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길형 영등포구청장
이정환
- 쉬운 결정 같지만, 한편으로 또 여러 고려사항이 있었을 텐데.
"구에서 예산을 투자하는 것도 아니고, 그 공간도 원래 중소기업 제품을 전시했던 자리였거든요. 언제든 그 용도를 바꿀 수 있는 곳이어서 별 문제가 없었어요. 일종의 위탁 판매니까, 예산이 들어갈 일도 없고, 다른 구에서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내 이야기를 별로 즐겨 하는 편이 아니다"는 말을 믿었어야 했어요. 인터뷰 내내 이런 식이었거든요. 별 어려움이 없다는, 그리 어려운 게 아니라는, 거창하게 복지 사업 관련 철학을 물어봐도, 다시 구체적인 사업 이야기(그것도 의미)로 빠지기 일쑤. 구청장님, 인터뷰 맥 잡기 참 힘들었습니다(^^).
그래도 놓치지 않을 만한 '단서'는 있었습니다. 나눔 사업에서 예산이 꼭 중요한 것은 아니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거든요. 실제 영등포 나눔 사업을 찬찬히 뜯어보니 그와 같은 특징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조 구청장 말을 빌리면 "다른 구에서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사업의 예, 몇 가지만 살펴볼까요.
'청소년 희망디자인 드림코칭', 저소득층 자녀들에게 무료 학원 수강(교재 포함) 혜택을 주는 프로그램입니다. 57개 보습학원이 '재능'을 기부합니다. 저소득층 주거환경 개선사업, '사람들의 꿈'이란 주거사업체가, 노숙인 자활 프로그램에는 케이스터디란 전문교육기관이 역시 재능을 기부한다고 합니다.
영등포구 나눔 기부 참여 이웃 600여 곳 "예산보다 연결이 중요"'아름다운 이웃 서울 디딤돌'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겠네요. 어려운 이웃에게 자신의 재능이나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는 좋은 일, 영등포구에서 참여하고 있는 이웃 숫자만 600여 곳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구에서는 아예 참여 이웃이 많은 거리를 '나눔의 거리'로 지정했다는데요. 구청 뒷길, 대림동 썬프라자 거리, 신길동 성애병원 사거리, 문래동 로데오 거리 등 벌써 4곳이 운영중이라고 합니다.
조 구청장은 "연결"을 강조했습니다. 민간과의 연결이 중요하고, 그러니 소통이 중요하다, 따라서 구에서 할 일은 연결과 소통이란 것이었죠. 예산이 꼭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말, 어떤 뜻인지 조금씩 감이 잡히더군요. 조 구청장은 "이것이 복지 사각지대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확신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자신감을, '노인상담사 케어링 사업' 이야기를 통해 어느 정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지난 5월 영등포구는 서울시 자치구 중 처음으로 '노인전문상담센터'를 개설했는데요, 이를 뒷받침하는 힘이 바로 지역주민이었기 때문입니다. 일반 주민을 대상으로 '노인전문상담사' 강좌를 개설하여 전문 자격시험까지 거쳤는데, 끝까지 '살아남은' 사람이 무려 195명이나 됐다고 합니다.
"어떻게 하면 노인 분들의 소외감을 줄일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노인전문자원봉사자를 양성하자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주민과 노인이 직접 상담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죠. 이제 상담사들이 노인들을 직접 찾아가 우울증 검사, 그림 검사, 웃음 치료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그 활동을 직접 보고 감동 받은 것도 여러 차례였어요."