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 괴롭힘' 피해 중학생, 유서 남기고 투신자살

대구 D중학교 2학년... 20일 오전 아파트 7층에서 뛰어내려

등록 2011.12.22 20:26수정 2011.12.22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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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대구의 D중학교 2학년 학생이 유서를 쓰고 자살자살해 충격을 주고 있다.

대구의 D중학교 2학년 학생이 유서를 쓰고 자살자살해 충격을 주고 있다. ⓒ 조정훈


지난 2일 대전에서 '왕따'를 당한 여고생이 자살한 사건에 이어 대구에서도 중학생이 친구들로부터 집단 괴롭힘을 당하자 자살해 충격을 주고 있다.

22일 대구수성경찰서에 따르면 대구의 D중학교 2학년생인 K군은 지난 20일 오전 유서를 남기고 자신이 사는 아파트 7층에서 뛰어내려 자살했다.

K군은 친구 2명이 지난 3월부터 협박하고 폭력을 휘두르고 계속 돈을 갈취했다며 가해학생의 실명을 거론하고 "게임에 쓴다고 통장의 돈까지 가져가고 매일 돈을 달라고 해 2학기부터는 일을 해서 돈을 벌어 바쳐야 했다"며 A4 네 장의 유서를 통해 밝혔다.

K군은 "그동안 말을 못했지만 매일 라면이 없어지고, 먹을 게 없어지고, 여러 가지가 없어진 이유가 있다"며 "매일 우리 집에 와서 괴롭혔다"고 썼다. K군은 "물로 고문하고 모욕을 하고 단소로 때리기도 했다"며 "12월에 들어 자살하자고 몇 번이나 결심을 했는데 그때마다 엄마, 아빠가 생각났다"고 썼다.

K군은 자살하기 하루 전인 지난 19일부터 유서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유서를 통해 "오늘은 12월 19일, 그녀석들이 라디오 선을 뽑아 목을 묶고 끌고 다니고 5시 20분쯤부터는 피아노 의자에 엎드려놓고 손을 봉쇄한 다음 무차별적으로 구타했다"고 적었다. 또 "제 몸에 칼등을 새기려고 했다"며 실패하자 오른쪽 팔에 불을 붙이려고도 했다고 밝히고 "할머니 칠순잔치 사진을 보고 가족들을 욕하자 자신이 비통했다"고도 썼다.

K군은 이어 "부모님한테나 선생님, 경찰 등 도움을 구하려 했지만 보복이 두려웠다"며 "마지막 부탁인데 그 녀석들이 우리 집 도어키 번호를 알고 있으니 바꿔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K군은 유서에서 "제가 진실을 말해서 우리 가족들간의 오해와 다툼이 없어진 대신에 제 인생, 제 모든 것들을 다 포기했다"며 "더 이상 가족들을 못 보지만 그간의 오해가 풀려서 후련하다"고도 썼다.

유서의 마지막에는 "부모님께 한 번도 진지하게 사랑한다는 말 못 전해서 지금 전한다"며 "엄마, 아빠 사랑해요!"라고 적었다. K군의 부모는 유서에서 밝히지 못한 많은 괴롭힘이 있었을 것이라며 철저하게 조사해 진상을 밝혀줄 것을 요구했다. 경찰도 K군의 유서를 토대로 학교와 가해학생들에 대한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중학생 자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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