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측 특사 조의방문단의 김기남 노동당 비서가 2009년 8월 21일 서울 동교동 김대중 평화센터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씨를 만나 위로하고 있다.
장의위원회 제공
원혜영 민주통합당 대표는 21일 국회 당대표실에서 류우익 통일부 장관의 예방을 받았습니다. 이 자리에서 원 대표는 "조문 문제를 좁게 봐서는 안 된다"며 "노무현 대통령 서거 당시에는 북에서 내려오려고 했는데 이명박 정부가 막아서 내려오지 못했다, 그래서 못 내려온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류 장관은 "정부가 차단해서 오지 못했고 개성까지 와서 조의문을 읽고 돌아간 걸로 알고" 있지만, "사실관계가 어찌됐든 결과적으로 조문단은 오지 못했다"고 눙쳤습니다. 이 얘기를 듣고 있던 민주통합당 관계자들의 표정은 어땠을까요? 큭큭큭 웃었습니다. 류 장관 스스로 '국민정서'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것을 입증한 셈이니까요.
원 대표는 "조문에서 상호주의나 형식논리에 얽매이면 되겠는가"라며 "융통성 있게 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류 장관은 "노무현 재단 측에 실무자들이 가서 조문단을 꼭 원하는지 확인해보겠다"며 "노무현 재단이 (방북 조문을) 꼭 원할 것 같지 않다"고 뒤를 흐렸습니다. 원 대표는 "노무현 재단도 방북 조문을 원하는 걸로 알고 있고 포용해서 함께 갔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문익환 목사 10주기 때도 북한이 방남을 했는데 왜 그것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없는가"라고 반문하기도 했습니다.
도대체 이명박 정부는 왜 이러는 걸까요? 호기롭게 조의를 표명해서 와! 했더니, 북한 주민에게만. 방북 조문을 허용한다고 해서 와! 했더니, 이희호 이사장과 현정은 회장만.
김창수 전 청와대 행정관은 이것을 '이명박 정부의 꼼수'로 해석합니다. 남북관계 전문가이기도 한 김 전 행정관은 21일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정부가 민간의 조문단을 파견하는 것을 허락한다. 정부는 국민여론과 남북관계를 고려해 심사숙고한 뒤 판단하겠다고 발표하고 나중에 개별적으로 연락해도 될 일을 스스로 긁어 부스럼을 만들었다"고 혀를 찼습니다.
정부 입장에서야 여러 군데 조문을 가겠다고 하는 것을 막기 위한 제한조치로 딱 두 사람만 정해서 허락했다고 볼 수 있지만 그것은 정부 스스로 '조문논쟁'을 불러일으킨 꼴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김 전 행정관은 "북한에서 가장 신격화된 인물인 김정일 위원장의 급서에 대해 이명박 정부가 조용히 조문단을 파견하지 않으면 되는 것이지, 갈까 말까 논쟁을 일으키는 것 자체로 북한당국은 매우 불쾌해할 뿐 아니라 모욕으로 생각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명박 정부가 스스로 꼼수를 부려 일은 일대로 해놓고 욕만 더 먹게 된 것 같다"며 "정부 스스로 남남갈등과 남북관계를 어렵게 만들 이유가 없는데 참 알 수 없는 일을 한다"고 비판했습니다.
김정일 사망 미스터리에 숨은 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