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시장님, 이런 창업지원은 거부합니다

[창업, 그 동상이몽④] 서울시 '청년창업 1000 프로젝트'... "제약 많아...융통성 필요"

등록 2011.11.27 12:03수정 2011.11.27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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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청년창업 1000 프로젝트는 2009년 7월, 서울특별시에서 지자체 중 처음 시작한 청년창업 지원사업이다.

청년창업 1000 프로젝트는 2009년 7월, 서울특별시에서 지자체 중 처음 시작한 청년창업 지원사업이다. ⓒ 서울시


창업에 뛰어들기로 한 사람들이 겪는 고민이 무엇일까. '엄친아' 급이 아닌 이상 창업을 위한 돈과 장소를 어떻게 구할지가 막막할 것이다. 이런 맨손 창업자들은 개인이 직접 개척해 나가기도 하지만, 일부는 정부로부터 정책적인 지원을 받을 방법을 찾아보기도 한다. 그러나 정부의 창업지원 프로그램에 참가한 창업자들은 그 효율성에 대해 물음표를 던지기도 한다.

당신을 위해 서울시가 준비한 '청년창업 1000 프로젝트'

창업지원 환경을 비교적 잘 갖췄다고 평가받는 지자체는 서울시다. 올해로 3년이 된 '청년창업 1000 프로젝트'가 바로 그것. 청년창업 1000 프로젝트는 열정과 사업 아이디어가 확고한 20∼30대를 대상으로 하며, 시에서 보유한 남는 공간을 활용해 창업환경을 마련해 준다.

2009년 7월 오세훈 시장이 시작한 이 제도는 박원순 시장의 당선 이후에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본래 서울신용보증재단과 서울산업통상진흥원(SBA)이 나눠서 관리해 왔으나 3기를 맞이한 올해부터는 서울시 산하기관인 SBA에서 총괄한다. SBA 김재형 매니저는 "박원순 시장 취임에 따른 제도의 변화는 없을 것"이라며 "졸업한 창업가들이 사업을 지속할 수 있도록 기금을 조성하는 것을 서울시에 건의했다"고 설명했다.

청년창업 1000 프로젝트는 강북청년창업센터(옛 마포구청에 위치)와 강남청년창업센터(가든파이브 공구동 5층)가 추진한다. 각 청년창업센터는 500개 기업을 맡아 관리하며, 그 중 입주를 선택하면 센터에 있는 사무실에 입주할 수 있다. 올해에는 옛 용산구청 건물에 청년창업플러스센터가 추가로 생겼다. 여기에는 기존 1기, 2기에 창업한 기업 중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으로 선발된 150개가 입주한다.

독창적인 사업 아이템이 있기만 하면 20~30대 서울시민 누구나 큰 제약 없이 입주할 수 있다. 또한 ▲ 창업 모니터링 등 교육과 상담 ▲ 사업 마케팅 및 홍보 ▲ 공과금 부담 없는 7~10㎡의 공동창업공간 및 기본집기 제공 ▲ 등급별로 매달 최대 100만 원의 창업활동비가 제공된다. 특히 멘토링(Mentoring), 티칭(Teaching), 코칭(Coaching), 컨설팅(Consulting)으로 이루어진 입주자 관리 및 지원프로그램인 '모니터링 제도'는 저작권 등록을 마치고 특허 출원 중이다.

a  청년창업 1000 프로젝트의 창업활동비 지원 기준표.

청년창업 1000 프로젝트의 창업활동비 지원 기준표. ⓒ 자료제공 서울산업통상진흥원(SBA)


지난해 청년창업 1000 프로젝트 2기로 강북청년창업센터에 있다가 올해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아 청년창업플러스센터에 입주한 박성모씨는 "창업을 시작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제도"라고 강조했다. 물론, 박성모씨와 같은 경우를 제외하고는 1년 지원이 원칙이며 이전 기수에 참가자들은 다음 기수 모집에 응모할 수 없다. 또한 프로젝트에 참가한 기업들을 A등급부터 E등급까지 나눠 창업활동비를 차등 지급한다(A등급 100만 원). SBA 측은 "공정한 평가를 위해 매년 전문기관에 위탁해 기업들을 평가한다"고 강조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창업가들은 창업하기 위해 막대한 초기 투자비용을 줄일 수 있고, 공인된 '청년창업가'라는 타이틀까지 얻을 수 있다. 청년창업 1000 프로젝트는 매년 선발 기수마다 높은 경쟁률을 기록한다. 지난 3기 선발에는 3: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강북청년창업센터 소속 황지연 매니저는 "이 프로젝트가 알려지면서 제도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3:1의 경쟁률, 그런데 텅 빈 사무실이 있다?


a  서울시 송파구 가든파이브 강남청년창업센터. 11월 21일 오후의 모습이다. 한산하지만 대부분 사무실에 불이 켜져 있고 차업가들이 열심히 일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이 건물에는 이렇게 빈 사무실이 많은 곳도 있다.

서울시 송파구 가든파이브 강남청년창업센터. 11월 21일 오후의 모습이다. 한산하지만 대부분 사무실에 불이 켜져 있고 차업가들이 열심히 일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이 건물에는 이렇게 빈 사무실이 많은 곳도 있다. ⓒ 김정현


그런데, 실제 청년창업센터 내부는 높은 경쟁률을 무색하게 만들 정도로 사람이 없었다. 강남창업센터에 입주한 장은철씨는 "제가 있는 곳은 그나마 좀 낫지만 저쪽은 다 비어 있다"며 반대편 복도를 가리켰다. 불이 꺼져 있는 사무실이 많았고, 가까이 가보니 사무실 주인을 기재하는 이름표가 비어 있는 사무실도 더러 있었다.

황지연 매니저는 "창업 아이템의 특성상 외부 사업장이 필요하거나, 사무공간이 불필요한 사업은 사무공간 미사용을 인정하고 있다"며 "이런 유휴공간에 대해서는 추가 인원을 고용한 팀 등 다른 청년 창업가에게 혜택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익명을 요구한 창업가 A씨는 "빈 사무실은 창업을 그만두는 사람들 때문일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무슨 문제가 있길래 높은 경쟁률을 뚫고 들어온 창업지원센터를 나가는 걸까.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제작하는 창업가 B씨는 "지원 자체는 좋지만, 일하는 것을 방해하는 제약이 너무 많다"고 푸념했다. 강남뿐만 아니라 강북, 용산 청년창업센터에서 만난 창업가들은 하나 같이 B씨의 의견에 동의했다. 아래에는 이들이 '제약'이라고 지적하는 문제들을 정리해 봤다.

[사례1] 업무 성격에 맞지 않는 창업활동비 사용 제약

청년창업센터에서는 창업활동비를 '창업카드'에 넣어 지원한다. 미술품 판매를 중개하는 창업가  C씨는 이 창업활동비를 제대로 쓰지 못하고 쌓아두기만 하고 있다. 창업활동비가 ▲ 창업관련 직접비(기기구매, 시장조사 등) ▲ 간접비(교통비, 제잡비 등) 등으로 구분돼 각각의 비율이 정해져 있다. 기기구매가 필요 없는 직종에 종사하는 C씨는 직접비로 받은 지원비를 사용할 길이 없다.

이는 영업상 여러 사람을 만나는 업종은 직접비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는 문제가 드러난 사례다. C씨는 "사실상 사람을 만나면서 쓰는 간접비가 저에게는 곧 직접비인데,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답답하다"는 입장이었다.

창업가 D씨는 "프로젝트 1기 당시 창업활동비를 현금으로 직접 지급하다 문제가 생겨 지난해부터 '창업카드'가 생긴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하지만 직접비와 간접비의 강제적인 규제를 풀어 융통성을 발휘하면 좋겠다"고 밝혔다. SBA 측은 "창업활동비는 원칙적으로 창업활동을 위한 자금을 지원하는 'Seed Money(종잣돈)'의 개념이기 때문에 직접비와 간접비 사용의 비율을 제한하는 조항을 만들어 놓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증빙서류를 제출하면 직접비와 간접비의 비율을 조절해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사례2] 20~30대 창업가들이 고등학생도 아닌데...

창업가 E씨는 급한 업무가 생겨 신청해 둔 청년창업센터에서 시행하는 교육을 듣지 못했다. 이 때문에 벌점 2점을 받은 E씨는 1달 동안 필수로 채워야 하는 교육 점수 4점을 채우지 못해 센터에서 퇴출당했다. 1과목을 들으면 2점을 얻을 수 있지만, 벌점을 받으면 그만큼 더 수강해야 한다. E씨는 자신이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필요 없는 내용이라 듣지 않고 있다가 봉변을 당하게 됐다.

청년창업센터에 소속된 창업가들은 한 달에 총 4시간, 1과목 당 2시간에 해당하는 교육을 반드시 받아야 한다. 이는 창업 준비과정의 일환으로 운영되는 교육프로그램으로, 분야로는 법무·세무·마케팅·창업 성공실패사례·경영일반 등이 있다. 창업가 F씨는 "그중에는 사업에 딱 맞는 전문교육도 있어 큰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강제로 교육을 듣게 하는 것은 불만"이라고 말했다.

SBA 측은 "매달 청년 창업가의 수요를 반영해 커리큘럼을 짜고 있다"고 반박했다. 한 담당자는 "선발한 창업가 대부분은 우수한 기업이 되기 위한 준비과정을 밟고 있는 사람들"이라며 "사업 상의 위험을 예방하기 위한 지식을 쌓는 과정이 분명히 필요해서 한 달에 4시간의 교육은 당연히 강제해야 한다"고 밝혔다.

[사례3] 바빠 죽겠는데 한 달에 60시간을 출석하라고?

청년창업센터에 입주한 창업가들은 항상 센터 앞 단말기에 카드를 찍고 출석보고를 해야 한다. 한 달에 60시간 출석이 원칙으로 돼 있다. 5명의 직원과 함께 일하는 창업가 G씨는 어느 날 거래처와 회의가 잡혀 동료에게 보안카드를 주고 대신 찍어 달라고 부탁했다. G씨의 기업은 그날 경고를 받았다. 사장의 보안카드를 남에게 대여했고, 대리출석을 해 규정을 어겼기 때문이다.

사업 운영상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있음에도 관리 측의 유연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청년창업센터에는 보안카드를 사장이 아닌 다른 사람이 찍는 것을 막기 위해 CCTV를 설치해놨다. SBA 측은 "청년창업 1000 프로젝트는 기업 지원 사업이 아닌 개인을 지원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대표자 출석으로 제한한 것"이라며 "월 60시간 제한도 서울시와의 사용자계약을 통해 무료로 사무실을 사용하는 사용자로서 최소 사용시간으로 산출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프로젝트 참가자 "융통성 있는 운영이 필요합니다"

a  불이 꺼진 사무실. 주인을 표시하는 네임택 부분에는 4칸 중 3칸의 이름이 비어있다. 청년창업센터는 이 같은 유휴공간을 다른 창업가들에게 추가로 제공한다고 했으나, 그럼에도 보시다시피 여전히 유휴공간이 남아 있다.

불이 꺼진 사무실. 주인을 표시하는 네임택 부분에는 4칸 중 3칸의 이름이 비어있다. 청년창업센터는 이 같은 유휴공간을 다른 창업가들에게 추가로 제공한다고 했으나, 그럼에도 보시다시피 여전히 유휴공간이 남아 있다. ⓒ 김정현


앞서 제시한 사례에 대한 창업가들의 불만은 상당했다. SBA 측에 따르면 지난해 2기 청년창업 1000 프로젝트 당시 총 10%의 참가자가 중도 포기했다고 한다. 황지연 매니저는 "창업 아이디어를 현실화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예기치 못한 문제들, 아이템의 사업성 부족으로 창업을 포기하시는 분들이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창업가 H씨는 "센터에 통제받는 것이 싫어 스스로 나가는 사람도 종종 보인다"고 말해 견해 차이를 보였다.

SBA 측의 자료에 따르면, 강북청년창업센터의 경우 60% 이상이 1인 기업이라고 한다. 아이템 개발에서부터 마케팅, 영업까지 일인다역을 소화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한다는 뜻이다. 이같이 바쁜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사업가들에게 시간을 뺏는 규제는 분명 부담스러울 수 있다. 또한 창업활동비의 활용 역시 지나친 규제는 창업가들 운신의 폭을 제한할 수 있다. 창업가 A씨는 "지원도 지원이지만 이 프로젝트가 제자리를 잡으려면 좀 더 융통성 있는 운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창업 #창업정책 #청년창업 1000 프로젝트 #서울시 #20대, 30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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