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보낸 문자.
임현철
맞는 말이긴 합니다. 그래서 부부 이외의 사랑을 '불륜(不倫)', 즉 윤리를 저버린 사랑이라 부르는 거겠지요.
그렇지만 "부부의 사랑은 지고지순하다"는 말을 액면 그대로 믿었다간 낭패 당할 수도 있습니다. 거의 매일 얼굴 맞대는 사이여서 지겨울 때도 있을 테니까. 하여, 부부도 가끔 기분 전환이 필요합니다.
어제 오전 10시 40분, 핸드폰에서 문자 도착 벨이 울렸습니다. '어디서 왔지?' 봤더니 '내 사랑'이더군요. 닭살이라고요? '내 사랑'은 아내가 제 핸드폰에 새긴 자신의 닉네임입니다. 여하튼 아내에게서 뜻밖의 문자가 왔더군요.
"사랑합니다 ♡ 고맙습니다 *^^*"생각지도 않았던 아내의 문자에 남편으로서 당연히 빙그레 웃음 짓는 게 맞을 겁니다. 그런데 웬일…. 거의 없던 일이라, 어째 영 개운치가 않더군요. 대신 머릿속에는 걱정이 앞섰습니다.
'왜 이런 문자를 보냈지? 무슨 일 있나?' 문자를 보낼까 하다가 이게 낫겠다 싶어 발신통화를 눌렀습니다. 받기를 기다렸습니다.
"여보세요? 당신…."
"저, 지금 강의 듣고 있어요. 끊어요."
개미처럼 속삭이는 목소리였습니다. '강의 듣는 사람이 왜 문자를 보냈을까?' 싶었습니다. 잠시 뒤, 아내에게서 또 문자가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