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매몰지 사후관리는 아직도 숙제

[구제역 1주년 ②]충남도내 구제역 대책을 묻는다

등록 2011.12.07 21:26수정 2011.12.09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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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역 파동이 시작된 지 1년이 되어가지만 매몰지 환경오염에 대한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환경부는 매몰지 침출수 유출이나 지하수 오염은 직접 확인되지 않았다고 하지만 일부 국회의원이나 환경단체 의해 매몰지 오염에 문제제기와 자료와 주장은 끊이지 않았다. 본지가 보령시와 환경부를 통해 매몰지 지하수 자료를 요청하자 "분석이 끝나지 않아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홍성은 한우를 브랜드로 하는 전국 최대의 축산단지이다. 전체 사육규모 약 55만 2000여 마리로 돼지 사육두수는 전국 시군 중 1위, 소는 3위를 차지해 축산업이 지역경제의 주축이 되고 있는 곳이다. 홍성은 올해 2월 1일에 구제역 의심신고가 접수되어 양성판정을 받은 뒤 본격적으로 확산되었고 총 118개의 매몰지에 5만2248두(돼지 52247, 사슴 1두)가 매몰되어 있다. 매몰두수 1만두 이상인 곳 1곳과 1000~400두 미만인 곳 7곳 등이다. 최근 홍성시는 지자체로는 최초로 구제역 방역 과정과 언론보도 등을 묶어낸 <구제역 백서>를 발간했다.

대전충남녹색연합은 홍성지역 구제역 매몰지 관리실태를 알아보기 위해 지난 11월 21일(금) 현장조사를 진행했다. 이 날은 대전대학교 지반방재공학과 정찬호 교수와 홍성시 관련 공무원이 동행했다. 조사는 홍성군 광천읍 대평리(3754두 매몰), 홍성군 광천읍 용암리(1525두 매몰) 그리고 보령시 천북면 학성리(2만6005두 매몰) 세 곳을 현장조사 했다.

a 홍성군 광천읍 용암리 매몰지 가스배출관은 설치되어 있지만 유공관이나 관측정은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

홍성군 광천읍 용암리 매몰지 가스배출관은 설치되어 있지만 유공관이나 관측정은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 ⓒ 대전충남녹색연합


홍성군 광천읍 용암리는 돼지 1500여 두가 매몰된 소규모 매립지이다. 가스배출관은 설치되어 있지만 유공관이나 관측정은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 백신 접종 후 구제역이 발생한 곳이다. 마을과 하천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었지만 매립지 위치가 지형적으로 높은 위치에 있었고 가파른 경사면을 이루고 있었다. 경사면 아래로 마을이 보였다. 정찬호 대전대 지반방재공학과 교수는 "경사면 아래로 마을이 형성되어 있어 침출수가 토양층에 흡수되고 지하수로 유출될 경우 장기적으로 하류구간 마을지하수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소규모 매립지라도 침출수 배출을 위한 유공관이 없어 침출수가 토양층 내 흡수되었다가 비가 오면 지하수로 유입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홍성시 관계자는 "두수가 적고 토질이 좋아 필요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a 홍성군 광천읍 대평리 매몰지 성토의 높이가 50cm 정도로 설계기준에 비해 낮게 되어있고 관측정이 지형적 경사만을 고려해 한 곳에 2개가 설치되어 있었다.

홍성군 광천읍 대평리 매몰지 성토의 높이가 50cm 정도로 설계기준에 비해 낮게 되어있고 관측정이 지형적 경사만을 고려해 한 곳에 2개가 설치되어 있었다. ⓒ 대전충남녹색연합


홍성군 광천읍 대평리는 3700여 두를 매립한 비교적 큰 매몰지인데 매몰두수에 비해 매몰지 크기는 언뜻 보기에도 비좁았다. 농장주가 농장진입을 꺼려해 농장 외부에서 접근했다. 매몰 당시에 설치한 관측정 2개와 유공관 1개를 관찰할 수 있었다. 홍성시 관계자는 "침출수 20리터를 뽑았다"고 말했고 이에 대해 양흥모 대전충남녹색연합 사무처장은 "매몰두수에 비해 침출수 양이 적다고 판단된다, 후에 발생한 침출수에 대한 관리는 허술하다"고 지적했다.

현장을 둘러본 정찬호 교수는 "비교적 기준에 충실한 양호한 매립지"이지만 "성토의 높이가 50cm 정도로 설계기준에 비해 낮게 되어있고, 2개의 관측정 중 최소 1개가 유공관 주변에 설치되어 매립지 경사설계에 따른 침출수 유출여부를 확인해야 하는데 지형적 경사만을 고려해 하류 구간에만 2개의 관측정이 설치되어 있다"고 말했다. 사후 관리방안에 대해 홍성시 관계자는 구제역 발생 당시의 매몰지를 찾기 어려웠던 상황들을 설명하며 "향후 구제역 발생의 가능성을 생각한다면 허가제를 통한 사육두수 제안이 필요"하며 "모돈과 자돈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a 보령시 천북면 학성리 매몰지 매몰지 아래 경사가 골짜기를 향해 있어 집중호우시 침출수 유출의 위험이 있다.

보령시 천북면 학성리 매몰지 매몰지 아래 경사가 골짜기를 향해 있어 집중호우시 침출수 유출의 위험이 있다. ⓒ 대전충남녹색연합


a 방치된 매몰지 호스 매몰지에 연결된 듯한 호스가 나와있다.

방치된 매몰지 호스 매몰지에 연결된 듯한 호스가 나와있다. ⓒ 대전충남녹색연합




보령시 천북면 학성리는 2만6005두가 묻힌 보령에서 가장 큰 매몰지이다. 지난 1월에 2만 6000두를 매몰했고, 지금은 침출수를 뽑아내고 다시 재이설을 했다. 마을과 농장매몰지가 산 하나를 두고 매몰지를 두고 있다. 농장 외곽이긴 하지만 매몰지 출입에 대해 농장은 경계하는 눈치였다. 매몰지 주변은 산 중턱이었고 매몰지 아래 경사가 골짜기를 향해있다. 양흥모 사무처장은 "만약 집중호우로 토양유실이 된다면 위험할 수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매몰지에 접근하자 사체가 썩는 시큼한 냄새가 아직도 코를 찔렀다. 지금은 보령시에서 액비화를 하고 있어 유공관이나 관측정은 찾아볼 수 없었고 낡은 호수 하나만이 매몰지 밖으로 나와있다. 정찬호 교수는 "이 매립지의 가장 중요한 환경적 문제는 심한 악취의 발생"이라고 지적하고 "가스배출관은 설치되었지만 침출수 배출을 위한 유공관이나 관측정도 확인되지 않아 추가 침출수 유출이 있었는지 확인할 방법이 차단되었다"며 우려를 표했다.


양흥모 사무처장은 "보령시가 돼지사체를 액비화 하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라고 말하여 "액비화가 환경관리지침에 나온 표준적인 방법이 아닌 지자체의 판단에 의한 것인데 소규모도 아닌 대규모 매몰지에 액비화 방법을 적용하는 것이 맞는지, 액비화 할 수 있는 조건과 방법이 맞는지, 수요가 있을지 검증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농장 주변에는 5~6가구가 아래쪽에 거주하고 있었고 농장출입은 제한되어 있었다. 농장 근처 주민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니 "악취 문제는 늘 있어왔다"고 말했다.

현장조사 후 정찬호 대전대 교수는 대부분의 매몰지가 몇 가지 원칙은 준수하고 있지만 중요한 관측정의 위치나 유공관의 설치 등은 미흡하다고 지적해 매몰지 사후관리는 아직도 숙제로 남아있는 것으로 보인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보령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보령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구제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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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운동가, 글쓰는 사람. 남편 포함 아들 셋 키우느라 목소리가 매우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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