일로 인해 강정마을에서는 또다시 경찰과 주민이 대치하는 일이 벌어졌다. ⓒ 장태욱

지난 10일에 '제주 평화의 섬 실현을 위한 천주교연대'(이하 천주교연대)를 결성한 성직자들이 해군기지 공사저지를 위해 행동에 나섰다. 공사장으로 통하는 정문에서 연좌시위를 벌이고, 레미콘 차량의 바퀴아래에 들어가 운행을 방해하기도 했다. 평화 운동가들과 마을주민들 상당수가 공사방해금지 가처분 대상에 올라있고 무더기로 재판에 계류된 상태에서 나온 행동이라, 성직자들의 행동이 해군기지 반대투쟁의 새로운 기폭제가 될 예정이다.

 

이날 오전 천주교 사제 8명이 해군기지 공사장 정문 앞을 찾았다. 공사장 정문 앞은 지난 9월 이래로 매일 오전 11시에 천주교인들이 평화의 미사를 드리던 곳이다.

 

그런데 그곳에서 공사 관계자와 사제들 사이에 마찰이 생겼다. 공사관계자들이 천주교인들의 미사가 레미콘 차량의 통행에 방해가 된다고 주장하며 사제들과 자리다툼을 벌였기 때문이다. 양측 간 실랑이가 오가는 사이에, 레미콘 차량 한 대가 공사장 정문으로 들어가려 했다. 그 순간, 사제 8명이 레미콘 차량 앞을 가로막고 앉아 연좌시위에 돌입했다. 오전 11시 30분경에 벌어진 일이다.

 

사제들의 농성으로 차량의 출입이 막히자 경찰은 사복경찰관 20여명과 전·의경 100여 명을 긴급히 현장에 투입했다. 그리고 강정마을 주민들과 평화 운동가들 70여 명도 급히 공사장 정문 앞으로 모여들었다. 12시가 지나자 공사장 입구에서는 지난 8월에 강동균 마을회장이 경찰에 연행될 당시처럼 경찰과 주민이 또다시 대치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사제들은 연좌농성을 벌이면서 "공사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천주교 전주교구 소속 송아무개 신부는 레미콘 차량 아래로 몸을 던져 차가 움직일 수 없도록 버텼다. 현장을 지휘한 강명조 서장은 병력을 동원하여 레미콘 차량과 신부들 주위를 둘러싸서, 다른 차량의 출입이 가능하도록 공간을 확보했다.

 

사제들의 시위가 3시간 넘게 이어지자, 오후 2시쯤 경찰은 농성 중인 신부들을 한명씩 끌어내어 공사장에서 10미터 쯤 떨어진 곳으로 격리시켰다. 이 과정에서 사제들과 경찰 사이에 격렬한 몸싸움이 일기도 했다. 신부들은 경찰에 "업무방해로 체포하라"고 요구하기도 했으나, 이날 경찰은 사제들을 체포는 하지 않았다. 경찰은 오후 2시 40분경, 신부들에 대한 격리를 해제했다.

 

한편, 이날 오후 5시 30분께 서귀포경찰서는 여성 평화 운동가 한아무개씨를 강정마을 자택에서 긴급체포하였다. 경찰은 한씨가 경찰이 사제들을 격리시키는 과정에서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다가 여경의 팔뚝을 깨물어 상처를 입힌 혐의가 있다고 밝혔다.

 

경찰이 한씨를 체포한 사안에 대해 범대위 관계자는 "현행범도 아닌데 경찰이 영장도 없는 상태에서 집까지 찾아가 체포해 간 것은 불법체포"라고 주장한 뒤, "경찰이 비난 여론을 의식해 사제들을 체포하지는 못하고 엉뚱한 사람에게 화풀이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천주교 성직자들은 지난 10일 강정마을에서 '제주 평화의 섬 실현을 위한 천주교연대' 출범총회를 열고 '제주 평화의 섬 실현을 위한 천주교 사제·수도자 선언'을 채택하였다. 천주교연대는 선언문에서 "4.3사건의 상흔이 아직도 곳곳에 남아있는 제주도와 제주도민들에게 공권력이라는 이름의 폭력을 또다시 마주하게 할 수는 없다"고 밝힌 후,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막아내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해나갈 것"이라고 천명했다.

 

12일 천주교 사제들이 공사중단을 요구하며 공권력과 맞선 행동은 출범총회에서 천명한 각오를 몸으로 손수 보여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성직자들의 분노와 행동이 해군기지 정국에서 새로운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강정마을 #해군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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