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쩜 저렇게 사람을 빼닮았을까

머리부터 턱수염까지 선명한 월출산 큰바위얼굴

등록 2011.12.05 16:36수정 2011.12.05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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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공원 월출산에 있는 큰바위얼굴. 머리부터 눈, 코, 입, 수염까지 사람과 꼭 닮았다.
국립공원 월출산에 있는 큰바위얼굴. 머리부터 눈, 코, 입, 수염까지 사람과 꼭 닮았다.이돈삼

학창시절이었다. 아마 중학교 때였던 걸로 기억된다. 당시 교과서에 '큰바위얼굴'이라는 작품이 나왔다. '주홍글씨'로 알려진 작가 너새니엘 호손이 쓰고 피천득이 번역한 단편소설이었다.

바위 언덕에 새겨진 큰바위얼굴을 닮은 아이가 태어났고, 장차 훌륭한 인물이 될 것이라는 전설을 어머니에게 전해들은 주인공이 날마다 큰바위얼굴을 바라보며 꿈과 희망을 키워 나중에 진짜 큰바위얼굴이 된다는….


이 작품은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 수많은 청소년들에게 깊은 감동을 주었다. 뿐만 아니라 소설 속의 주인공으로 알려진 미국 뉴햄프셔주 프랑코니아 주립공원 내 화이트마운틴의 큰바위얼굴은 세계 여러 나라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았다.

그런데 지난 2003년 5월 이 바위가 사라져 버렸다. 비바람으로 인한 풍화와 오랜 침식 때문이었다는 게 당시 전문가들의 조사결과였다. 이후 많은 사람들은 마음속의 큰바위얼굴이 무너져 내린 것처럼 아쉬워했다. 우리가 본받아야 할 큰바위얼굴이 사라져버렸다는 절망감도 있었다.

 월출산을 찾은 등산객들이 큰바위얼굴을 보며 그 앞을 지나고 있다.
월출산을 찾은 등산객들이 큰바위얼굴을 보며 그 앞을 지나고 있다.이돈삼

 월출산 천황봉 쪽에서 본 큰바위얼굴. 머리에서 턱까지의 길이가 자그마치 100미터 정도 된다.
월출산 천황봉 쪽에서 본 큰바위얼굴. 머리에서 턱까지의 길이가 자그마치 100미터 정도 된다.이돈삼

한동안 잊고 살았던 이 큰바위얼굴이 우리 앞에 나타났다. 화이트마운틴의 암석처럼 조그마한 것도 아니다. 그보다 10배 가까이 크고 감동적인 전설까지 간직하고 있다.

전라남도 영암에 있는 국립공원 월출산에서 만나는 큰바위얼굴은 영락없는 사람이다. 머리부터 이마, 눈, 코, 입, 수염까지 선명하다. 중후한 남성의 모습 그대로다. 얼굴의 길이가 자그마치 100여 미터나 된다.

미국의 러쉬모어산 국립공원이나 캄보다니 앙코르와트, 이집트 등에 인공적으로 만들어놓은 10여 미터 안팎의 바위얼굴과는 비교할 수 없는 규모다. 얼굴의 길이로 미뤄 큰바위얼굴의 키는 700여 미터가 넘을 것이란 짐작이 가능해진다. 월출산 천황봉, 구정봉의 높이와 비슷하다.


 한 등산객이 월출산 큰바위얼굴의 전설이 새겨진 안내판을 보며 사진을 찍고 있다.
한 등산객이 월출산 큰바위얼굴의 전설이 새겨진 안내판을 보며 사진을 찍고 있다.이돈삼

 큰바위얼굴이 있는 월출산은 바위투성이 산이다. 사방이 기암괴석으로 둘러싸여 있다.
큰바위얼굴이 있는 월출산은 바위투성이 산이다. 사방이 기암괴석으로 둘러싸여 있다. 이돈삼

월출산 큰바위얼굴은 해가 떠오르는 동쪽을 바라보고 있다. 흐린 날에는 자신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 언제나 하늘의 빛을 얼굴에 가득 채우고서야 모습을 드러낸다.

월출산 구정봉의 거대한 암석으로 이뤄진 큰바위얼굴은 예부터 위대한 인물이 태어날 것이라는 예언이 문헌을 통해 전해지고 있다. 구정봉의 상서로운 기운으로 앞으로 훌륭한 지도자가 태어날 것이라는 예언이 형상으로 나타난 것이다.


 '호남의 소금강'으로 불리는 월출산은 평소 많은 등산객들이 찾고 있다. 큰바위얼굴에서 천황봉 쪽으로 내려다 본 월출산 풍경이다.
'호남의 소금강'으로 불리는 월출산은 평소 많은 등산객들이 찾고 있다. 큰바위얼굴에서 천황봉 쪽으로 내려다 본 월출산 풍경이다.이돈삼

 늦가을 월출산 풍경. 기암괴석과 억새가 어우러진다.
늦가을 월출산 풍경. 기암괴석과 억새가 어우러진다.이돈삼

큰바위얼굴이 있는 월출산은 지명만큼이나 달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곳이다. 구름을 걸친 채 갑자기 우뚝 솟아 눈앞에 다가서는 천황봉의 신령스런 모습, 그 위로 떠오른 보름달의 자태는 한 폭의 동양화를 연상케 한다.

전라남도 영암군 군서면과 강진군 성전면에 걸쳐 있는 국립공원 월출산은 바위투성이 산이다. 바위들이 꾸며놓은 풍경이 아름답다. 기암괴석들의 전시장이자 총동창회에 다름 아니다. 정상 천황봉(해발 809m)은 그리 높은 편이 아니다.

하지만 바위가 많아 산행이 결코 녹록지 않다. 가파르고 험하다. 힘들다 생각하면 한없이 힘들다. 여유를 갖고 경물을 살피며 오르면 더 없이 좋은 산이다. 많은 사람들이 월출산을 '호남의 소금강'이라 부르는 이유를 실감할 수 있다.

 월출산 큰바위얼굴과 천황봉을 찾은 등산객들이 하산길을 서두르고 있다.
월출산 큰바위얼굴과 천황봉을 찾은 등산객들이 하산길을 서두르고 있다.이돈삼

 신안 하의도에 있는 큰바위얼굴. 지난 2009년 4월 고향을 찾은 생전의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이희호 여사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신안 하의도에 있는 큰바위얼굴. 지난 2009년 4월 고향을 찾은 생전의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이희호 여사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이돈삼

사람의 형상과 흡사한 큰바위얼굴은 신안 하의도에도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생전인 지난 2009년 4월 직접 찾아 화제가 됐던 큰바위얼굴은 마을에서 900미터 가량 떨어진 섬(죽도)의 한쪽이 사람의 얼굴을 닮아있다. 20∼30m 높이의 바위가 사람의 얼굴이고, 그 위의 나무가 머리카락처럼 휘날리는 듯한 모습이다.

당시 김대중 전 대통령은 "정말 사람과 똑같이 생겼다. 어렸을 때부터 섬 어딘가에 사람 형상을 한 바위가 있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왔는데…."라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 서거 전에 이 바위얼굴의 눈썹 부위에 붙어있던 소나무 서너 그루가 말라죽으면서 떨어져 나가기도 했었다.

강진 천불산(해발 402m)에도 마음 넉넉한 광대처럼 생긴 큰바위얼굴이 있다. 주민들에 의해 '광대바위'로 불리기도 한 이 바위는 입이 나무에 가려 잘 보이지 않지만 눈과 눈썹, 오똑한 코 등이 잘생긴 남자 얼굴 그대로다. 높이 20여 미터, 폭 30∼40미터 정도 되는 큰바위얼굴이다.

 강진 천불산에 있는 큰바위얼굴. 마음 넉넉한 광대처럼 생겼다고 해서 '광대바위'로도 불린다.
강진 천불산에 있는 큰바위얼굴. 마음 넉넉한 광대처럼 생겼다고 해서 '광대바위'로도 불린다.강진군청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전남새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전남새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큰바위얼굴 #장군바위 #월출산 #김대중 #하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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