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재해에 속수무책... 태양광이 원전 대체할 것"

[대담] 환경운동가 최열, 태양광 세계1위 CEO 스정룽 썬텍 회장을 만나다

등록 2011.11.21 17:08수정 2011.11.21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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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대표 환경운동가가 글로벌 태양광 업체 CEO를 만났다. 최열 환경재단 대표가 지난 11일 중국 현지에서 스정룽 썬택 회장을 만나 대담을 나눈 것이다. 스정룽 회장이 창업한 썬택은 세계 최대 태양전지업체다. 박란희 환경재단 기획위원(rhpark@greenfund.org) 이 두 사람의 대담내용을 정리해 보내왔다. [편집자말]
a  최열 환경재단 대표가 스정룽 썬텍 회장과 대담을 나누고 있다.

최열 환경재단 대표가 스정룽 썬텍 회장과 대담을 나누고 있다. ⓒ 환경재단


태양광 업계가 초상집이다. 올 초 가동률 90%대였던 국내 태양전지 공장 가동률은 20%대로 떨어졌다. 유럽 재정위기 때문에 전 세계의 태양광 발전수요가 줄었다. 가격도 폭락했다. 몇몇 업체는 이미 파산했거나 매물로 시장에 나와 있다. 뒤늦게 태양광에 뛰어든 국내 업체들은 고민에 빠졌다. 과연 투자를 계속해야 할까, 접어야 할까.

지난 2011년 11월 11일, 천년에 한 번 온다는 이 날에 최열 환경재단 대표는 썬텍 스정룽(施正榮·48) 회장을 만났다. 중국 장쑤성 우시에 위치한 7층짜리 본사 건물 외벽은 1000킬로와트(KW)의 태양전지 패널로 빼곡히 덮여 있었다.

스정룽 회장은 2001년 썬텍을 창업, 10년 만에 세계 최대 태양전지업체로 키운 인물이다. 당시 1%도 안 되던 중국의 태양전지 세계시장 점유율은 이제 60%가 넘는다. 그 중심에 그가 있다. 스정룽 회장은 현 태양광업계의 위기와 향후 전망, 원자력에너지의 미래 등에 대해 조목조목 설명했다. 

다음은 최열 대표가 묻고, 스정룽 회장이 답한 대담을 정리한 것이다.

"겨울에 접어든 태양광 산업... 하지만 위기가 곧 기회"

- 썬텍은 2001년 창업 당시 20명에서 출발, 지금은 2만 명이 넘는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나는 35년 전 옥중에서 환경운동을 결심했는데, 그때 장자의 책에 쓰인 '생명을 중시하면 이익을 가볍게 여긴다'라는 글귀가 큰 영향을 미쳤다. 썬텍이 10년 만에 세계적인 기업이 된 배경이 무엇인가. 
"마침 사회적 수요가 있었다. 10년 동안 태양광 에너지 시장이 크게 성장했다. (석유가격 급등에 따른) 에너지 위기와 기후변화로 인해, 각국 정부에서 새로운 에너지 산업에 대한 수요가 있었다. 시민들 또한 태양광에 대한 이해가 높아졌다. 또 태양광 가격이 내려갔다는 것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10년 전 환경운동연합 지붕에 3KW짜리 태양광 지붕을 달았는데 3억이 들었다. 지금은 그게 500만 원이다. 무려 60분의 1로 가격이 떨어진 셈이다. 하지만 이런 좋은 조건에도, 현재 글로벌 태양광 시장은 큰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지금 태양광 산업은 겨울에 접어들었다고 생각한다. 유럽의 금융위기와 미국의 경제위기로 인해 수요가 줄었다. 태양광 업체들의 투자가 과열되면서 과잉생산하게 됐다. 위기가 바로 기회다. 썬텍은 미션이 있다. 태양광 산업을 통해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고, 인류의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사명감이다. 브랜드를 잘 구축해서 이런 위기에도 생존할 수 있도록 하겠다."


- 한국은 태양광 과잉생산으로 가동률 20%라고 한다. 앞으로 태양광의 전망을 어떻게 보는가.
"태양광 산업은 지난 10년 동안 빠르게 발전해왔다. 하지만 아직도 전체 에너지 산업에서 태양광이 차지하는 비중은 채 1%가 되지 않는다. 2015년까지 전 세계 필요 전기량 중 재생에너지 비율을 5% 달성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 설치용량으로 보자면 250GW(기가와트) 정도다. 지금은 생산과잉이지만, 앞으로 태양광의 전망은 좋다. 그리드 패리티(grid parity, 화석연료와 신재생에너지의 발전단가가 같아지는 시점)까지 단기적인 어려움이 있겠지만. 우선 기업의 혁신능력을 높여서 제작원가를 낮춰야 한다.

둘째, 업계 전체의 운영능력을 높여야 한다. 한국은 이 부분은 높지 않나 싶다. 셋째, 태양전지 효율을 높여야 한다. 우리는 자신 있다. 썬텍은 세계 1위 태양광업체 브랜드이고, 세계 최대 제조업체다. 이 브랜드 파워와 혁신능력을 통해 마켓 셰어를 확대할 계획이다." 


- 최근 일본 샤프사에서 세계 최고의 변환효율(태양 빛에너지를 얼마만큼 전기에너지로 변환하는지를 나타내는 것)인 36.9%의 태양전지를 개발했다. 이런 상태로 가면 앞으로 태양전지 효율이 어느 정도까지 갈 수 있는지 알고 싶다. 참고로 반도체의 경우 수만, 수십 만 배의 효율로 집중되는데, 태양광은 가격은 떨어지지만 효율은 한계가 있지 않은가.
"에너지 효율은 제조 단가와 밀접한 관계다. 일본 샤프의 경우 특수한 화합물질을 써서 달성된 효율이다. 미국 보잉사도 이미 35% 효율을 달성했다. 우주 항공기술을 사용한 특수전지를 써서 높은 효율이 나온 것이다. 우리는 결정질 실리콘을 사용하는데, 연구실에서 25%까지 효율이 나온다. 제조 원가를 낮출 수 있다면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건 충분히 가능하다. 관건은 어떤 소재를 사용하느냐다. 희귀한 원자재를 사용하면 단가가 높아진다. 실리콘 소재가 가장 발전가능성이 높다. 10년 내에 20~25%의 효율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10년에 1개 짓는 원전, 10년에 5GW(5개 원전 규모) 지은 썬텍"

a  세계 1위 태양광업체 썬택 본사 앞에 선 최열 환경재단 대표.

세계 1위 태양광업체 썬택 본사 앞에 선 최열 환경재단 대표. ⓒ 환경재단

- 한국의 대표적인 폴리실리콘 제조업체인 OCI는 4년 전 폴리실리콘 생산에 뛰어들어 세계적인 업체가 됐다. 이제는 폴리실리콘 찌꺼기를 이용해 단열재를 만들고 있다. 썬텍은 왜 원천기술인 폴리실리콘을 직접 생산하지 않고, 태양전지 셀과 모듈 제조까지만 하고 있는가.  
"우리는 모든 걸 할 수가 없다. 폴리실리콘은 화학공정이고 산업세계가 반도체와 비교할 수 없는 구조다. 향후 업계가 세분화되지 않을까 싶다. 기업들은 초기에는 수직계열화를 원하지만, 규모가 커지면 한 곳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반도체산업도 초기에는 수직계열화를 했지만, 지금은 모토로라, IBM 등이 모두 반도체용 웨이퍼 기술만 하지 않나. 우리는 태양광 제조시스템 중 중간이나 다운스트림에 집중하고 있다. 잘할 수 있는 부분만 포커스를 맞춘다."

- 3월 11일 후쿠시마 원전 폭발사고 이후 독일은 2022년까지 현재 21기의 원전을 100% 철폐하기로 선언했다. 하지만 중국이나 한국 정부는 여전히 원전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원자력 발전소에 대해서는 어떤 견해를 갖고 있는지 궁금하다.
"독일정부는 매우 현명한 판단을 내렸다. 데이터를 통해 설명해보겠다. 우선 원자력 발전소는 안전하지 않다. 원전의 건설기간은 10년이며 초기 투자비용이 크고 정부의 보조금을 받는다. 방사성폐기물 문제도 있다. 설계와 시공에 문제가 없으면 잘 운영되겠지만, 일본 대지진처럼 자연재해가 발생하면 속수무책이다. 숫자를 보면 보다 쉽게 해답을 얻을 수 있다.

지난해 전 세계적으로 설치된 태양광은 18GW(기가와트)이다. 18GW는 18개 중형 원자력 발전소에 해당된다. 작년 한 해 동안 18개 원전을 건설한 것이다. 썬텍은 지난 10년 동안 5GW를 설치했다. 썬텍이라는 작은 회사가 10년 동안 5개의 발전소를 건설한 셈이니, 10년에 하나씩 지어지는 원전과 비교했을 때 정답은 이미 나와 있다고 본다.

정부관료, 정치인, 에너지 전문가, 발전소, 투자자들은 태양광과 같은 청정에너지 기술의 발전과 잠재력에 주목해야 한다. 아직 정책결정자들은 태양광 같은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이해도가 낮다. 5년 전 혹은 그 이상에 머물러 있다. 태양광은 발전 가능성이 매우 크고 향후 원자력 발전소를 대체할 것이다."

- 늘 "도전없는 삶은 지루하다"고 말씀하시는데, 중국뿐 아니라 한국의 젊은이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무엇인가.
"꿈이 있어야 한다. 목표가 있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착실히 일을 하고, 고생을 견뎌내야 한다. 하루아침에 백만장자가 되는 게 아니라 조금씩 축척해서 쌓아나가야 한다.  준비된 자만이 성공한다. 또 모든 일에 사랑하는 마음, 감사하는 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무엇보다 굴욕과 어려움을 견디는 게 중요하다. 모든 일이 순조롭게 잘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사업을 할 때도 사람들로부터 이해나 지지를 못 받을 수 있다. 이를 견뎌내는 지구력이 필요하다."

- 마지막으로 아무리 바빠도, 개인적으로 꼭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무엇인가.
"(크게 웃으며) 25년 전, (학창시절부터) 태양광 발전에 뛰어 들었다. 내 꿈은 태양광 산업을 발전시켜서, 태양광이 주요 에너지원으로 일반 서민들이 편히 쓸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태양광이 더 많이 알려져서 인류가 지속가능한 발전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 20세기에 우리는 모래에 시멘트를 섞은 콘크리트를 통해 토목산업을 일으켰다. 그러다 모래로 반도체를 만들어 정보혁명을 갖고 왔다. 이제 스정룽 회장은 모래로 폴리실리콘과 태양전지를 만들어 환경과 경제를 살리는 에너지 산업을 하고 있다. 나도 환경운동을 통해 그 뜻을 널리 알리도록 노력하겠다.
#스정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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