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크와 나타난 티베트 아이, 머리에 쓴 건 뭐니?

[배낭돌이의 서(西)티베트 여행기] 절로 감탄사가 나오는 티베트 종바초원

등록 2011.11.28 17:33수정 2011.11.28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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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혀버린 길을 바라보고 한참을 그 자리에서 길이 열리기를 기다린다. 티베트 사람은 물론 여행자 모두가 화가 나는 상황. 도로 공사를 이유로 길을 막아 놓고, 작업하는 중국 군대가 조금은 이해가 되지만, 티베트 인들에게 욕을 하고 화를 내는 그들을 보고 있으니 덩달아 나도 화가 난다. 언제쯤 이곳을 벗어날 수 있을까? 저 멀리 티베트를 바라보며 화를 억누른다.

 막아놓은 길을 넘어오는 버스
막아놓은 길을 넘어오는 버스오상용

한참 동안 그곳에 서서 누군가라도 와주기를 기다린다. 병사 또는 간부라도 와서 이야기를 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 공사가 길어지면 가까운 마을로 돌아가서 휴식을 취할 것이고, 곧 길을 열어준다고 하면 이곳에서 기다리면 될 것을…. 한 명만이라도 와주기를 바라는 우리를 신경도 쓰지 않고, 그들은 묵묵히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2시간이 지나서야 나타난 차량. 아쉽게도 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부대의 차량이 아닌 일부 도시를 연결하는 공용버스였다. 저 앞에서 무슨 일이 있는지 모르는 티베트인들과 우리는 막아 놓은 길을 넘어오는 버스를 잡고 저 앞에 무슨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지 물어봤다.

버스 기사는 "티베트 인부들이 공사를 하고 있다"며 "일부 구간만 하고 있어서 가도 상관없다"고 말한다. 또한 그는 "군인이 있으니 옆길로 가다가 다른 도로로 올라가라"고 조언을 해주고는 멀리 사라진다.

중국 군인을 두려워하는 티베트 기사들

 길이 아닌 초원을 달리다.
길이 아닌 초원을 달리다.오상용

버스 기사의 말을 듣고 주변에 모인 차량 기사들은 간이 회의를 열었다. 티베트인들만 공사하고 있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중간마다 군인이 있어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상황. 그렇다고 언제 끝날지 모르는 공사를 마냥 기다릴 수 없어 우리쪽 차량 기사들은 '다 함께 가자'고 제안한다.

'설마 다 함께 가는데 문제가 생기지 않겠지….'


여행자인 우리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티베트인들의 생각은 달랐다. 군인들이 막아 놓은 길인만큼 이 길을 가다가 적발되면 문제가 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힘없는 티베트인들은 무엇보다 무력을 쓰는 중국 군인들이 무서워 우리의 제안을 피하는 눈치이다. 싫다고 하는 사람을 억지로 끌고 갈 수는 없었다. 아쉽지만 그들과 작별 인사를 하고 도로 옆 초원으로 출발한다.

 멈추어 선 자동차. 티벳탄 기사가 조심히 주변을 살핀다.
멈추어 선 자동차. 티벳탄 기사가 조심히 주변을 살핀다.오상용

도로가 있었지만, 중국 군인들이 막아선 곳을 피하기 위해 초원 위를 달리게 된 것이다. 바로 옆으로 도로가 보이면서도 달리지 못하는 상황에 웃음만 나올 뿐이다.


그나마 초원이 평탄해 지프가 달리는 데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차량을 운전하는 기사의 표정이 좋지 않다. 무엇이 그렇게 이들을 두렵게 만드는 걸까? 자신의 고향이자 자신들이 사는 이 지역에서 막아 놓은 길을 달리는 것 뿐인데, 얼굴엔 두려움이 가득찼다. 나는 미안함과 중국 정부에 대한 분노가 함께 일었다.

도로 옆 초원을 따라 달 달리던 차량이 갑자기 멈춰 섰다. 초원 바로 옆 도로에서 사람을 발견한 것이다. 차를 세운 기사는 우리에게 차에서 내리지 말라며 손짓을 하고, 차에서 내려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천천히 다가가며 상황을 살핀다.

여행자를 걱정하는 티베트 인부들

 조심스럽게 다가가는 티벳탄 기사
조심스럽게 다가가는 티벳탄 기사오상용

한참을 살펴보던 기사가 뒤에 있는 차량 기사들에게 가보라며 손짓을 한다. 뒤에 있던 젊은 기사들이 모는 차량 두 대가 우리 차량을 지나 사람들이 있는 곳까지 차를 몰고 가 세운다.

군인일까? 티베트인 노동자일까? 어떤 상황인지 알 수 없었다. 젊은 기사들은 차량 근처로 온 사람들과 이야기를 한참을 나누더니 뒤에 있는 우리 차량보러 '이리 오라'고 손짓한다. 우리를 부르는 것으로 봐서 군인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고,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이동한다.

그들은 도로 공사 구간에서 일을 하고 있는 티베트 노동자였다. 막아 놓은 길을 지나 온 우리에게 앞에 군인이 있다며 돌아갈 수 있는 길을 자세히 알려준다. 먼지 때문에 얼굴조차 알아볼 수 없는 티베트 노동자는 우리가 걱정이 되는지 몇 번이고 길을 설명해 준다.

티베트에서 만나는 아름다운 초원

 비포장 도로를 달려 초원으로 향한다
비포장 도로를 달려 초원으로 향한다오상용

우리가 걱정이 되는지 몇 번이고 길을 설명해 주는 티베트 노동자가 너무 고마워 가방 한쪽에 넣어놓은 사과를 건넸다. 우리는 알려준 길로 빠르게 이동한다.

정해진 도로가 있지만, 앞에 군인이 있어 갈 수 없는 상황. 평소라면 초원 위로 차를 몰고 갈 수는 없지만 다행히 비가 오지 않아 그곳으로 갈 수 있었다. 티베트 노동자가 알려 준대로 작은 언덕을 넘어 종바 초원으로 향한다.

 티베트 초원, 종바초원
티베트 초원, 종바초원오상용

길도 아닌 길을 따라 언덕을 넘는데 길이 미끄러워 쉽지가 않다. 차에서 내려 차를 어 겨우 올라간 언덕. 간신히 올라오긴 했지만 내려가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최대한 천천히 부드럽게 내려가려 하지만, 경사가 급하고 미끄러워 눈 덮인 언덕을 썰매로 내려가듯 빠르게 내려왔다.

놀이기구를 타듯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기분. 내려온 언덕을 돌아보니 웃음만 나온다. 한참을 웃고 주변을 돌아보니 눈에 보이는 모든 곳이 초원이다. 서 티베트 가는 길에 만날 수 있다는 넓은 초원, 종바 초원. 끝없이 펼쳐진 푸른 초원과 그 위에 풀을 뜯고 있는 야크의 모습에 절로 탄성이 쏟아져 나온다.

 절로 감탄사가 나오는 종바초원
절로 감탄사가 나오는 종바초원오상용

눈으로는 물론 카메라로도 담을 수 없는 넓은 종바 초원. 수많은 산으로 둘러싸인 이곳에 초원이 있다는 것에 놀란다. 광활함에 다시 한 번 놀라고, 그림같은 모습에 또 한 번 놀라 감탄사를 연발한다.

티베트를 여행하면서 많은 초원을 봤지만, 이렇게 넓고 그림 같은 초원은 처음이다. 그림보다 아니, 머릿속에 있던 상상의 이미지보다 더 아름다운 그 공간. 그 모습을 카메라로 연신 담아보려 하지만, 내가 본 초원의 모습의 1/10도 담지 못해 속만 상할 뿐이다.

이방인과의 만남에 말문이 막힌 티베트 아이

 초원에서 나타난 티베트 아이
초원에서 나타난 티베트 아이오상용

넓은 초원에 넋이 빠져 멍하니 앉아 있는 우리에게 티베트 꼬마 아이가 달려온다. 야크와 함께 움직이던 꼬마 녀석들이 초원 위에 서 있던 차를 보고 달려 왔지만, 막상 우리를 보는 순간 할 말을 잃고 멍하니 서서 우리를 지켜본다.

아이들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몇 번이고 입을 열어보려 하지만, 생김새가 다른 우리가 두려운지 아무 말도 못하고 한참을 가만히 서있었다. 넓은 초원을 야크와 함께 다니며 생활하는 녀석들이라 그런지 티베트에서 보았던 꼬마들과 달리 조금은 특이한 옷을 입고 있었다.

 이방인이 어색하기만 한 티베트 아이
이방인이 어색하기만 한 티베트 아이오상용

한참을 가만히 바라보던 기사가 멀쑥하게 서 있던 녀석이 귀여웠는지 티베트 말로 인사를 건넨다. 주변 마을에 살면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야크와 함께 초원에서 생활한다는 꼬마. 초원을 달려가는 차량이 궁금해 달려왔는데, 처음 보는 사람들 때문에 말문이 막혔다고 한다.

아이들은 차량 기사와 티베트어로 대화를 나누면서 조금은 안심하는 듯했지만, 외모가 다른 우리가 어색한지 미소를 보여주지 않는다. 하지만 꼬마는 우리 곁에 앉아 넓은 종바 초원을 바라본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초원을 향해 연신 사진을 찍는 내 모습을 신기해하며 바라보는 아이들의 눈에는 호기심이 가득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다음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티베트 #티벳여행 #여행기 #서티벳 #카일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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